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 4층 C호에 있는 ㈜D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50명을 고용하여 주택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3. 4. 10.경 부산 사하구 E 신축공사 현장에서 F 등 근로자 7명을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아니하고 해고하면서 별지 '근로자별 근무기간 등 근로조건 현황' 기재내역과 같이 위 7명의 30일분 통상임금 합계 50,55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 단
관련 법리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 함은 계약기간을 특정한 근로계약을 말하고, 이러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는 '일정한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경우'는 물론 '일정한 목적의 달성까지 내지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도 포함되며(근로기준법 제16조,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 관한법률 제2조, 제4조 제1항 제1호 참조), 여기서 일정한 사업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다는 것은, 그 사업(또는 업무)의 객관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사업(또는 업무)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하거나 따로 기간을 특정하지 않고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가 끝날 때'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1년의 계약기간 상한 규제를 받지 아니한다)을 말하며, 이 경우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의 종료 시점이 계약체결 당시에 어느 정도 특정될 수 있고 또한 전혀 불확정인 것이 아닌 한 어느 정도 부정기적이더라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또는 적어도 제반 사정에서 갱신이 예상되는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함이 원칙이고, 그 경우에 해고를 전제로 하는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정한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16901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09.10. 29. 선고 2009도4648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두1720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G부동산신탁은 부산 사하구 E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라 한다)에 관하여 주식회사 H(원 수급인, 이하 'H'이라 한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H은 2022.5. 24.경 이 사건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및 견축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과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하고, 이에 따른 공사를 '이 사건 하도급공사'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D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 중 형틀 공종을 위하여 별지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D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작성된 각 일용직 근로계약서(형틀)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공종이 "형틀"로 명시되어 있고, 취업장소는 "E 신축공사"로 한정되어 있다.
위 근로계약서의 근로계약기간의 시작일은 근로자별로 일자가 특정되어 기재되어 있고, 만료일의 연(年)에는 '2022년'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으나 월일 부분은 공란이며, "기간경과 전에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해당 공종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때를 종료일까지로 한다. 다만, 발주처 및 원수급인의 공사중단, 설계 변경,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때가 종료일이 된다"라는 기재가 명시되어 있다.
이는 공사현장의 특성 상 근로계약 체결 당시 공사가 종료되는 시점을 정확히알 수 없어 만료일자를 공란으로 두고 작성하는 것이고, 실제로 공사현장이 종료되거나 중단되면 그 시점에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일용근로자들은 해당 현장 공사가 종료되면 다른 현장과는 상관없이 그 근로가 종료된다.
이 사건 공사에서 D의 선행공종에 해당하는 '흙막이가시설구조물' 등이 지연되어 D이 수행해야 하는 이 사건 하도급공사도 함께 지연되었다. 이에 H은 D에 돌관공사 등을 통해 공기를 단축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D의 현장소장 I은 J 팀장에게 추가 인원투입을 요청하였으나 건설인력 부족으로 투입이 어렵게 되자 J 팀장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23. 4.말까지만 근무하겠다고 답하였다.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유지 내지 타절 여부가 논의되는 사정에 처하자 현장소장 I은 2023. 4. 3.경 및 2023. 4. 10.경 반장인 근로자 K에게 '(2023년) 4월말까지 마무리 해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나머지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말을 직접 꺼낸 사실이 없다. 반장 K은 2023. 4. 12.경에서야 근로자 F에게, 2023. 4. 13.경 오전에야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그만두고 나가야 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였다. 위 말을 전해들은 이 사건 근로자들은 곧장 반발하며 같은 날 노동청에 찾아가 진정하였고 그 다음 날인 2023. 4. 14.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 공사가 지연되고 발주자와 H 사이에 분쟁이 지속되는 사정 등으로 인하여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자 H과 D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타절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H과 D 사이에 2023. 4. 18.경 타절합의가 성립되었고, D은 2023. 4.말을 기준으로 현장철수를 위한 정리작업 및 후속 업체에 인수인계 작업을 해 주기로 하였다. H의 후속 업체 선정이 지연됨에 따라 인수인계 작업도 지연되어 H과 D은 2023. 5. 19.경에 (하도급) 공사타절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D의 손실금액 기간 만료일을 '2023. 4. 30.' 기준으로 정하였다.
위와 같은 인정사실, 다음의 사정에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합의타절로 인한 하도급공사 중단'은 D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작성된 각 일용직 근로계약서(형틀)에 종료일로 기재된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서 상의 계약기간이 형식적인 기재에 불과하다고 볼 만 한 증거가 없는 이상 결국,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은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도 없이 하도급공사의 종료로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D의 현장소장 I이 팀장 J나 반장 K을 통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하던 일까지만 마치고 (2023. 4.말경) 손을 떼라'는 취지의 말을 전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6조 소정의 '해고'라고는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해고'라고는 할 수 없는 만큼 해고예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근로계약 체결 당시 근로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근로관계가 해당 사업의 종류, 성격, 목적, 관련 법 규정 등에 비추어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지속되는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이상 그와 같은 계약관계의 특성상 당연히 예상되는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근로자들의 업무의 성질, 근로계약서의 내용 등에 비추어 계약체결 당사자들로서도 이 사건 각 근로계약관계가 이 사건 하도급공사 기간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기간의 약정은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D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이 지나더라도 당연히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는 '하도급공사 중단' 등을 "해지사유로 약정한 경우(약정해지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공사 중단'이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된 것으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고를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안현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