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 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의 사업장에는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고, 피고인은 F를 필요할 때마다 불러 일하게 하였을 뿐 상시 사용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아니고 F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F에게 근로기준법상 요양비, 휴업보상비, 장해보상비(이하 '요양비 등'이라 한다)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지출된 변론요지서는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항소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가 1인 이상인지 여부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정한 같은 법 제11조 제1항 소정의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상시 근무하는 근로자의 수가 5인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이 아니라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가 상시 5인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을 뜻하는 것이고, 이 경우 상시라 함은 상태(常態)라고 하는 의미로서 근로자의 수가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사회통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며(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1243 판결 참조), 또한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되는 같은 법 제11조 제2항이 규정한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 함은 '같은 조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 또는 사업장 중 적어도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의미하고, 여기에서의 상시 사용이라 함은 쌍방의 상당기간의 고용의사, 근로계약의 내용, 고용의 계속적 필요성 등이 갖추어진 근로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해당 여부는 역시 사회통념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4543 판결 참조).
어떠한 사업 또는 사업장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근로자 수가 때때로 5인 미만이 되는 경우가 있어도 상태적으로 보아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 경우 근로자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14조에 규정된 근로자라 할 것이므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일한 근로자를 계속 사용하지 아니하고 일용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근로자를 포함하여 상태적으로 5인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사업자)"이라 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것이고, 또 그 적용대상인 사업(또는 사업장)에는 계절적이거나 일정기의 사업(또는 사업장)도 이에 포함된다고 하여야 함이 근로기준법의 근본정신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7. 4. 14. 선고 87도15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사업장에는 1인 이상의 상시 근로자가 있다고 판단되는바, 피고인의 사업 또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항의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피고인은 특별사법경찰관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E의 상시근로자 수는 1명이다."라고 진술하였고, 검찰에서 "위 업체(E)의 직원 수는 얼마나 되는가요?"라는 질문에 "아들과 함께 하고 있고, 따로 직원은 없다. 피고인이 아들에게 급여를 지급한다."라고 진술하였으며, 당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아들 R가 피고인이 페인트칠 작업이나 광고일을 할 때 심부름을 하거나 인부들을 태워주는 등으로 일을 도와주었다. 공사현장에 장비, 사다리, 페인트 등을 옮길 때 R 소유 봉고 차량을 이용하는데, R가 장비 등을 아침에 실어다 주고 끝나면 다시 실으러 온다. R에게 옛날에는 100만 원씩 주었는데, (금액이) 너무 적다고 하여 해마다 조금씩 올려줬다. 150만 원 줄 때도 있고 200만 원 줄 때도 있고 (형편이) 안 될 때는 주지 않는다. 매달 끊임없이 돈을 주기는 준다.", "피고인은 페인트 판매와 간판,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 주택이나 소규모 상가 등의 페인트칠 공사 등을 하였다. 피고인은 페인트칠 작업을 할 일이 생기면 S 또는 피해자를 불러 작업하거나 S 및 피해자와 함께 3명이 작업을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원심에서 위 특별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있으나, 당심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위 특별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거시한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규정된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제1심에서 한 증거동의를 제2심에서 취소할 수 없고, 일단 증거조사가 종료된 후에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더라도 취소 또는 철회 이전에 이미 취득한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으며, 항소심에서 범행인정 여부를 다투고 있다 하여도 이미 동의한 효과에 아무런 영향을 가져오지 아니한다(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2366 판결, 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4도4428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원심에서 자신이 아닌 J이 F를 고용한 것이라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하였을 뿐이고, F를 상시 고용한 사실이 없다거나 피고인이 고용한 상시 근로자가 1인 미만이어서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 있어서 공판조서의 일부를 이루는 증거목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원심의 제1회 공판기일에 위 특별사법경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심의 제1회 공판조서에 따르면 법원이 증거조사결과에 관한 의견을 묻는 데 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은 별 의견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증거조사 완료 전까지 위 증거에 대한 의사표시가 취소 또는 철회되었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내용이 원심법정에서의 피고인의 진술과 크게 다르지 않고 달리 피고인이 그 성립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거나 피고인의 진술에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도 없으며,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범행을 모두 자백하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그 내용을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 할 수도 없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심이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데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가 1인이라는 피고인의 경찰 진술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로서 보강증거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에서 보강증거를 요하는 것은 피고인의 자백인바, 자백이라 함은 피고인(피의자)이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정한 규정으로서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수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 대한 요양비 등의 부지급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이 사건 범죄사실 자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이라고 할 수 없는바, 그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형사소송법 제310조가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아가 피고인은 R를 상시근로자로 보더라도 R는 가사사용인이므로 이 사건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 제12조 단서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피고인이 R와 동거하지 않는다는 점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사사용인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한 입법취지는 가사사용인은 일반 가정의 운전기사·가정부·파출부 등 가사에 종사하는 자로서 사용자와 가사사용인과의 관계는 주로 개인적 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거기에까지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규제를 통한 국가적 감독행정을 미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가사사용인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가 수행하는 업무가 가정의 개인적 사생활에 관한 것인가의 여부를 근로내용, 근로장소, 근로시간, 임금내용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가사와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는 경우에는 '본래의 업무 내지 본질적 업무'가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R가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인지, 아니면 피고인 개인에게 고용된 가사사용인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따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R는 피고인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 인부 등 운반을 위한 운전 업무에 종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를 집안 살림살이 또는 이에 부수되는 업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R가 가사사용인이라는 피고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F가 피고인의 근로자인지 여부
근로기준법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되고,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59146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은 제78조 제1항, 제79조 제1항, 제80조 제1항에서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고, 요양 중에 있는 근로자에게 그 근로자의 요양 중 평균임금의 100분의 60의 휴업보상을 하여야 하며,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고, 완치된 후 신체에 장해가 있으면 사용자는 그 장해 정도에 따라 평균임금에 일정 일수를 곱한 금액의 장해보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당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근무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F가 피고인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뿐인바, 이하에서 이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F는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F는 피고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진행하는 공사현장에서 페인트 작업을 해준 다음 일당 약 12만 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용직 근로자이고,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거나 영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F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로부터 최소 6, 7년 전부터 비교적 장기간 지속적으로 피고인에게 노무를 제공해왔다. F는 피고인 외 다른 자에게서 일당을 받고 일을 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의 작업현장에 일감이 없는 경우에 다른 일을 하였던 것으로서 피고인의 작업현장에 다시 일이 생기면 그 현장으로 출근하였다. J에게서 이 사건 공사를 의뢰받을 당시에도 피고인은 F를 불러 다른 작업을 하다가 J의 연락을 받고 현장조사를 위해 F를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보냈고, F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양이라고 하자 피고인이 같이 해주겠다고 하며 J에게서 도급을 받았다.
J과의 관계에서 작업내용, 대금액수 등은 피고인이 합의하였고, 피고인의 계좌로 위 대금을 송금받았으며, 그 대금 중 F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도 피고인이 결정하였다. 피고인은 F가 진행할 작업의 종류 등 이 사건 전체 공사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F에게 알려주었고, F는 약 40년간 페인트칠 작업에 종사한 기술자로서 구체적인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서 굳이 세세히 작업 지시를 받지 않고도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당시 페인트, 붓, 롤러, 실리콘 총, A자 나무 사다리, 안전모 등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자재는 피고인의 사무실에 있던 것을 사용하였고, 페인트 등 자재비는 피고인이 J에게서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고용보험료 등의 비용부담 없이 일당제로 노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고용하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을 당하였음에도 요양비 등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까지 그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위 부상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재판장) 이지연 석윤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