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 10. 26. 선고 2017고정267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마포구 E, 8층에 있는 ㈜F의 대표이사로, 상시 3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방문 및 인터넷 이용 교육업 등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0. 11. 1.부터 2015. 6. 3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G의 2011년 연차미사용수당 1,515,78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내역과 같이 연차미사용수당 등 합계 6,315,750원을 당사자 사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근무하다 퇴사한 근로자 G의 퇴직금 15,554,68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2.

판단

가.

법리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당사자들이 다투는 쟁점과 관련 대법원 판결

검사는 '피고인이 G을 고용하였으므로, G은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이다'고 주장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은 G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므로, G은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즉, G의 근로자 해당 여부를 가지고 다툰다.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과 요소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는 판단기준과 요소 중 일부는 'G이 근로자이다'는 점에 부합하고, 다른 일부는 'G이 근로자가 아니다'는 점에 들어맞는다.

2)

피고인의 고의 유무

G이 근로자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기록으로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피고인이 G에 대한 연차미사용수당과 퇴직금을 법령이 정한 기간 내에 지급하지 않을 당시 피고인에게 그 지급 의무(피고인의 G에 대한 연차미사용수당과 퇴직금 지급 의무)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F는 전국 각 학교에 방과 후 학교 컴퓨터수업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이에 따라 ㈜F는 전국 각 학교와 방과 후 학교 컴퓨터수업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설비를 공급하며 컴퓨터 수업을 진행할 교사를 배치한다. ㈜F는 전국 단위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전국 거점지에 사무소 또는 지점을 설치하여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직원(운영국장)을 두고, 그와 별도로 지역장 또는 지역본부장(이하 '지역장 등'이라 한다)을 두었다. 지역장 등의 업무는 그 지역에 있는 학교를 방문하여 방과 후 학교 수업 운영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영업활동을 하고, 컴퓨터를 수리하여 주는 것 등이다. 피고인은 행정직원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근로계약서는임금, 근무장소, 근로시간, 유급휴일, 연차휴가, 퇴직금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수사 기록 66, 67면). 반면 피고인은 지역장 등과는 '지역장 업무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지역장 업무계약서는 수수료, 업무 범위 등에 관하여만 정하고, 근무장소나 근로시간, 휴가 등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지역장 업무계약서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상 이 계약의 내용을 계약 당사자인 지역장 G은 충분히 숙지하였으며, 특히 자유직업소득자로서 근로자가 아님을 확인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G" 부분은 G이 손으로 쓴 것이다(수사기록 61~63면). G은 지역장 업무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근로자가 맞다는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G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10면).

나)

피고인 또는 ㈜F 행정직원은 G에게 특정한 근무장소나 근무시간을 지정하지 않았다. H 사무소는 2014년 말쯤 생겼기 때문에 그 전에는 G이 출근하여야 할 장소가 존재하지 않았고(G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13면), H 사무실이 생긴 후에도 피고인 또는 ㈜F 행정직원이 G의 H 사무실 근무 여부를 관리·점검하였다는 자료는 없다. 근무시간에 관하여도, 피고인은 G의 업무수행 여부만을 관리하거나 보고받았을 뿐이고 통상의 근무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중 G의 업무수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다만, 피고인은 G의 퇴사 직전인 2015. 4. 1.부터 G에게 일일보고(Daily Report)를 요구하였는데(수사기록 32면 이하, 수사기록 90면 이하), 이는 G의 중국 출장 문제로 피고인과 G이 갈등을 빚을 무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5. 4. 1. 이전에 피고인이 G의 시간대별 근무를 확인한 자료는 없다].

다)

피고인이 G의 연차휴가를 관리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G의 연차휴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나 대장은 구비되지 않았고, G은 단지 본사 팀장에게 휴가 사실을 말하였을 뿐이다(G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37면). 또한 피고인은 ㈜F의 근로자를 위하여 취업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역장 등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라)

피고인은 G을 포함한 지역장들에게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수수료 지급 명세서'를 송부하였다(수사기록 26면). G은 근로자들이라면 하여야 할 연말정산을 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연말정산에 따른 세금 환급 또는 추가 납부 등에 관하여 문의한 바도 없다.

마)

피고인이 지역장들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기본수수료, 낙찰수수료, 낙찰재평가 수수료, 예산수수료, 기타수수료를 모두 합한 금액으로 책정되는데, 특히 지역장의 계약 수주 성과로 부여되는 낙찰수수료, 낙찰재평가수수료의 매달 편차가 크다(증 제2호증의 1 내지 12). 이러한 점이, 피고인으로서는 이토록 편차가 큰 수수료가 고정적인 성격을 갖는 급여와는 다르다고 인식할 만한 계기가 된다.

바)

피고인은 G을 포함한 지역장들에 관하여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퇴직금도 준 바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지역장들로부터 4대 보험 미가입, 퇴직금 미지급 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 받거나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받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은 G에게 연차미사용수당이나 퇴직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G에 대한 연차미사용수당이나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송영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