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근로자들의 행위는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던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이 개별 근로계약을 위반하여 유급휴일 근로수당, 기타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유급휴일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그와 같은 주장이 기재된 피켓 등을 들고 파견된 병원에서 집회 및 시위를 하였는바, 이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회사가 취한 경고, 감봉 등의 징계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의 대표이사로서, 2016. 3. 1.부터 대구 북구 C 소재 D병원에서 상시근로자 67명을 사용하여 청소용역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된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동조합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해서는 안된다.
'E(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라 한다)'는 D병원에서 일하는 용역근로자들이 구성한 노동조합이다. B 근로자 17명이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과 B은 2016년 3월부터 단체협약체결을 위해 13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 요구사항 중 하나는 휴업수당과 특별상여금, 연말 성과급 10만 원, 위험수당 2만 원 등의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F 등 이 사건 노동조합원 10명은 2016. 12. 16.부터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점심시간(12:00~12:30)을 이용하여 D병원 지하 1층 직원식당 앞에서 '용역업체는 성실하게 교섭하라', '유급휴일근로수당·기타수당 지급하라', '본원과 칠곡의 차별적 대우(연말 성과급 10만 원, 위험수당 2만 원, 설·추석 상여금 10만 원, 유급휴일 인정 등), 병원장님 서러워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방법으로 홍보 활동을 하였다.
피고인은 2016. 12. 16. 위와 같이 노동조합 업무를 위해 홍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근로자 F 등 7명에게 "귀하와 다른 노조원들의 불법행위가 어떠한 사유와 명분으로도 그 타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는 명백히 부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함을 정히 고지드리는 바입니다. 따라서 즉시 위와 같이 위법부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중단할 것을 엄중하게 경고하며, 유사사례가 발생할 시 취업규칙에 의거하여 인사위원회를 통해 적법의율토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불법(쟁의)행위 중단경고통지'를 공문으로 발송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F 등 근로자 7명에게 문자메시지와 문서를 발송하고, 위와 같은 홍보 활동을 이유로 위 근로자들을 징계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수당을 지급하라'고 한 요구 등은 실제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것일 뿐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이 아니어서 허위사실이 담긴 홍보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하여 한 경고와 징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 부칙 제3조로 폐지) 제39조 제1호가 규정한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는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 노사 쌍방의 태도, 사용자가 할 불이익 취급의 태양, 정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사용자가 불이익취급의 사유로 한 근로자의 행위가 유인물의 배포인 경우에는 그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이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등 참조).
어떤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당시 사정으로 보아 사용자가 당해 징계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설사 그 징계처분이 사법절차에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곧바로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30조 제1항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고, 여기에서 나아가 그와 같은 징계가 그 내용에 있어 징벌권을 남용하거나 또는 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이것이 사회통념상 가벌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5도8291 판결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을 징계한 것이 가벌성이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매주 월, 수, 금 점심시간(12:00~12:30)을 이용한 점, 원청업체인 D병원의 지하 1층 직원식당 앞 로비에서 피케팅을 함으로써 로비 일부를 점거하기는 하였으나 정상적인 병원 업무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병원 시설관리권을 크게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케팅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점, 피켓에 기재한 문구만으로는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해석하여 허위사실로 이 사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D병원이 위 피케팅을 제지했다거나 이 사건 회사가 D병원으로부터 위 피케팅에 대해 직접 항의를 받았다고 볼 증거는 없는 점 등 피케팅이 행해진 시간, 방법, 내용 등을 고려하면 위 피케팅은 사회통념상 노동조합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위 피케팅은 위 근로자들에 대한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다만 아래와 같은 사정으로 보아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에게 징계처분을 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노동조합 소식지에는 '이 사건 회사가 D병원에 제출한 미화용역 산출내역서에는 휴일근로수당 등이 책정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급된 적이 없다. 산출서에 책정된 금액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2016. 10. 26.자), '그동안 지급받아 온 위험수당 2만 원, 연말성과급 10만 원, 유급휴일수당, 특별상여금 등을 일체 지급하지 않은 채 기본급과 연장수당, 야간수당만을 지급했다.'(2016. 12. 19.자)는 내용이 기재되어 배포되었고, 실제로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 F은 이 사건 회사가 유급휴일 수당 등 지급하여야 할 급여를 미지급하였다면서 고용노동청에 이 사건 회사를 고소하기도 하였다. 이와 근접한 시기에 진행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피켓에 기재된 문구인 '유급휴일근로수당·기타수당 지급하라'는 내용은 앞서 본 사정들과 같이 보면, 피고인에게는 단순히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요구사항이 아닌, 연체되었다고 주장하는 유급휴일근로수당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사건 회사는 당초 D병원에 미화용역 원가산출내역서를 제출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전체 용역비가 산정되었는데, 그 원가산출내역서에는 유급휴일수당 등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원가산출내역서는 전체 용역비 산정의 기초 자료에 불과할 뿐 기재 내용 그대로 근로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한편 이 사건 회사는 근로자들과 사이에 예정가격에서 낙찰률을 곱한 금액 이상의 금액을 보수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있으며,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보수 산정은 적법하다는 회신 내용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피케팅을 병원 내 미화사무실, 세미나실에서 하였다가 지하 1층 직원식당 앞에서 하게 된 것은 D병원 관계자들 및 일반인들에게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홍보하여 이 사건 회사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인다. 이후 D병원은 이 사건 회사와 청소용역을 재계약하지 않고, 새로운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였는데, 위 피케팅이 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제53조 제10호에는 직권해고사유 중 하나로 '대외적으로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실추 또는 거래관계에 악역향을 끼친 자'가 규정되어 있다. 피고인으로서는 위 피케팅이 이 사건 회사와 D병원을 비롯한 거래처들에 대한 관계에서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이것이 취업규칙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위 피케팅에 대해 취업규칙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경고와 금지 안내 공문을 보냈고, 그 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에게 견책과 감봉의 징계결의를 하였으나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았는바, 징계의 방법이나 내용으로 볼 때 피고인이 징벌권을 남용하거나 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경대(재판장) 김나연 권비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