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9. 21. 선고 2013나55418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와 당심에서 추가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피고들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에 2008. 6. 2. 입사하여 번역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9. 12. 31.자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나.

이후 원고는 D에서의 과도한 업무로 '손목 및 손 부위의 엄지신근 및 힘줄 손상(좌측), 좌측 손목 건초염'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2011. 3. 10. 불승인처분을 받았고, 서울행정법원 2011구단23927호로 이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2. 10. 17.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고는 2014. 3. 24. 근로복지공단에 최초 요양신청 시 상병이 누락되었다면서 '손목 터널증후군(우측), 추간판 탈출증(경추 5-6번 간), 신경뿌리병증 경추부'에 대한 추가상병승인신청을 하였으나 2014. 4. 22. 불승인처분을 받았고, 서울행정법원 2014구단54885호로 이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16. 4. 6. 그 청구 중 손목터널증후군(우측) 부분을 인용하는 판결을 받았다(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5, 79호증, 을 제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

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1)

원고의 주장

피고들은 D의 대표변호사로서, D의 피용자인 원고에 대하여 노무 제공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① 근로기준법상 최장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도록 강요하였고, ② 책상의 1/3가량이 건물 기둥에 가리는 사무공간과 낡고 연결선이 짧은 키보드를 제공하고는 원고의 키보드 교체 요청을 거부하고 손목 보호 장비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불편한 자세로 근무하게 하였으며, ③ 원고가 손목 등의 치료를 위하여 휴직하였다가 복귀한 후 오히려 업무량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피고들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원고가 왼쪽 손목 건초염, 오른쪽 손목 터널증 후군, 경추 추간판 탈출증 등 질병을 얻어 계속 치료를 받게 되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기왕치료비 8,873,515원, 향후치료비 2,000,000원, 일실수익 508,513,054원, 위자료 22,000,000원 합계 541,386,569원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휴업급여 63,988,640원을 공제한 477,397,929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3)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D에서의 근로로 인하여 원고에게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그 회피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당심 변론종결 후 제출된 갑 제90, 91, 9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을 보태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추가상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의 쟁점은 원고의 상병과 D에서의 근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인데, 이는 피고들이 D에서의 근로로 원고에게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와는 다른 측면의 문제로, 여기서 그 상당인과관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근로기준법상 최장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1)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은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같은 조 제2항은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같은 법 제53조 제1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2)

갑 제35, 79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A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근로시간은 평일에는 09:30부터 19:00 또는 20:00까지, 격주(1, 3, 5주)로 토요일에는 09:30부터 13:00까지로,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각각 정해져 있었는데, 업무 자체의 양이 많은 데다가 원고의 법률지식 부족으로 번역 후 수정작업도 많아 실제로는 20:00 이후까지 근무하였고, 점심시간에도 충분히 쉬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사실이 인정된다.

(3)

그러나 을 제2, 4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7, 8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다년간 통·번역업무에 종사해 왔던 사람으로서, D에 입사하면서 'D이 고객에게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시간'(billing hour, 이하 '고객청구시간'이라 한다)으로 월 170시간을 채우기로 합의하였는데, 원고의 월평균 고객청구시간은 2008년에 108.4시간, 2009년에 143.7시간이었다. 2008년에는 번역할 분량이 불규칙하여, 대기하는 시간도 꽤 있었다.

②

2009. 8. 1.에는 번역 담당자로 R이 추가 고용되었는데, 그때부터 2009년 12월까지 R의 월평균 고객청구시간은 206.7시간이었다.

③

원고가 표지 포함 18면인 기술분석보고서를 50시간(2009년 5월 및 6월에 36시간, 8월에 14시간)을 들여 번역한 것으로 업무일지에 기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생소한 내용이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더 급한 일에 밀려 중단하였다가 재개하는 일이 반복되었는데, 재개할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읽고 검토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고, 다른 경우에는 번역대상물의 이해나 번역물의 검토에 든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만 업무일지에 기재하였으나, 이 경우에는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다 보니 미처 업무일지에 시간을 줄여 기재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원고의 근로시간 중 상당 부분은 타자 작업 외에 번역대상물을 이해하고 번역물을 검토하는 데 든 것으로 보인다.

④

원고가 2009. 9. 1.부터 같은 달 30.까지 목 디스크와 왼쪽 손목 및 오른쪽 팔의 인대 염증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휴직하였고, 복귀 후에는 병원에 들렀다가 10:00 전후에 출근하였다.

(4)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원고의 근로시간이 길었다는 사정과 갑 제22, 27, 28, 48, 49, 59 내지 62, 65 내지 6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감정인 AH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각 감정보완촉탁 결과 등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그러한 장시간 근로로 인하여 원고에게 왼쪽 손목 건초염, 오른쪽 손목 터널증후군, 경추 추간판 탈출증 등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사무공간, 사무용품이 근무하기에 불편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2009. 8. 1. R이 입사하여 원고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기 전에는 원고가 혼자 방을 사용한 점, 원고가 2009년 2월경(당심 변론종결 후인 2016. 5. 30. 제출된 원고 측 참고서면에 '피고 B이 대표변호사로 복귀하고 AG 변호사가 그만둘 무렵'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2009년 2월에 AG 변호사가 사직하였다)부터는 집에서 가져온 무선 키보드를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가)의 (4)항에서 든 증거들과 갑 제82호증의 형상, 당심 증인 AG의 증언 등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사무공간과 키보드가 근무하기에 불편하여 원고에게 경추 추간판 탈출증 등 신체상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피고들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D이 원고에게 손목 보호 장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다)

