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2가단10152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66,014,818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5. 5.부터 2024. 6. 12.까지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6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대전 유성구 C 소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수급인으로, 2016. 5. 2. 주식회사 D(이하 ‘D’라고 한다)와 사이에 D에 이 사건 공사 중 ‘토공가시설공사’(이하 ‘이 사건 하도급공사’라고 한다) 부분을 대금 115,500,000원, 공사기간 2016. 5. 2. ~ 2016. 6. 15.로 정하여 도급 주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D의 직원인 원고는 2016. 5. 5.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이형철근을 가공기(링말이 기계, 이하 ‘이 사건 가공기’라고 한다)에 집어넣어 스프링 모양으로 변형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장갑과 함께 오른손 전체가 위 가공기 모터 안으로 말려 들어가 이에 원고가 말려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다가 위 가공기에 앞쪽 가슴과 어깨를 부딪쳐 오른손과 갈비뼈, 어깨 등에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① 흉추 5, 6, 7, 8번 극상돌기 골절, ② 우측 쇄골 골간 개방성 골절, ③ 우측 견갑골 체부 골절, ④ 우측 큰마름뼈(손목뼈) 골절, ⑤ 우측 첫 번째 중수골 기저부 골절, ⑥ 우측 첫 번째 근위수지 골간 골절, ⑦ 우측 무지 원위수지 기저부 개방성 골절, ⑧ 우측 두 번째 원위수지 두부 개방성 골절, ⑨ 우측 상완총 불완전 손상, ⑩ 우측 제2수지 경지골 절단 상태, 우측 엄지 경지골 절단 상태 등의 상해를 입게 되었다(이하 ‘이 사건 최초 상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가)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해당하여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안전보건조치의무 등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상해를 입게 하였는바,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나)

한편, 피고는 도급인으로서 비록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으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러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노동자 보호규정은 사법상 사업주의 의무 및 근로자의 권리로 전환되어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해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될 수 있고,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도 있다.

2)

피고

가)

피고는 원고의 사업주가 아니다. 이 사건 가공기도 D의 소유로 D가 작업을 위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이형철근은 표면이 매끈하기 때문에 이형철근의 철근 가시에 의해 장갑이 걸려 손이 빨려 들어갔다는 원고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는 원고의 전적인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다.

나)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소정의 ‘도급사업자’에는 해당하나, 같은 법 제29조 제3항 소정의 구체적 안전보건의무가 부여되어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개별적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을 이유로 도급사업주인 피고에게 곧바로 민법 제756조 소정의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

피고는 원고를 직접 고용한 적도 없고, 이 사건 하도급공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지도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이 발생할 수 없다.

나.

판단

1)

채무불이행책임 성립 여부

가)

일반적으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는 지휘·감독의 관계가 없으므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수급인의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없는 것이지만,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와 같은 이른바 노무도급의 경우에는 비록 도급인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로서의 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다37676 판결 참조).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 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 위의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1995. 10. 19. 대통령령 제147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에 의하여 사업주의 안전상 조치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용자일지라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만일 실질적인 사용관계에 있는 노무도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노무수급인의 생명·신체·건강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경우 노무도급인은 노무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는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하도급인이고, 원고는 하수급인인 D에 고용된 피용자로 직접적인 근로관계는 없는 점, ②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에서 실질적으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거나 노무도급을 주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③ 원고는 ‘근로자 파견관계에서 사용사 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관한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 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약정상 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 규정이 적용될 수는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1>)’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들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도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파견근로자의 경우는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의 작업장에 파견받아 지휘·명령하며 자신을 위한 계속적 근로에 종사하게 한다는 점에서 앞서 본 대법원 판례의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사실상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 사건에는 위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원고와 사이에 어떠한 근로관계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이에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해 원고의 청구가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에 걸리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도 판단하지 않는다.).

2)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가)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같은 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 같은 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으로, 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은 사업주와 그의 수급인이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을 의미하고, 장소적 동일성 외에 시간적 동일성까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참조).

나)

관련규정

구 산업안전보건법(2017. 4. 18. 법률 제147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9조 제1항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각 호로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2.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을 각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2019. 12. 24. 대통령령 제30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2항은 ‘법 제29조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사업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7. 1. 2. 고용노동부령 제1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30조 제4항은 ‘법 제29조 제3항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를 말한다.’라고 하면서 제16호에 ‘프레스 또는 전단기(剪斷機)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장소’를 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도급인인 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는 이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규칙<2>의 내용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6. 7. 11. 고용노동부령 제1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회전축·기어·풀리·플라이휠·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울·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같은 조 제6항은 ‘사업주는 선반 등으로부터 돌출하여 회전하고 있는 가공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고, 제8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에 스위치·클러치(clutch) 및 벨트이동장치 등 동력차단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연속하여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기계로서 공통의 동력차단장치가 있거나 공정 도중에 인력에 의한 원재료의 공급과 인출 등이 필요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제8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근로자 배치 및 교육, 작업방법, 방호장치 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한 후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제95조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날·공작물 또는 축이 회전하는 기계를 취급하는 경우 그 근로자의 손에 밀착이 잘되는 가죽 장갑 등과 같이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을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판단

