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11. 16. 선고 2022노317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소속된 B연구소는 국가기관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B연구소의 업무를 실제로 총괄․관리하는 사람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해당한다. 또한 근로자 E 및 B연구소 소속 다른 직원들의 진술, 국립산림과학원의 내부위임전결 규정, 근로자 E의 출장신청서 기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F을 통하여 근로자 E으로 하여금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착기로 약 2.2m 높이의 굴착 작업을 하게 한 사실도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아래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는데,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B연구소의 소장으로서 관리감독자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소속 근로자로 하여금 굴착기로 약 2.2m 높이의 굴착 작업을 하게 하면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의 작성 등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국가에도 적용되고,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데(구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이와 같은 사업장은 주로 장소적 관념에 따라 결정되나,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말할 정도의 독립성이 있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B연구소의 경우 국립산림과학원의 소속기관이기는 하나, C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과는 장소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국립산림과학원과 별도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고, 상시 약 50명 정도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B연구소의 소장이 국립산림과학원 위임전결사항규정 제3조에 따라 B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한 복무 관리를 하고, B연구소의 업무에 관한 전체적인 관리 및 지휘ㆍ감독을 하므로, B연구소의 경우 구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독립적인 사업장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자, 즉 그 사업에서의 경영주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개인기업에 있어서는 그 사업주 개인, 회사 등 법인에 있어서는 그 대표자가 아닌 법인 자체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2887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등 참조).

국가는 그 행정사무를 담당하게 하기 위하여 중앙행정기관을 두고 있고(정부조직법 제2조,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1조 제1호), 중앙행정기관 중 하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소속기관으로 산림청을 두고 있는데(정부조직법 제26조 제1항 제11호, 제37조 제5항), 산림청은 그 소속기관으로 국립산림과학원을 두고 있고(산림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2조 제3항), 국립산림과학원은 다시 그 소속기관으로 B연구소를 두고 있으므로(산림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제19조 제1항), 국가가 아닌 중앙행정기관 및 그 소속기관은 독자적인 법인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본 것과 같이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국가에도 적용되는 것인바,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미에 관한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B연구소와 같이 독자적인 법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중앙행정기관의 하부 소속기관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책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사업주는 국가인 대한민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장의 관리감독자는 경영조직에서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와 그 소속 직원을 직접 지휘ㆍ감독하는 부서의 장 또는 그 직위를 담당하는 자를 말하는데, ① 피고인은 위임전결에 따라 B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한 복무 관리를 하고, 안전보건을 포함한 B연구소의 업무에 관한 전체적인 관리 및 지휘ㆍ감독을 하는 B연구소의 소장이었던 점, ② ‘생산과 관련되는 업무’는 ‘산업활동’을 통하여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거나 제공하는 업무로 해석되는데, ‘산업활동’이란 각 생산단위가 노동, 자본, 원료 등 자원을 투입하여 재화 또는 서비스를 생산 또는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 과정을 의미하므로, 근로자 E이 담당하던 B 연구소의 청사 외부 시설관리 업무도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B연구소의 소장으로서 근로자 E에 대한 관계에서 관리감독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4)

피고인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국립산림과학원장의 B연구소 방문을 대비하여 근로자 E에게 D 현장 탐방로의 빗물로 패여진 부분을 정비하는 작업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근로자 E이 기안한 출장기간은 ‘2018. 4. 27.(1일)’, 출장목적은 ‘D 관리(관리사, 탐방로 미니굴삭기 작업)’로 기재된 출장신청서에 2018. 4. 27. 오전 7:34경 결재를 하였다.

근로자 E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2톤 ‘KUBOTA’ 굴착기(이하 ‘이 사건 굴착기’라 한다)로 D 현장 탐방로의 빗물로 패여진 부분을 정비하다가 이 사건 굴착기가 전복(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되는 바람에 상해를 입게 되었다.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8. 3. 30. 고용노동부령 제215호로 일부개정된 것, 이하 ‘구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별표 6]에 따르면, 이 사건 굴착기는 차량계 건설기계에 해당한다. 또한 ① 대구지방고용노동청영주지청이 2020. 11. 3.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작성한 현지 출장 확인 보고에는 ”이 사건 사고 지점은 건물 왼쪽에 있는 장소이고, 아래쪽에서 이 사건 사고 장소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었는데, 이 사건 사고 장소로 올라가는 도로 오른쪽에는 물 웅덩이가 있었고, 물 웅덩이에서 이 사건 사고 현장까지는 높이가 약 3.5~4m 정도가 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② 대구지방고용노동청영주지청이 2020. 12. 29. 이 사건 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작성한 현장 조사 결과 보고에도 ”E이 ‘현재 사고 장소는 사고 당시와 다르고, 정화조 옆에 V 자형으로 우수로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깊이는 약 2m 정도였으며, 산 쪽에 대나무가 식재되어 있는 장소 뒤쪽에서 흙을 채취하여 관리사 쪽 패인 부분을 메꾸는 작업을 하였다’라고 하여 E이 말한 흙 채취 장소를 실측한바, 높이는 약 220cm, 너비는 약 470cm임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 사진을 확인한 결과 E의 주장과 같이 V자형으로 된 우수로가 있었음이 확인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 E은 이 사건 굴착기로 굴착면의 높이가 적어도 2m 이상이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2항,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특히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이나 ‘굴착면의 높이가 2m 이상이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ㆍ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따라서 B연구소의 소장으로서 근로자 E에 대한 관계에서 관리감독자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근로자 E에 대하여 차량계 건설기계인 이 사건 굴착기로 굴착면의 높이가 적어도 2m 이상이 되는 지반의 굴착작업을 할 것을 지시한 이상 해당 작업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작업계약서를 작성한 후 그 계획에 따라 근로자 E이 해당 작업을 하도록 하였어야 하나, 피고인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나.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인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검사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및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