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2나332601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3. 11. 1.부터 2015. 1. 13.까지 피고가 운영하는 C 구미대리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이라 한다)의 명의상 공동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2003. 11. 1.부터 이 사건 대리점에서 퇴직한 2020. 4. 29.까지 이 사건 대리점의 영업사원으로서 거래처로부터 납품대금을 수금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피고는 C 본사에 채권조사를 의뢰하여 2019. 2. 20. 원고가 관리하는 거래처에 대하여 실제 수금액과 장부상 수금액을 비교하는 1차 채권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채권조사 결과 원고가 거래처로부터 수금한 납품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원고는 같은 날 ‘2000. 1. 1.부터 2019. 2. 19.까지 거래처로부터 수금한 납품대금을 횡령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388,450,733원을 유용하여 손해를 끼쳤음을 자인한다’는 내용의 자인서, ‘50,000,000원은 2019. 2. 20.까지, 338,450,000원은 2019. 5. 2.까지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변제각서 등을 각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다.

그 후 피고는 다시 채권조사를 의뢰하여 원고가 관리하는 거래처의 장부상 외상매출채권 잔액(= 478,419,988원)과 실제 외상매출채권 잔액(= 69,303,367원)을 비교하는 2차 채권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원고는 2020. 4. 28. 위 차액 409,116,621원에서 ‘상품재고액 6,376,010원’과 ‘기입금 및 퇴직금 합계 350,000,000원’을 뺀 나머지 금액이 52,740,611원임을 확인하는 내용의 별지 기재 채권․재고 조사 집계표(을 제3호증, 이하 ‘이 사건 집계표’라 한다)에 자필 서명하고, 같은 날 ‘이 사건 대리점 재직기간 중 발생한 손해액 52,740,611원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라.

원고는 2018. 8. 31. 피고에게 30,000,000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0. 3. 31.까지 아래 내역과 같이 합계 350,000,000원을 피고에게 송금하였다.

마.

피고는 2020. 4. 28. 원고에게 액면금 3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였다가 바로 반환받았고, 2020. 4. 30. 구미세무서에 원고의 퇴직소득 30,000,000원, 퇴직소득세 900,000원으로 산정한 퇴직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및 그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였으며, 2020. 7. 10. 원고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한 후 2020. 7. 13. 원고로부터 위 퇴직소득세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다.

바.

피고는 ‘① 원고의 연장근로수당 등 합계 12,761,772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② 원고의 퇴직금 41,239,766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공소사실로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약식기소되어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으나 이에 불복한 피고의 정식재판청구로 형사재판이 진행되어 2022. 5. 19. 위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000원에 처하는 판결(위 법원 2021고정145 판결)을 선고받았다. 위 판결에 의하면, 위 ② 공소사실 중 퇴직금 30,000,000원 부분은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동의에 따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30,000,000원 상당의 퇴직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근로기준법 제43조<1>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사.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무죄부분에 대하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유죄부분에 대하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에서 원고의 퇴직금 30,000,000원을 공제하기로 하는 약정”이 퇴직금 사전포기 약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 약정이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대구지방법원 2022노1916 판결, 이하 위 각 형사판결을 ‘관련 판결’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6, 9, 12, 14, 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대리점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자로 피고로부터 퇴직금 30,00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30,000,000원을 직접 지급한 사실이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피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합계 350,000,000원을 송금한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집계표에 기재되어 있는 350,000,000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돈을 말하고 그 우측에 기재된 “(기입금 + 퇴직금)” 부분은 사후에 보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퇴직금채권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처리(이하 ‘이 사건 상계’라 한다) 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설령 이 사건 상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① 원고는 이 사건 대리점에서 2020. 4. 29. 퇴직하였는데,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30,000,000원의 퇴직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이 사건 상계는 위 퇴직일 이전인 2020. 4. 28.에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근로자인 원고의 퇴직금채권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배되고(이하 ‘제1 주장’이라 한다), ② 원고는 사용자인 피고와의 통정허위표시 또는 원고의 착오 또는 피고의 강요와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집계표 등을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해주었으므로, 이 사건 상계는 근로자인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터 잡은 동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이하 ‘제2 주장’이라 한다) 무효다.