위와 같은 법리 및 규정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2, 1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하수급인인 D와 같이 각각의 해당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하도급 공사는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로 이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이 사건 가공기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 제16호 소정의 ‘전단기’에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가공기를 사용하도록 함에 있어 이 사건 가공기에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피고는 ‘회전축을 덮개로 덮을 경우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고, 국내에 그와 같은 덮개가 달린 링말이 기계도 시판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가공기에 투명 덮개나 방호울 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안전장치를 보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④ 이형철근이 비교적 매끈한 상태로 가공되어 나오는 것으로는 보이나, 제조상의 하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모든 표면이 다 매끄럽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의 주장처럼 그 중 튀어나온 가시 같은 부분에 평소 원고가 사용하던 용접용 장갑이 걸려 이 사건 가공기에 손이 빨려 들어갔을 수도 있으므로 그와 같은 원고의 주장이 전혀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이 사건 가공기에 즉시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스위치 등이 존재하였는지 의문이고,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가공기에 풋스위치가 있어서 구동을 위해서는 풋스위치를 밟고 있어야 하고, 발에서 떼면 가공기가 멈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피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고가 이 사건 가공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면서 반사적으로 풋스위치에서 발이 떨어져 큰 사고를 면했을 것으로 보이나 그러하지 아니한 점에서 피고의 위 주장은 쉽사리 믿기 어려운 점, ⑥ 절단 위험이 높은 작업을 위한 장갑이 시중에 시판되고 있고,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의 손에 밀착이 잘 되는 가죽 장갑 등과 같이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을 제공 및 사용하도록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인에게 요구되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여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피고의 시효 소멸 항변 관련

가)

관련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손해를 안 날’이라 함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고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가 있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 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 그리고 권리자인 피해자의 위와 같은 주관적 용태, 즉 손해를 안 시기는 시효의 이익을 주장하는 자에게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21518 판결 참조).

나)

판단

피고는 ‘원고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는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하여 시효완성으로 청구권이 소멸하였다.’라고 주장하는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4호증, 을 제5, 7, 1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 F병원장, G병원장, H병원장에 대한 각 신체감정촉탁 결과(이하 ‘F병원 정형외과 신체감정서’ 등으로 칭하고, 통틀어서는 ‘이 사건 각 신체감정서’라고 한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①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최초 상해를 입었던 점, ② 그 후 원고는 I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2016. 6. 24. ‘외상으로 인한 수차례 외과적 수술 후 조절되지 않는 이상 통증 및 감각, 신경병증성 통증 소견을 보인다.’라는 소견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I형으로 임상적 추정 진단을 받았고(을 제7호증의1, 1쪽), 2016. 8. 25.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II형으로 추정 상병이 평가되었으며(을 제7호증의2, 2쪽), 2019. 9. 23. 같은 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II형으로 최종 진단을 받은 점(을 제7호증의1, 4쪽), ③ 위 최종진단서에는 ‘기존 치료에 대하여 통증완화 효과에 제한이 있어 통증에 대하여 척수자극기 삽입 등 고려 필요한 상태임’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한편, F병원에서도 2016. 9. 6.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II형에 대한 진단을 받은 점(을 제5호증 4쪽), ④ 원고는 통증으로 인해 2019. 9. 23. F병원에서 SCS(척수자극)에 대해 상담을 하였고(을제5호증, 9쪽), 2020. 2. 6. 척수신경자극기설치술(SCS Insertion)을 수술받은 점(갑 제14호증, 을 제5호증, 25쪽), ⑤ F병원의 주치의는 원고에 대해 2020. 2. 18. ‘오른팔 통증이 약물 및 신경치료에 반응 없어 이에 대한 evaluation and management위해 입원함’이라고 진단한 점(갑 제14호증), ⑥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의 요양이 끝나고 원고의 장해급여 최초 청구일인 2021. 7. 6.경에 비로소 원고의 장해 등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나, 손해를 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 발생을 예견할 수 있을 때를 포함하고, 이때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일견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⑦ 또한 원고는, ‘산재보험법상의 치료종결 시점 및 보험급여 등의 청구절차 등을 보더라도, 재해자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요양 중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재판 도중 요양이 종결되어 공단으로부터 장해 외 등급 결정을 받게 되면 재해자는 사업주를 상대로 더 이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등의 사정을 보더라도, 요양종결 시점인 2021. 6. 30.을 그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객관적인 신체감정 등을 통해 특정된 손해를 청구하는 것이고, 요양 도중 소를 제기한 후 향후 보험급여 등이 확정되면 그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를 구하는 것이 일반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아래 이 사건 각 신체감정서를 토대로 작성한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팔꿈치관절 부분강직’에 대한 후유증 및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II형’을 근거로 청구하는 것(이하 ‘이 사건 인정 상해’라고 한다)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또는 그와 근접한 시기에 이미 원고가 그 손해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위 나머지 청구는 이미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되어 그에 대한 권리가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일부 이유 있다.

