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2, 4 내지 10호증, 을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플라스틱 성형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는 자동차부품제조 관련 임가공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데, 원고는 2018. 1. 1. B에게 제조공정 중 도금 작업의 로딩언로딩, 렉킹, 검사, 포장 등의 업무를 도급하였고, B은 2018. 5. 31.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보험에 가입하고 2018. 6. 4.경부터 원고의 작업장에 투입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B의 근로자인 C은 2018. 8. 8. 원고의 작업장에서 화물운반용 리프트를 사용하여 제품을 2층으로 운반한 후 리프트 하강버튼을 눌렀으나 리프트 운반구가 가이드 레일에 간섭되어 체인만 풀리고 내려가지 않는 바람에 이를 작동시키기 위하여 리프트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리프트가 급강하하면서 1층으로 추락함으로써 이로 인하여 외상성 뇌출혈 및 두개골 복합함몰 골절 등 중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 C 및 그 부모는 원고와 B을 상대로 이 사건 재해가 이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창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끝에, 2023. 12.경 위 법원에서 원고와 B은 공동하여 C에게 668,845,91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 등의 확정판결을 받았다(창원지방법원 2019가단116446, 같은 법원 2020나65538).
원고는 C에게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2018. 8. 8.부터 2022. 6. 30.까지 매달 의료비, 간병비 등의 명목으로 합계 176,545,501원을 지급하고, 위 확정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2022. 2. 11. 3억 8,000만 원, 2024. 1. 15. 505,783,204원을 지급하였는데, B은 2020. 3. 31.자 폐업 등의 이유로 C에게 손해배상금 등을 전혀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산재보험법령에 따라 이 사건 재해를 이유로 C에게 2018. 8. 9.부터 2020. 9. 21.까지의 휴업급여 51,764,330원, 2020. 9. 22.부터 2023. 9. 30.까지의 상병보상연금 103,220,26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산재보험법령에 따라 C에게 지급해야 할 치료비, 간병비, 휴업급여, 상병보상연금 등에 관하여 자신이 위와 같이 대체지급 하였음을 이유로 2024. 1.16. 피고에게 그 지급금 상당의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24. 3. 28.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경우 자신의 사업 일부를 B에 도급하였을 뿐 C과 산재보험관계가 있는 자, 즉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산재보험법 제89조에 따른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있는 산재보험가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에 대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한편, B은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이후인 2024. 11. 28. 피고에게 원고가 B을 대신하여 위와 같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음을 이유로 상병연금 및 휴업급여에 관한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25. 2. 25. B에 대하여, B의 경우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C에게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므로 산재보험법 제89조에 따른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에 대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
피고는 2025. 6. 4. C에 대하여, C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손해배상금 중에는 피고가 이미 지급한 상병보상연금 46,346,690원, 향후 치료비 68,933,096원, 보조기29,130,540원이 포함되어 그 금액만큼 부당이득 하였음을 이유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84조에 따라 합계 144,410,326원의 부당이득 징수결정을 하였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사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가 C의 산재보험료를 실제 부담하였고,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B을 대신하여 C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이러한 원고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89조의 '보험가입자'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위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위와 같이 혼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B에 대하여 그 책임부담금액 만큼의 구상권을 갖고 있어서 이에 기하여 B을 대위하여 산재보험법 제89조에 따른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위 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소멸된 피고에 대하여 민법 제481조의 변제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보험급여 수급권자인 C을 대위하여 보험급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원고의 C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이에 상응하는 보험급여 의 지급의무를 면한 피고가 산재보험법 제89조를 내세워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신의칙 및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산재보험법의 관계규정
위 법 제80조(다른 보상이나 배상과의 관계)에 의하면, 수급권자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으면 보험가입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 책임이 면제되고(제1항),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으면 보험가입자는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이 면제되며(제2항),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제87조(제3자에 대한 구상권)에 의하면,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고(제1항),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 제89조(수급권의 대위)에 의하면, 보험가입자(보험료징수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하수급인을 포함한다)가 소속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지급 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로서 그 금품이 보험급여에 대체하여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보험가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단
