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와 별지 기재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 사이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하고, 이에 따른 근로관계를 '이 사건 근로관계'라 한다)은 원청인 주식회사 H(이하 'H'이라 한다)과 하도급 업체인 D 간의 하도급계약이 해지된 것이 원인이 되어 결국 해지된 것이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해고된 것 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하도급공사 중단이 이 사건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현장 철수를 위한 정리 및 인수인계 작업이 시작된 2023. 4. 말경을 기준으로 이 사건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 이전에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 일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I 등을 통해 전달하였으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해고예고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금천구 B, 4층 C호에 있는 D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150명을 고용하여 주택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3. 4. 10.경 부산 사하구 E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라 한다) 현장에서 F 등 근로자 7명을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아니하고 해고하면서 별지 '근로자별 근무기간 등 근로조건 현황' 기재내역과 같이 위 7명의30일분 통상임금 합계 50,55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H과 D 간의 합의타절로 인한 하도급공사 중단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종료일로 기재된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당연히 종료되었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해고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예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2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를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H은 2022. 5. 24.경 D과 이 사건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및 견출공사에 관하여 하도급계약(이하 이에 따른 공사를 '이 사건 하도급공사'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D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 중 형틀 공종을 위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근로계약기간 시작일은 근로자별로 일자가 특정되어 기재되었고, 만료일의 연(年)에는 '2022년'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으나 월일 부분은 공란이며, "기간경과 전에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해당 공종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 때를 종료일까지로 한다. 다만, 발주처 및 원수급인의 공사중단, 설계 변경,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때가 종료일이 된다"라는 기재가 명시되어 있다.
이 사건 신축공사에서 D의 선행공종에 해당하는 '흙막이가시설구조물' 등이 지연되어 D이 수행해야 하는 이 사건 하도급공사도 함께 지연되었다. 이에 H은 D에 돌 관공사 등을 통해 공기를 단축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D의 현장소장 I은 J팀장에게 추가 인원투입을 요청하였으나 건설인력 부족으로 투입이 어렵게 되자 J 팀장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2023. 4. 말경까지만 근무하겠다고 답하였다.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유지 내지 타절 여부가 논의되는 사정에 처하자 현장소장 I은 2023. 4. 3.경및 2023. 4. 10.경 반장인 근로자 K에게 '(2023년) 4월 말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나머지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말을 직접 꺼낸 사실이 없다. 반장 K은 2023. 4. 12.경에서야 근로자 F에게, 2023. 4. 13.경 오전에야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그만두고 나가야 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였다. 위 말을 전해들은 이 사건 근로자들은 곧장 반발하며 같은 날 노동청에 찾아가 진정하였고 그다음 날인 2023. 4. 14.경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 신축공사가 지연되고 발주자와 H 사이에 분쟁이 지속되는 사정 등으로 인하여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되자, H과 D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를 타절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H과 D 사이에 2023. 4. 18.경 타절합의가 성립되었고, D은 2023. 4. 말을 기준으로 현장철수를 위한 정리작업 및 후속 업체에 인수인계 작업을 해주기로 하였다. H의 후속 업체 선정이 지연됨에 따라 인수인계 작업도 지연되어 H과 D은 2023. 5. 19.경 (하도급) 공사타절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D의 손실금액 기간 만료일을 '2023. 4. 30.' 기준으로 정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다62840 판결, 대법원 2018. 5.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은 해고하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기타 불가피한 사유로 D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계약기간 종료일로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H과 D 사이의 타절합의에 따라 이 사건 하도급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I을 통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D의 현장소장인 I은 검찰 조사에서 2023. 3. 말경 이 사건 근로자들측 팀장인 J에게 '4월 말경까지는 작업을 하고 나가야 된다'고 말하여 J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였고, 2023. 4. 3.경 이 사건 근로자들의 반장인 근로자 K에게 '지금 하는 공정까지만 하면서 4월 말까지만 근무하라'고 말하여 K이 알았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1>
㉠ D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하도급공사 타절 및 현장 철수 예정 등에 관한 상황을 알리지 않았는바,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통상적인 작업을 하여 온 점, ㉡ I이 위와 같이 통보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않은 점, ㉢ K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I의 통보에 알겠다고 수긍한 적 없고, 다른 팀원들의 작업에 방해될까봐 바로 전달하지 않다가 2023. 4. 12. 근로자 F에게,2023. 4. 13.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I의 말을 각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 I의 통보 내용을 알게 된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23. 4. 13.경 I에게 찾아가 항의하였고, 같은 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해고수당과 관련하여 D에 대한 진정을 제기한 점 등
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계속하여 이 사건 하도급공사 현장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23. 4. 14.부터 이 사건 하도급공사 현장에 출근하지 않았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근로자들은 해고당하였다고 인식하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았던 것인바, 이를 두고 이 사건 근로자들이 먼저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근로관계의 종료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은, 2023. 3. 말경 이 사건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팀장인 J가 I에게 2023. 4. 말경까지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I이 2023. 4. 말경을 기준으로 한 달 전에 J의 형틀팀에 근로관계 종료사유를 통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I이 먼저 J에게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하였고, J는 원심 법정에서 반장인 K이 이 사건 하도급공사 현장의 책임자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하였기 때문에 자신이 위 근로자들에게 I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할 상황이 아니었고, I에게도 전체적인 것은 알아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지 자신이 전달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I과의 대화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므로, I이 2023. 3. 말경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해고예고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