<3>

<4>

<5>

3.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도 위험한 작업도구를 취급함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 자신의 신체 등을 보호해 안전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태만히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되고, 원고의 이러한 잘못이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이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내용, 당사자의 과실의 정도,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4.

손해배상의 범위

아래에서 별도로 설시하는 것 이외에는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금액은 원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리고,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로 계산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나아가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가.

일실수입(소극적 손해)

1)

인적사항

2)

소득 및 가동일수 : 도시보통인부(다툼 없음), 월 20일(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결에 따름)

3)

노동능력상실률(복합장애, 개개의 장해율은 앞서 본 표 참조)

4)

현가계산(합계: 191,338,212원)<6>

나.

적극적 손해

1)

기왕치료비

원고는 2016. 5. 5. ~ 2016. 7. 25.까지 I병원에서의 정형외과 치료비 4,262,812원, 2020. 2. 18. ~ 2020. 3. 4.까지 F병원에서의 마취통증의학과 치료비 91,710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시효로 인해 소멸한 다른 청구권에 대한 치료비 등과 혼합되어 있어 그 중 팔꿈치관절 부분강직에 대한 부분만 별도로 산정하기가 어렵다. 이에 후자의 91,700원만 기왕치료비로 인정한다.

2)

향후치료비

○

E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체감정서에 의하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한 항후치료비로 아래와 같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회신됨. 다만, 향후치료비 중 배터리 교체시기는 기존에 2020. 11.경 시행된 것으로 보아 그로부터 9년 후인 2029. 11.을 1회로 보고, 그 후로 매 9년 주기로 계산함. 나아가 계산의 편의상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다음날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함

○

H병원 성형외과 신체감정서에 따르면, 반흔치료비 등으로 소정의 치료비가 예상되나, 위 신체감정서상의 해당 흉터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발생한 것으로 그에 대한 손해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함

○

현가계산(합계: 168,842,385원)

3)

보조구

원고는 향후 보조구에 대한 손해로 F병원 정형외과 신체감정서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우측 제2수지 절단에 대한 미용적 의지에 관한 부분을 청구하나, 이 부분 청구도 이미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기왕개호비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2016. 5. 9. ~ 2016. 6. 7.까지 간병비 명목으로 250만 원을 지출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므로 보건대,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위 기간 동안 간병인으로부터 간병을 받고 25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부분 손해는 그 발생 당시부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임을 원고가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로부터 이미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하여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손익상계(공제) 및 과실상계

1)

손익상계

가)

관련법리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일실수입의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령한 휴업급여금이나 장해급여금이 법원에서 인정된 소극적 손해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부분을 기간과 성질을 달리하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며, 휴업급여는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지급된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액에서만 공제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6240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판단(갑 제1호증)<7>

○

휴업급여 공제: 0원(=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요양기간인 2021. 6. 30.까지의 일실수입 합계 44,134,069원 - 휴업급여 197,503,610원)

○

장해급여 공제: 66,090,613원(= 요양기간 다음날인 2021. 7. 1.부터 가동종료일까지의 일실수입 합계 147,204,143원 - 81,113,530원)

2)

과실상계

○

소극적 손해: 39,654,367원<8>{= 66,090,613원 × 60%)}

○

적극적 손해: 101,360,451원{= 168,9344,085(= 기왕치료비 91,700원 + 향후치료비 168,842,385원) × 60%}

라.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와 내용, 원고의 나이 및 장해 정도, 치료내역 및 기간, 당사자의 각 과실, 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부분을 제외한 이 사건 인정 상해의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2,500만 원으로 정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166,014,818원(= 소극적 손해 39,654,367원 + 적극적 손해 101,360,451원 + 위자료 2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인 2016. 5. 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6. 12.까지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근

각주1) 원고는 다른 사안의 대법원 판결번호를 원용하였으나, 그 주장의 취지상 위 대법원 판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주2) 아래에서 볼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말한다.

각주3) 이하 모든 장해율이 영구장해이므로 별도로 표시하지 아니한다.

각주4) 이 사건 F병원 재활의학과 신체감정서에는 직업계수로 5(도시보통인부)와 7(농촌보통인부)별로 각 평가되어 있는바, 원고는 도시보통인부이기에 직업계수 5로 된 것만 표시한다.

각주5) 3, 4, 5수지 부분에 대한 후유증은 이 사건 최초 상해에는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의 오른쪽 손 전부가 이 사건 가공기에 말려들어갔던 사정을 고려하면 이 부분 후유증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해로 보인다.

각주6) 입원일수는 갑 제1호증 기재에 의하면 86일이므로, 계산의 편의상 이를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86일까지인 2016. 7. 29.까지 입원한 것으로 본다.

각주7) 요양급여 부분은 별도의 공제 주장이 없고, 공제대상인 인정된 기왕치료비도 미미하여 이 사건에서는 고려하지 아니한다.

각주8) 원 미만 절사, 이하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