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7. 8. 선고 2020나4056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6,316,458원 및 그 중 15,000,000원에 대하여 2015. 11. 2.부터 2019. 11. 12.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1,316,458원에 대하여 2015. 11. 2.부터 2020. 7. 8.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7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들에 대하여 67,924,067원(= 향후 치료비 2,324,955원 + 휴업보상금 45,599,112원 + 위자료 20,000,000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그중 휴업보상금 부분을 기각하고 향후 치료비와 위자료 부분을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만이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향후 치료비와 위자료 부분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가.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B'이라 한다)과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C'이라 한다)은 선박용 각종 블록, 의장, 배관 등 일체품 제작 설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들이다.

원고는 1988. 4. 1.부터 2015. 6. 30.까지 피고 B에서, 2015. 7. 1.부터 2017. 5. 31.까지 피고 C에서 근무하면서 CO2 용접 업무에 줄곧 종사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15. 11. 2. 간질성 폐질환(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다.

근로복지공단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7. 3. 2. '원고는 1988. 4. 1.부터 용접작업을 수행한 자로, 2004년까지 주야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하다가 이후 하루 10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한 점, 용접작업 수행 과정에서 용접흄과 분진, 망간 및 그 무기 화합물,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 산화철분진과 흙 등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용접작업 과정에서 간질성 폐질환의 위험인자인 금속 분진에 장기간 노출되어 이로 인한 폐질환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D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담당 의사의 의학적 소견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이 사건 질병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제3호증의 2, 3,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쌍방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들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를 입었다면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향후 치료비 2,324,955원, 위자료 20,000,000원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안전배려의무나 보호의무를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위반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고, 원고의 흡연력 또는 병력에 비추어 볼 때 위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고 다툰다.

2)

관련 법리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 행위가 불법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과 경합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한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채무불이행의 귀책사유(고의·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다249383 판결 등).

3)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 위반 및 고의·과실

갑 제1, 9, 10, 17, 25호증, 을 제5, 7, 8,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는 한편, 피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귀책사유가 피고에게 있지 않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들이 고의·과실로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구 산업안전보건법(2016. 1. 27. 법률 제1390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45조 제1항, 동법 시행규칙(2016. 2. 17. 고용노동부령 제150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6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폐 질환이 있는 사람으로서 근로에 의하여 병세가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근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들은 원고가 2015. 11. 2.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원고에게 기존과 같이 근로를 지시하였다.

②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32조의 8(2016. 1. 6. 대통령령 제268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항 제9호에 의하면, 사업주는 화학물질의 먼지·증기 또는 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의 경우 유해·위험 예방조치 외에 작업과 휴식의 적정한 배분, 그 밖에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하여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구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 제1, 2항에 의하면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고는 피고들의 지시로 2004년까지는 주 6일 하루 12시간(주 72시간), 2014년 이후로는 주 6일 하루 10시간(주 60시간)을 근로하였다.

③

원고는 CO2 용접 업무 수행 과정에서 용접흄과 분진, 망간 및 그 무기 화합물,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 산화철분진과 흙 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수행하는 업무의 대부분이 밀폐된 데크하우스 내부에서 사상, 절단 업무 등 다른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와 함께 이루어져 위와 같은 노출의 정도가 더욱 심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폐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는 2009년 이후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공기 중 유해물질 농도가 기준 농도 이하로 측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2009년 이전에는 금속분진 노출치가 더 높고 보호구 착용 또한 더 미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직업관련성 평가 소견서(갑 제3호증)].

④

원고가 2015. 12.경 작성하고 피고 C의 담당, 팀장, 부서장, 본부장, 사장이 순차로 결재한 사고보고서(갑 제9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질병과 관련하여 원인으로 '용접작업으로 인한 분진노출 작업장에서의 장시간 근로'라고, 대책으로 '분진 노출 최소화 하기 위한 철저한 보호구 착용'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 C 스스로 이 사건 질병의 원인이 자신의 안전배려의무 내지 보호의무 위반임을 자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책임을 자인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산재요양급여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자 손해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드는 점에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⑤

피고들이 정기적으로 일정 정도 안전·보건 교육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령상의 교육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만으로 사업주의 안전배려의무 및 주의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호흡기 보건교육은 상당히 간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들이 근로자들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및 방진필터를 공급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생산직 근로자 수에 비해 공급된 필터의 양이 충분하였다고 보기 어렵고(예컨대, 2014년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 1인당 하루에 배정되는 방진필터는 평균 0.04개에 불과하였다), 피고들도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이후에야 필터의 수명 및 교체주기를 제조사(3M)에 문의한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는 근로자들에게 필터 교체에 대한 충분한 안내 혹은 교육이 이뤄지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들로서는 안전교육, 마스크 및 방진필터 공급, 정기 건강검진 외에 보다 나은 작업환경 마련을 위해 환기시설 설치, 작업시간 조절 등의 추가적인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는 아니하였다.

4)

인과관계

원고가 30년 넘게 흡연을 해온 사실, 1974년경 폐렴으로 6개월 간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사실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제1심 법원의 분당서울대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갑 제3호증, 을 제16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 위반과 이 사건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①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서에서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직업력과 관련이 있고, 원고의 흡연력이나 과거 병력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감정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②

D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및 부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위 감정과 일치하여 원고의 흡연력이나 과거 병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질병이 원고의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정하였다.

③

설령 원고의 흡연력이나 과거 병력이 이 사건 질병의 발생 및 악화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들 사업장에서 장시간 근로를 제공하면서 통상적으로 이 사건 질병을 야기하는 금속 분진 등에 장기간 노출되어 왔으므로, 이러한 근로 환경이 이 사건 질병의 주된 원인으로서 위와 같은 흡연력, 과거 병력과 함께 이 사건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5)

소결론

따라서 사용자인 피고들은 근로자인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원고에게 이 사건 질병을 유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로서도 작업환경이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피고들에게 추가적인 호흡기 보호장구나 환기시설의 설치 등과 같은 작업환경의 개선을 요구하고 금연을 하는 등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아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잘못도 피고들의 과실과 함께 이 사건 질병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을 30%로 정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기초사항

○

성별, 생년월일: 남자, E생

○

사고시 연령: 57세 7개월 남짓

○

여명 종료일: 2040. 7. 23.

2)

적극적 손해(향후치료비)

제1심법원의 분당서울대병원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최소 1년에 1번 CT 및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며, 그 비용은 15만 원/년으로 추정된다. 이를 당심 변론종결 다음날인 2020. 6. 11.부터 여명종료일인 2040. 7. 23.까지 지출하는 것으로 보고, 향후치료비를 현가 환산하면 별지 향후치료비 계산표와 같이 1,880,655원이 된다. 그런데 앞에서 본 책임제한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그중 1,316,458원(= 1,880,655원 × 70%, 원 미만 버림)이 된다.

3)

위자료

이 사건 질병의 발생 경위와 전후 사정, 원고의 나이, 후유 장해의 부위와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을 감안하면 위자료는 1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소결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6,316,458원(= 1,316,458원 + 15,000,000원) 및 그 중 제1심에서 인용된 위자료 15,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질병의 최초 진단일인 2015. 11. 2.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9. 12. 1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나머지 1,316,458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질병의 최초 진단일인 2015. 11. 2.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판결 선고일인 2020. 7.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들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임상민(재판장) 신민석 양우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