원고의 위 가.1)항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산업재해에 관하여 국가가 그 보험자가 되고, 재해보상책임을 져야 할 사업주를 보험가입자로 하여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며, 재해보상청구권자인 피재근로자를 수급권자로 하여, 산업재해 발생 시 국가가 직접 관장하여 피재근로자에 대한 재해보상을 실시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이다.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보험급여의 사유와 종류, 급여액의 산정 기준이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과 동일하거나 유사하고, 손실전보라는 기능의 동일성을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상호조정규정을 두고 있는 점에서 보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 책임보험의 성질을 가지고 그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고(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등 참조), 손실전보라는 면에서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상호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중복되는 범위 내에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까지 전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두1562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산재보험급여의 법적 성격, 산재보험법 제80조, 제87조, 제89조의 문언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제89조의 규정은 산업재해에 대하여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민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과 보험자인 피고가 부담하는 보험급여의무 상호간의 관계에서 보험가입자가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사유와 동일한 사유로 피재근로자, 즉 수급권자에게 그 손해배상책임을 먼저 이행한 경우 종국적으로는 피고에게 산업재해로 인한 보험급여의무를 부담지우기 위한 조정 조항으로서, 이에 따르면 보험가입자가 보험급여에 대체하여 수급권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제3자가 보험가입자를 대신하여 수급권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더라도 이를 실질적인 의미에서 보험가입자가 자신의 돈으로 수급권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이러한 보험가입자가 피고에 대하여 그 수급권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위 대법원 2006두15622 판결,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다13324 판결 등 참조).
위 1.항 인정사실과 앞서 든 각 증거 등 이 사건 변론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경우 산재보험법 제89조에 따라 C의 피고에 대한 보험급여 수급권을 대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C은 B 소속 근로자로서 그에 대한 산재보험가입자는 B이 분명하고, 원고가 그 주장처럼 B과의 내부 관계에서 C의 산재보험료를 부담하기로 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와의 관계에서 보험가입자로 보거나 이와 마찬가지로 볼 수는 없다.
비록 원고가 C에게 이 사건 재해에 관한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B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있는 자기의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한 것일 뿐, 원고가 B을 대신하여 B의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고로서는 C에게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B과 공동불법행위책임관계에 있는 위 손해배상채무를 모두 변제함으로써 B에 대하여 어떤 구상권을 취득하게 되는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원고와 B 사이의 내부적 문제일 뿐이고, 원고가 C에 대한 산재보험가입자가 아닌 이상 그와 같은 구상권에 기하여는 산재보험법 제89조에 따른 보험급여 대체지급 청구를 할 수 없고, 이미 C에게 지급된 손해배상금 중에는 피고가 종국적으로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 상병보상연금 등에 상응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재해에 관하여 보험가입자인 B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에 기하여 C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지게 된 제3자로서, 피고와의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산재보험법 제87조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하고, 같은 법 제89조를 유추 적용하여 보험급여 대체지급청구를 할 수 있는 법령이나 법리상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의 위 가.2)항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산재보험법 제80조, 제87조의 규정 내용 및 취지를 종합하면,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5.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참조). 그리고 산재보험법령상 보험가입자가 아닌 자, 즉 피재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에 있지 않는 제3자가 수급권자에게 보험급여를 대체 지급한 경우 그 수급권의 대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민법 제480조 제1항에 의하면 채무자를 위하여 변제한 자는 변제와 동시에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피재근로자인 C에게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그 손해배상금 중에는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있는 치료비, 상병보상연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산재보험법 제80조, 제87조에 따라 C과 피고 및 제3자인 원고 사이에서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이 문제될 뿐이고,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원고가 같은 법 제89조를 들어 수급권자의 권리를 대위할 수는 없으며, 거기에 민법 제480조 제1항에 따른 변제자 대위의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또한 원고의 C에 대한 위와 같은 손해배상금 지급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C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에 불과하고 이로써 피고를 위하여 피고의 C에 대한 공법상의 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변제, 소멸시킨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것이 민법 제480조 제1항의 변제자 대위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의 위 가.3)항 주장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바와 같이 원고의 C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은 자기의 손해배상채무 변제에 불과한 점, 이에 따른 원고의 공동불법행위자인 B에 대한 구상권 행사 및 실현 여부는 이들 사이의 내부 문제로서 산재보험법령상 피고에 대한 법적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점, 산재보험법 제80조, 제87조, 제89조의 규정 내용 및 취지, 이 사건 처분의 법적 근거 및 사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이 원고가 내세우는 여러 사정을 들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