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7,460,684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2. 18.부터 2021. 2. 18.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3호(라)목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원인으로, ㉮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에 근거하여 이 사건 정보를 사용한 영업활동의 금지 및 이 사건 정보가 기재, 복사 또는 입력되어 있는 일체의 문서 등에 대한 폐기, ㉯ 부정경쟁방지법 제11조에 근거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100,818,003원 및 이에 대한 2020. 1. 13.부터의 지연손해금 배상을 각 청구하고, ② 이 사건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할 경우에 대한 예비적 청구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카)목 부정경쟁행위를 원인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5조 또는 민법 제760조에 근거하여 위기재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③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 사건 각서 제4항 위반을 원인으로 위 조항의 손해배상예정에 따른 329,949,82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판결은 ③ 청구 중 일부인 88,154,5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만 인용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그 패소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③ 청구 중 위와 같이 인용된 부분에 한정된다.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주류판매업 등을 영위하기 위하여 1979. 12. 14. 창원시 성산구에 본점을 두어 설립된 회사이다.
피고는 2010. 8월경부터 원고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가 2015. 9월경 영업팀장으로 승진하여 원고의 거래처 관리 및 신규 거래처 확보 등 영업업무를 총괄하였다.
C는 주류판매업 등을 영위하기 위하여 1995. 3. 16.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본점을 두어 설립된 회사이다.
퇴직자 영업비밀유지 서약서 등의 작성
피고는 원고에 재직 중이던 2011. 12. 30. 다음과 같은 내용의 영업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같은 날인 2011. 12. 30. 다음과 같은 내용의 퇴직자 영업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재직 중이던 2015. 1. 7.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피고의 전직 등
피고는 2019. 2. 13.까지 근무하다가 원고를 퇴사하였고, 그 무렵 C에 입사하였다.
피고가 원고를 퇴사하기 전 12개월간 담당하였던 거래처는 별지2 표 기재와 같이 32개이고, 그중 25개가 피고의 거래 알선을 통하여 C와 거래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특정하지 아니하는 한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7, 8,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 요지
피고는 재직 중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였음에도, C에 입사한 후 자신이 담당하였던 거래처를 찾아가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C와 거래하도록 알선하였다. 그 결과 25개 업체들이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C와 거래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각서 제4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 각서 제4항은 그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으로 '피고가 퇴직일로부터 12개월간 담당하던 거래처에 납품한 제품 공급가액의 1개월 평균 금액에 36개월을 곱한 후 다시 그 금액에 원고의 마진율인 25%를 곱한 금액을 원고에 배상한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를 퇴사하기 전 12개월 동안 담당하였던 32개 거래처에 납품한 제품 공급가액의 1개월 평균금액은 36,661,092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329,949,828원(= 36,661,092원 × 36개월 × 25%)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각서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민법 제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각서가 유효하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퇴사하기 전 원고의 전무 AJ가 피고에게 별지2 표 순번 1. D, 순번 4. N노래주점, 순번 5. Q노래주점, 순번 19. AH횟집, 순번 27. X, 순번 28. Y, 순번 32. AI 등 7개 거래처와의 거래를 허락한 점, 이 사건 각서가 경제적 약자인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 판결이 인정한 88,154,58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부당하게 과다하다.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는 16,735,313원(= C와 거래하게 된 25개 업체에 대한 공급가액 중 위 7개 거래처에 대한 공급가액을 제외한 223,150,851원 : 12개월 × 36개월 × 25% × 1/10) 정도로 제한되어야 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피고가 원고에 재직하던 중에 '퇴사한 후 3년 동안 타 주류회사의 임원 또는 직원으로서 본인이 담당한 거래처에 주류 거래를 알선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한 사실, 피고가 2019. 2. 13. 원고를 퇴사하여 그 무렵 C에 입사한 후, 원고 퇴사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원고에 재직할 당시 담당하였던 25개 거래처에 C와의 거래를 알선하여 위 거래처들이 C와 거래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 제4항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각서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항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1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 제6, 15호증, 을 제1 내지 3, 6, 9,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서가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워 민법 제103조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각서 제4항은 피고가 주류판매업을 영위하거나 다른 주류판매회사에 취업하는 것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결국 영업팀장으로서 원고의 영업업무를 총괄하기에 이르렀던 피고가, 원고를 퇴사한 후 3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담당하였던 기존 거래처에 주류를 공급, 판매하거나 거래를 알선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에도 불구하고 피고로서는, 원고의 영업팀장으로 재직하면서 얻게 된 경험과 노하우, 업계의 평판을 살려 얼마든지 주류판매업에 종사할 수 있고,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할 수도 있다. 위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각서 제4항이 피고가 원고에 재직할 당시 담당하였던 기존 거래처에 대한 거래 내지 거래 알선만을 금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퇴사한 후 3년 동안"이라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위 조항의 반대해석상 피고는 원고를 퇴사한 후 3년만 지나면, 자신이 원고의 영업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 담당하였던 거래처들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의 거래를 자신이 운영하거나 속하게 된 업체로 옮겨올 수도 있다. 