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1. 5. 26. 선고 2010노274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대표사원으로 있는 C 합자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4차례에 걸친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피고인이 2009. 3. 13. 취업규칙 변경으로 운송수입금을 75,000원에서 80,000원으로 변경한 것은 그 무렵 택시 기본요금 상승으로 근로자들의 1일 운송수입금이 20,000원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고, 2009. 7. 3. 취업규칙 변경으로 운송수입금을 80,000원에서 85,000원으로 변경한 것 및 2009. 7. 17.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무시간을 40분 단축시키고 근속수당을 성실근무수당으로 포함시킨 것은 최저임금법의 개정에 따른 것이었는바, 위 3차례의 취업규칙 변경은 모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인은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설사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위 4차례의 취업규칙 변경 당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들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용자측의 개입과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취업규칙 변경은 모두 유효하다.

그렇다면, 유효한 취업규칙에 따른 운송수입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아니하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미납 운송수입금 상당액을 임금에서 공제한 것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의 변경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근로기준법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량(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이 대표자로 있는 이 사건 회사는 2008. 6. 1. 근로자들이 회사에 납부하는 1일 운송수입금을 67,000원에서 75,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을 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이 부분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나)

그리하여 대전지방노동청은 2009. 1. 16. 이 사건 회사에 '2008. 7. 8. 신고한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방식 또는 회의방식에 따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이러한 동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2009. 2. 6.까지 다시 취업규칙 변경신고를 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취업규칙변경 보완명령을 하였다.

다)

피고인은 위 명령에 따라 2009. 1. 29. 근로자들을 소집하여 2008. 6. 1.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추인 여부를 안건으로 하여 회의를 하도록 하였고, 그 회의에는 근로자들의 요청으로 근로감독관 D, E이 참석하였다.

라)

위 2009. 1. 29. 회의 당시 피고인은 취업규칙 변경의 취지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회의장을 나갔으나, F 전무는 자신도 월급을 받는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회의장에 남아 있었다. 피고인이 회의장을 나가자 상조회장인 G가 회의를 주재하였는데, ① 운송수입금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정규직 근로자인 일명 '스페어기사'도 동의 여부를 표시해야 하는지, ② F 전무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③ 2008. 7. 8. 이후에 들어온 사람도 동의 여부를 표시해야 하는지, ④ 무기명으로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등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였고, 정작 운송수입금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소요되자 피고인은 몇 차례 회의장에 다시 들어와 '나 화났어, 싸인하고 가세요, 그러면 됩니다! 또 본인이 동의를 못하시겠다면 그냥 나가시면 되고요' 등으로 회의를 빨리 마무리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 결과 회의에 참석한 50여 명의 근로자들 중 41명의 근로자가 추인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동의안에 연명으로 서명을 하였다.

마)

피고인은 2009. 3. 12. 대전 대덕구에 있는 'H 식당'에서 F 전무와 함께 상조회장 G, 상조회원 I, J, K, L 등에게 식사를 사 주면서 '내일 있을 총회에서 사납금을 인상하는 취업규칙 변경이 있을 것이니 모두들 협조해 달라. 짝궁인 친한 직원도 데리고 와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였다.

바)

피고인은 2009. 3. 13. 이 사건 회사 차고지 마당에서 회사에 납부하는 1일 운송수입금을 75,000원에서 80,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를 안건으로 하는 회의를 소집하였는바, 그 자리에서도 근로자들 사이에 취업규칙변경 내용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이 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취업규칙 변경 동의안에 연명으로 서명을 하는 방법으로 47명의 근로자가 동의를 하였다.

사)

피고인은 2009. 7. 3. 다시 회사에 납부하는 1일 운송수입금을 80,000원에서85,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2009. 7. 17. 근무시간을 40분 단축하고 근속수당을 성실근무수당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동의 여부를 묻는 회의를 소집하였는바, 위 각 회의에서도 별다른 논의 없이 피고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동의서에 연명으로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51명의 동의를 하였다(이하 4차례에 걸친 취업규칙의 변경을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이라고 한다).

