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부산에서 K를 운전하는 사람들로 피고 H노동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의 조합원들이다.
피고 조합은 2004. 6.경 L조합과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중 제23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은 “2004. 7. 1. 이후 입사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법정퇴직금만을 지급한다.”라고 정함으로써 2004. 7. 1. 이후 입사자에 대하여 기존 단체협약의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였다.
당시 피고 조합의 대표자는 피고 I이었고 사무처장은 피고 J였다.
피고 조합의 규약 제30조 제6호는 대의원대회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제1항 제3호<1>와 피고 조합의 규약 제30조 제6호에 따라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피고 조합의 대표자였던 피고 I과 피고 조합의 사무처장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에 관한 실무를 총괄하였던 피고 J는 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별지 2 기재와 같이 퇴직금이 감소되는 손해를 입었다. 피고 조합은 대표자인 피고 J의 위 직무상 불법행위에 대하여 민법 제35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 단
관련 법리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2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하여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하여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이다. 위 법 제16조 제1항 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 이러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 취지와 내용 및 법리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결집·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하여 만연히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조합원들에게 미치게 되면,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조합원의 단결권 또는 노동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 I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
피고 조합의 규약 제30조 제6호가 대의원대회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한다고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갑 제4호증의 1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I이 피고 조합의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I이 위 제30조 제6호를 위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피고 조합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 I의 위 불법행위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퇴직금 감소액 상당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위 주장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원고들도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라면, 원고들은 퇴직한 회사에 미지급 퇴직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피고들에게 그 퇴직금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다).
피고 I의 위 불법행위로 인한 조합원들의 손해는 위와 같이 절차적 권리를 침해당한 것으로서 비재산적 손해이다. 원고들의 주장처럼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원고들의 퇴직금이 감소하는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이 사건 조항의 적용대상이 되었기 때문이지 위와 같이 절차적 권리를 침해당하였기 때문이 아니다.
피고 I이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피고 조합의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제1항에 반한다.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하여 그 체결 전후로 대의원대회의 결의를 얻지 못할 정도로 다수의 조합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I이 피고 조합의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더라면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민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