위 조항이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각서 제4항은, 피고가 다시 주류판매업을 종사하게 될 경우에 거래할 수 있는 업체에 관하여 경업금지지역을 정하는 등으로 지역적 범위를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도 아니하다. 그리고 여기서 거래 내지 거래 알선이 금지되는 기존 거래처라는 것은 별지2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식당, 주점, 노래방 등 개별 업체들인바, 피고로서는 원고와 C의 각 본점이 소재한 창원시로만 한정하더라도 얼마든지 많은 업체들과 거래할 수 있다. 게다가 신규 거래처를 개척할 지역적 범위를 부산·경남지역, 나아가 전국단위로까지 넓히면 위 조항은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 점에서도 위 조항이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가 신규 거래처를 확보한 경우에 그 거래처에 대한 월 공급가액의 10%[즉, 원고의 마진율을 이 사건 각서 제4항에 따른 25%라고 가정할 때 그중 40%(= 10%/25% × 100)]를 1회 지급함으로써 피고가 거둔 실적에 대한 대가를 일정 부분 보상하였다. 그와 같은 신규 거래처 확보는 오로지 피고 개인만의 노력으로 달성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신규 거래처에 운영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하고, 주류를 보관할 냉장고를 무상으로 공여하는 등의 지원과 보조가 동반됨으로 인하여 촉진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월 공급가액의 10%를 지급하는 것이 이 사건 각서로 인한 제약 등에 비하여 과소한 보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피고가 제출한 을 제1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노래주점에 주류를 공급할 경우의 마진율은 7~9% 정도인바, 그 경우 월 공급가액의 10%를 보상한다는 것은 회사의 마진을 넘는 보상을 하는 것이 된다).
원고는 자본금이 1억 원, 임직원이 14명 정도(그중 피고와 같은 영업담당은 7명)인 중소 주류판매회사이고, 별지2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거래 내지 거래 알선을 제한받는 거래처에 대한 1년 매출은 5억 원 정도인바, 원고에게는 그와 같은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 업계에서 살아남는 데 긴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처럼 거래처들과의 고객관계는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볼 수 있고, 피고가 원고의 영업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으로서 거래처들에 대한 공급조건 등 광범위하고 질 높은 정보를 알 수 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는 '이 사건 각서 제3, 5항이 누설 등을 금지한 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그 위반 시 과중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고 있어 이 사건 각서 전체가 무효이다'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원고의 청구는 이 사건 각서 제4항에 근거한 청구이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의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원고의 고객관계 등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누설 등을 금지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각서 전체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서와 영업비밀유지 서약서 등을 받은 것은, 주류판매회사의 영업사원이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주류판매회사에 취업하거나 주류판매업을 창업하면서 신뢰관계가 두터운 거래처를 함께 가지고 나가는, 이른바 '거래처 빼가기' 사례가 업계에 적지 아니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거래처는 형식적으로 회사와 거래관계를 맺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업사원 등 담당자와의 인간적 신뢰관계에 기대는 측면도 있는바, 영업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으로서는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의 영입제안을 받게 될 경우 등에 비교적 용이하게 자신이 담당하던 거래처를 이전하여 갈 수 있고, 기존 회사는 그로 인하여 거래처 확보를 위해 장기간 투자한 노력과 비용이 일거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제한적인 범위에서 나마 그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잠재적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주류판매회사들간의 무차별적인 영업인력 영입경쟁을 방지하고 업계의 공정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에 기여하는 바도 없지 아니하다(어느 정도 기반을 구축한 영업사원으로서는 자신이 거래처를 빼돌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로 인하여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의 가능성 내지 손해배상액보다 크다면 쉽게 거래처를 빼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밖에 피고가 원고 내지 원고 대표이사 AK에게 2,90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이를 제때 변제받지 못하여 높은 대출금이자를 부담하여야 했다거나, 원고로부터 영업수당이나 상여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였다거나, 피고가 퇴사한 달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29,469,696원이 체불되었다는 등 피고가 들고 있는 사정은, 피고의 이 사건 각서 위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의 자금난을 엿볼 수 있는 사정으로서 오히려 이 사건 각서와 같은 약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설령 피고가 퇴사하기 전 원고의 전무 AJ로부터 거래처 이전을 허락받은 사실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AJ는 원고의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그러한 사실만으로 원고의 승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피고는 2019. 4. 22. AJ와의 검찰대질조사에서 AJ로부터도 거래처 이전에 관하여 허락받은 사실이 없음을 자백하였는바, AI와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에서 본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
소결론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각서 제4항에 따른 손해배상액
이 사건 각서 제4항은 그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예정으로 '피고가 퇴직하기 전 12개월 동안 담당하였던 거래처에 납품한 제품 공급가액의 1개월 평균 금액에 36개월을 곱한 후 다시 그 금액에 원고의 마진율인 25%를 곱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를 퇴사하기 전 12개월간 담당하였던 거래처가 별지2 표 기재와 같이 32개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그 12개월 동안 위 각 거래처에 납품한 제품의 공급가액 합계는 별지2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466,456,982원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은 349,842,736원(= 466,456,982원 ÷ 12개월 × 36개월 X 25%, 원 미만 버림)이 된다.
