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6. 14. 선고 2021노395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6월에, 피고인 B를 벌금 500만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B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다만,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이 선고한 형(피고인 A : 징역 6월, 피고인 B : 징역 8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이하 이 항에서 ‘피고인’이라 한다)의 사기 죄책 성부에 대한 판단

가.

직권판단

항소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는바(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피고인에 대한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피고인 B에 대한 사기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2)

관련 법리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행위자들 각자의 지위와 역할, 다른 행위자에 대한 권유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에 기한 상호 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A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선급금을 편취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피고인은 2016년경부터 주식회사 I(이하 ‘I’이라 한다)을 운영해 왔는데, A은 그 무렵 피고인과, 향후 A이 영업활동을 통해 가져오는 공사건을 I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여 I의 건설업 면허를 이용해 진행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A이 과거 ‘AA’ 회사를 운영하며 피고인에게 진 채무를 변제하기로 합의하였다.

○

피고인과 A은 그 무렵부터, 피고인은 A이 가져온 공사건에 관련하여 I 명의의 계약서에 날인하는 것 외에 도급인과의 계약 조건 협의, 하도급업체 선정, 공사 진행경과 등 공사 전반에 관하여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아니하고, A의 책임과 권한 하에 공사를 완성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한편 자재대금 등 공사에 필요한 자금 집행은 A이 요청하는 내용에 따라 피고인이 I 계좌에서 지급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과 A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공사선급금 명목의 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I 명의로 피해자와 체결한 공사계약은 A이 자신의 후배 AM을 통해 수주한 공사에 관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피고인과 A의 I을 통한 사업 내지 동업방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사기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계약 내용에 따른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내지 A에게 해당 공사를 수행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A의 사기 범행에 대한 공동가공의 의사로 피해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선급금을 지급받았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

이 사건 계약조건 협의는 A과 피해자 사이에서 이루어졌고, 계약 체결 전후로 피고인이 공사에 개입하거나 그와 관련한 지시를 행한 사실은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계약 체결일에 처음 만났고, 선급금 비율도 A과 피해자의 합의에 따라 정해졌으며, 건축허가 및 착공 지연으로 인한 분쟁도 A과 피해자 사이에서만 발생하였다. 달리 피고인이 계약 체결 전 A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가 완성 불가능하다거나, 실제로는 공사를 할 생각이 없으나 돈이 필요해서 공사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

A이 이 사건 계약 체결 전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게 되면 자신이 생활비로 쓸 돈을 우선 지급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 그에 따라 피고인이 선급금 수령 후 그 중 510만원을 A에게 송금한 사실, 이 사건 공사계약서 계약조건에 “을(I을 의미한다)은 수령한 선급금을 당해 공사 이외의 타 용도에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피고인은 A이 이 사건 공사로 자신이 취득할 이윤 중 일부를 선지급해달라고 요청하여 송금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계약서상 위 문구를 피고인, A, 피해자가 특별히 의미를 두고 협의하여 추가하였다거나(계약조건 중 선급금 관련 조항에 기재된 “계약금액의 00% 이내에서 선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로 보아 위 선급금 조항은 당사자들이 사용한 계약서 양식에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선급금을 반드시 공사자재 확보 용도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위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그 외에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은 후 A의 요구에 따라 이를 이 사건 공사와 무관한 A의 H에 대한 채무변제, 다른 현장 공사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계약 체결 및 선급금 수령 이전에 A이 선급금을 그러한 용처에 사용할 예정임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선급금을 그와 같이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으나, 이 사건 공사는 A이 주도하는 공사였기에 피고인이 깊이 간섭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A을 만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나.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은 무죄로 인정되는 위 죄와 유죄로 인정되는 나머지 원심 판시 각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단일한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피고인에 대한 사기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 A은 사기 범행에 대하여 공동정범이 아닌 단독범으로서의 죄책을 지므로, 피고인 A을 사기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 또한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