휴직하였다가 복귀한 후의 업무가 과중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을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월별 고객청구시간이 2009년 1월부터 8월까지 127. 9 내지 178.5시간이었는데, 원고가 2009. 9. 1.부터 같은 달 30. 까지 목 디스크와 왼쪽 손목 및 오른쪽 팔의 인대 염증에 대한 치료를 위하여 휴직하였다가 복귀한 후, 2009년 11월에는 180.7시간에 달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2,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9년 10월과 12월에는 원고의 고객청구시간이 각각 133. 8시간, 133.4시간이었던 사실, 번역 담당자로 추가 고용된 R의 고객청구시간은 2009년 10월에 218.8시간, 11월에 219.3시간, 12월에 161.8시간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복직 후에는 병원에 들렀다가 10:00 전후에 출근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먼저 인정한 사실과 위 가)의 (4)항에서 든 증거들 및 갑 제35, 79호증의 각 기재 등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의 복직 후 업무가 과중하여 원고에게 손목 건초염 등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부당해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

1)

원고의 주장

피고들이 별지 기재와 같이 원고를 압박하여 원고가 견디지 못하고 2009. 12. 31. D에서 사직하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부당해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사직일의 다음 날인 2010. 1. 1.부터 2016년까지 D에서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을 급여에 상당한 527,905,42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에 다름없는 것이다(대법원 1991. 7. 12. 선고 90다11554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해고한 경우 또는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취업규칙 등에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해고권의 남용이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해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을 제3, 9, 10, 12, 13, 14, 1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D에서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09. 12. 17. 저녁에 R과, 같은 달 18. 오전에 미국변호사 M과 각각 사무실에서 다투어 피고 B으로부터 경위서 제출 지시를 받고도 불복종하였다'는 이유로 2009. 12. 28. 피고들과 총무 T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진술을 들은 후 견책을 의결하고, 다시 '원고가 위와 같이 M과 다툰 후 2009. 12. 21. 오전에 R에게 언성을 높이며 사무실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2009. 12. 30. 위와 같이 구성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진술을 들은 후 정직 2개월을 의결한 사실, 피고 B이 2009. 12. 31. 원고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의결 내용을 알리면서 '2개월분 월급을 받고 사직할 것'을 권고하자 원고가 이를 받아들인 사실, 며칠 후 D에서 원고에게 2009. 12. 31.자로 작성된 사직서 양식을 우편으로 보내오자, 원고가 그 양식에 일부 문구를 삭제하고 서명하여 D에 우편으로 보낸 사실, D에서 위와 같이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면서 R과 M으로부터 각각 원고와 사이에 있었던 사건을 R·M 자신의 입장에서 해명한 진술서를 받고, 원고의 옆방을 사용하면서 원고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변호사 S로부터도 원고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부당한 징계나 그 밖에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고를 압박하여 사직 의사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설령 실질적으로 D에서 원고를 해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이 원고에게 해고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원고를 D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내세워 원고를 해고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는 사유로 원고를 해고하는 등,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할 정도로 해고권을 남용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달리 피고들이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해고를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당심 변론종결 후 제출된 갑 제93 내지 97호증의 각 기재를 보태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별지 기재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

1)

원고의 주장

피고들이 행한 별지 기재와 같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2조, 제13조, 제14조, 민법 제2조, 제35조, 제750조, 제751조, 제756조, 제764조, 헌법 제10조, 근로기준법 제23조 위반 또는 해당 불법행위로 원고가 우울증, 분노, 경계성 인격장애, 부정적 편견, 무기력감 등에 시달려 왔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원고의 아버지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암이 재발하여 일찍 사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다7577 판결 등 참조). 또한 '손해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 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다29044 판결 등 참조).

나)

설령 피고들이 일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을 제1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들의 불법행위는 모두 원고가 D에서 사직한 2009. 12. 31. 이전에 행해진 것이고, 가해자의 특정이나 민사소송의 제기에 장애가 될 만한 사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2010. 3. 15.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의 '국민신문고'에 피고들과 D의 부당한 행태에 관한 글을 올리고, 2010. 12. 21. 피고 B이 출강하던 Z대학교의 교수들에게 피고 B과 D의 부당한 행태에 관한 이메일을 보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늦어도 2009. 12. 31.에는 그 주장하는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늦어도 이때부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이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는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자신이 최초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2011. 7. 11.,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2012. 4. 10., 왼쪽 손목 건초염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받은 2012. 10. 29., 오른쪽 손목 터널증후군을 확진 받은 2013. 10. 7., 오른쪽 손목 터널증후군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받은 2016. 4. 6. 중 어느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원고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갑 제9, 10, 29, 40, 50, 51, 69호증, 갑 제89호증의 1, 2의 각 기재 등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는 피고들의 행위와 원고의 우울병 또는 원고 아버지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시점을 이 부분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고가 2009. 12. 31.로부터 3년이 지난 2013. 3. 8. 별지 기재 불법행위로 인한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이 부분 위자료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라)

원고는, 피고들이 사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들을 용서할 마음에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가 다시 원고를 괴롭히고, 서울행정법원 2011구단23927호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소송과 관련하여 법원의 사실조회에 허위 내용으로 회신하는 등 원고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6호증의 기재 등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원고의 별지 기재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 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원고가 당심에서 추가한 안전배려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부당해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도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원범(재판장) 오현규 김봉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