피고의 감액 주장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민법 제398조가 규정하는 손해배상의 예정은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으로서 그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 곤란을 배제하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는 것 외에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줌으로써 채무이행을 확보하려는 데 있으므로, 채무자가 실제로 손해발생이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을 증명하더라도 채무자는 그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감액을 청구하지 못한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 등 참조).
다만,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손해배상예정액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되므로 이를 제1심판결에서와 같이 1/4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각서 제4항의 계산식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은, 실질상 피고가 퇴사 전 12개월 동안 담당하였던 거래처로부터 원고가 얻은 이익액(마진)을 월평균으로 계산하여, 그 금액을 퇴사 후 3년(36개월) 동안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피고가 퇴사한 후 3년 동안에도 위 거래처들과 거래가 지속된다거나, 설령 그 거래처들과 거래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근무하는 동안 얻었던 이익액을 피고의 퇴사 후에까지 원고가 얻을 수 있으리라고 전망하기 어렵다. 이익액을 산출하기 위한 25%의 마진율도 상당히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위 손해배상예정액은 원고가 입을 예상 손해액을 훨씬 초과하는 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이 될 수 있다(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손해배상의 예정은 법률관계를 간이하게 해결하고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주어 채무이행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손해배상예정액이 반드시 실제로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에 상응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의 알선으로 C와 거래하게 된 업체가 피고 담당의 거래처 32개 중 무려 25개에 이르기는 하나, 위 업체들은 어느 정도는 피고 개인의 성실성을 보고 각자의 경영판단하에 거래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보인다. 나머지 7개 업체(별지2 표 순번 6. U식당, 순번 10. E식당, 순번 14. O, 순번 16. V, 순번 18. AE, 순번 29. Z, 순번 30. AC)는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였지만 C와도 거래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로 인하여 원고와 거래를 중단하게 된 것이 아니다(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손해배상의 예정은 당해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실제의 손해를 배상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위 7개 업체에 대한 2018. 2. 14.부터 2019. 2. 13.까지의 공급가액을 제외하더라도 앞서 본 466,456,982원에서 약 12.4%인 57,910,861원이 빠지는 정도일 뿐이다).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을 제7호증)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받을 퇴직금 23,195,460원과, 피고가 원고에 재직한 2019. 2. 1.부터 2019. 2. 13.까지의 기간 동안 '임금' 1,289,370원, 상여금 591,800원, 미사용 연차수당 2,642,276원 등 총 29,469,696원(= 1,289,370원 + 591,800원 + 2,642,276원 + 23,195,460원)이 체불되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에서 2019. 10. 10. 원고로 하여금 피고에게 위 29,469,696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도 성립되었다(을 제9호증, 창원지방법원 2019가단108520 본안사건 및 2019머108337 조정사건), 위 상여금의 명목이나 산출방식 등이 분명하지는 아니하나, 상여금을 제외한 '임금'만을 바탕으로 월급여를 역산하면 2,777,104원(= 1,289,370원 × 28일/13일, 원 미만 버림)이고, 피고가 원고에 재직한 기간이 2010. 8월경부터 2019. 2월경까지 8년 6개월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여 위 퇴직금액을 기초로 30일분의 평균임금을 역산하여 보더라도, 2,728,877원(= 23,195,460원 : 8.5년, 원 미만 버림)으로 앞서 산출한 월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피고가 원고를 퇴사할 당시의 월평균급여는 제 수당을 포함하여 300만 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손해배상예정액은, C에서 피고에 대한 처우가 원고에서보다 나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의 10년간 급여액에 가까운 것으로서 과다하다.
이상과 같이 앞서 본 손해배상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거래처 빼가기'의 실태와 용이성 등 거래관행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에 대한 심리적 경고를 위한 손해배상예정액은 그것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지 아니하는 선에서 상당한 정도로 높은 금액일 필요가 있다(피고는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압박을 느끼지 아니하고 이직 및 거래 알선을 단행하였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서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손해배상예정액이 피고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피고의 의무위반으로 발생한 채무인 반면 피고의 이직 및 거래 알선으로 인하여 원고가 상실한 거래처와 매출액이 적지 아니한데 그러한 손해의 발생에 원고 측 귀책사유가 크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이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감액된 손해배상예정액 87,460,684원(= 349,842,736원 × 1/4)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9. 12. 1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9. 12. 1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2. 1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관용(재판장) 채동수 권보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