2)

이 사건 각 취업규칙의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 · 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처음으로 운송수입금 인상을 추진하였던 2008. 6.경 이 사건 회사의 1일당 회사 납부 운송수입금 67,000원은 그 당시 대전 지역 다른 택시회사들에 비하여 비교적 적은 액수에 해당하였던 점(피고인을 고발하였던 M도 수사기관에서 이러한 점은 인정하였다), 2008. 11.경 대전 지역 택시 기본요금이 1,8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라 근로자들의 운송수입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점은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보기 위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요건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① 회사에 납부하는 운송수입금의 인상은 근로자들의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는 근로조건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조건에 해당하는 점, ② 피고인이 회사에 납부하는 운송수입금을 인상하고자 할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재정상황 등 그 필요성이 인정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③ 회사마다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기본 임금수준이 다르므로 회사에 납부하는 운송수입금의 액수만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원심 증인 G는 법정에서 '사납금 수준이 92,000원에서 95,000원 정도인 회사들은 우리보다 월급이 많이 나오고, 우리는 입금액이 약한 대신 월급이 조금 적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3)

근로자 과반수의 유효한 동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 당시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2009. 1. 29. 추인을 위한 회의 당시 50여 명의 근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하였으나, 회의의 진행방식과 동의여부의 의견을 표시하는 방식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오가다가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견 교환을 하지 못한 채 연명으로 서명하는 방식으로 동의를 하게 되었던 점(피고인을 고발한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았음이 명백한데, 피고인이 당심에서 제출한 위 회의 당시 녹취록의 기재에 따르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명시적으로 표시되거나 각 의견들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오간 흔적이 전혀 없다), ② 그 당시 사용자 측이라고 볼 수 있는 F 전무가 회의장에 남아 있었고,<1> 피고인도 몇 차례 회의장에 들어왔으며, 시간이 생명인 택시회사의 특성상 시간

에 쫓겨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인은 당시 회의에 소요된 시간 중 한 시간만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주겠다고 하였다), ③ 피고인이 2009. 3. 13. 회의가 있기 바로 전날 아침에 근로자들 중 일부에게 식사를 제공하면서 다음날 있을 회의에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해줄 것을 명시적으로 부탁하였던 점, ④ 2009. 3. 13., 2009. 7. 3., 2009. 7. 17. 각 회의에서도 피고인이 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동의 대상이 된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근로자들 사이의 실질적인 의견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에다가 ⑤ 피고인이 몇 명의 근로자들을 포섭하여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해 주면 다른 근로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돈을 식대 명목으로 매월 1만 원씩 주겠다고 하며 일명 '싸인계'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경찰 작성의 N에 대한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였으나, 피고인이 2009. 3. 12. 몇 명의 근로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였던 점에 비추어 N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 등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피고인의 2010. 12. 28. 변경 및 추인동의 주장

피고인은 2011. 1. 16.자 변론요지서에서 2010. 12. 28. 14:00 이 사건 회사 차고지에서 회의를 열어 회사에 납부하는 1일 운송수입금을 85,000원에서 86,000원으로 인 상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에 다툼이 있으므로 이를 모두 추인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한꺼번에 결의해 달라고 요청한 후 F 전무와 함께 사무실로 올라갔고, 근로자들 63명 중 61명이 참여하여 논의한 끝에43명의 찬성으로 변경 및 추인이 이루어졌으므로, 항소심 판결 선고시를 기준으로 할 때 피고인에게는 임금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주장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을 도과한 이후의 주장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항소심 공판절차 진행 중에 이 사건 각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사후 추인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근로기준법위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미지급한 임금을 항소심 공판절차 진행 중에 지급하더라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과거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2회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 과정에서 근로자 측과 성실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죄질이 불량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법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자들이 한 자동차 가압류에 대하여 채권액 전액을 해방공탁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임금채권이 확보된 점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연령, 성행, 경력, 생활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