나.

피고

피고는 원고에게 2020. 4. 28. 3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함으로써 원고가 주장하는 퇴직금을 직접 지급하였다.

설령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직접 지급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대리점에서 납품대금을 횡령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채권이 있었고, 원고의 퇴직금채권과 피고의 손해배상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하기로 하는 합의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므로 원고에게 30,000,000원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집계표의 해석

1)

사문서의 인영이나 서명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해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된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서명날인을 하였다고 추정되고, 그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하므로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11590 판결 등 참조).

2)

앞서의 기초사실,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집계표에 기재된 원고의 서명 부분은 원고의 자필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문서는 그 전체가 완성된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인 원고가 서명을 하였다고 추정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완성문서로서의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집계표 중 “(기입금 + 퇴직금)” 부분이 사후에 보충되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집계표가 작성될 당시까지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돈이 합계 350,000,000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집계표에 350,000,000원의 내역이 “(기입금 + 퇴직금)”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점, ② 원·피고 쌍방은 당시까지 원고가 2018. 8. 31. 피고에게 송금한 30,000,000원을 누락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관련 판결에 이르기까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이 금액이 횡령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변제금이라고 언급된 바 없다), ③ 이 사건 집계표 작성 이후 원·피고는 원고의 퇴직금 30,000,000원이 상계처리 방식으로 지급되었음을 전제로 그 후속조치를 취한 점, ④ 원고는 제1심 단계에서 퇴직금 30,000,000원에 대한 피고의 상계처리가 있었지만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은 것이 아니어서 이 사건 상계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집계표에 기재되어 있는 350,000,000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320,000,000원과 원고의 퇴직금 30,000,000원의 합계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그 무렵 원고의 퇴직금채권 30,000,000원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처리 하였다 할 것이다.

나.

변제 항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액면금 3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교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직후 피고는 원고로부터 위 당좌수표를 바로 반환받은 점, 위 당좌수표 교부로써 퇴직금을 직접 지급한 것이었다면 이 사건 집계표에 350,000,000원 내역을 “(기입금 + 퇴직금)”이라고 기재할 필요는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위 당좌수표가 교부된 사실만으로는 퇴직금 30,000,000원이 직접 지급되는 방식으로 변제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퇴직금을 변제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상계의 효력에 관한 판단

1)

제1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제4면 아래에서 제5행 내지 제5면 아래에서 제7행까지의 “가. 제1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제2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서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경우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계계약 또는 합의에 의한 상계에 해당하고, 민법 제497조가 금지하는 단독행위인 ‘상계’라고 볼 수 없다.

나)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 앞서 거시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계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동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상계는 유효하다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2019. 2. 20. 작성된 자인서와 변제각서, 2020. 4. 28. 작성된 각서에 자필 서명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였다.

②

2020. 4. 28. 자 각서는 이 사건 집계표를 토대로 작성된 문서로서 원고의 퇴직금채권 30,000,000원이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처리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집계표에는 350,000,000원이 기왕의 송금액 320,000,000원과 퇴직금 30,000,000원의 합계액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원고는 위 내용이 담긴 이 사건 집계표에 자필 서명하였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집계표 등을 작성한 때로부터 약 3개월이 경과한 2020. 7. 13. 원고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한 피고에게 퇴직소득세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⑤

관련 판결에서도 이 사건 상계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⑥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350,000,000원만을 변상하면 나머지의 변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그 이후 원고에게 새로운 대리점을 내주겠다고 회유하여 자인서, 변제각서, 이 사건 집계표 등에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원고의 퇴직금채권은 유효하게 성립한 이 사건 상계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정일(재판장) 손윤경 정진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