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6. 5. 선고 2015노31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H, X, Y에 대한 각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

가)

2012. 1. 15.경 2억 원 편취 부분

피고인은, 피해자 E이 서울 구로구 D 대 542m²(이하 '이 사건 대지'라 한다)가 맹지여서 도로개설 없이는 건축을 할 수 없다는 착오에 빠져있음을 이용하여, 사실은 도로개설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없음에도 근린생활시설 건축허가를 받아와 마치 자신이 도로개설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2억 원을 편취한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위반(사기)의 점(2013고합486 공소사실)은 포괄일죄이므로, 피고인의 범의는 전체 범행의 전후 과정,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그 중 이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6억 원 편취 부분은 공사계약 체결 후 일련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그 범의는 단일하고 계속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바, 6억 원 편취 부분에 관하여 사기의 범의가 인정되는 이상 이 부분도 사기의 범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나)

2012. 3. 26. 8,000만 원 편취 부분

피해자는 2012. 3. 26. 피고인에게 지급한 8,000만 원은 건축심의회 심의비용(로비자금) 명목이었다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위 진술은 이에 부합하는 통장 및 확인서의 기재 등이 있어 믿을 수 있는 반면, 위 8,000만 원이 차용금이라는 피고인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 한편 그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대지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관련된 심의비용이 필요하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8,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원심판결『2013고합486』범죄사실 부분)

①

피해자는 오랜 기간 건축폐자재 처리업에 종사하여 건축 관련 법규를 잘 알고 있고, 건축주로서 이 사건 대지 위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주택건축을 위해 도로부지확보나 일조기준에 관한 건축법규정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점, 건축법 개정안에 관련된 2012. 3. 13.자 국토해양부 보도자료(이하 '이 사건 보도자료'라 한다)가 신문에 보도되어 누구나 알 수 있게 된 2012. 3. 14.부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건축공사계약금을 지급하였던 2012. 6. 5.까지 약 90일 동안 피해자만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기준 완화시기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기준을 완화하는 시기와 기준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 채 피고인과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였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은 부당하다.

②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공사대금 6억 원을 지급받았으나,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건축설계비용으로 2억 8,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약 3억 7,000만 원 상당의 공사를 실제로 시행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 범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실제로 지출한 공사비를 감안하면 편취액이 5억 원 이하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3)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핀다.

가.

공소기각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H, X, Y에 대한 각 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위반의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는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또는 각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 제9조에 해당하는 죄로서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또는 퇴직급여법 제44조 단서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H, X, Y은 이 부분 공소가 제기된 이후로서 원심판결 선고 이전인 2014. 10. 8.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간과한 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법하고,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유죄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으며, 나아가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의 일부인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죄와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이유 무죄부분도 유죄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당연히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나.

공소장변경

나아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위반, 근로기준법위반, 퇴직급여법위반,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국유재산법위반, 농지법위반의 점 공소사실(원심 범죄사실 중『2013고합546』및『2014고합235』부분) 중 각 "같은 해 12. 31.경까지"를 각 "2014. 9. 13.경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도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

소결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쌍방의 항소이유 중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과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사실은 이 사건 대지에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신축 공사를 시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공사대금 명목 등으로 피해자로부터 그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1. 11. 15.경 피해자와 1차 공사계약서를 작성하고 대지와 연결된 도로문제가 해결되면 계약금 2억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2012. 1. 15.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상호를 알 수 없는 지하 커피숍에서 위 부지에 대한 근린생활시설 3층 건축허가서를 보여주며 "도로문제를 해결했으니 약속한 돈을 주면 도로개설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계약금으로 편입하겠다. 다른 건축문제는 걱정하지 마라."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도로개설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신축공사를 제대로 실시할 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도로문제 해결 및 계약금 명목으로 같은 날 현금 1억 원을 받고, 피해자에 대한 채무 1억 원과 상계하였다.

피고인은 2012. 3. 26.경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허가를 받으려면 구청 건축심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로비자금 8,000만 원이 필요하다."라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건축심의위원에게 로비를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2012. 2. 23.경 서울시에서 각 관할구에 '공동주택 정북방향 일조기준 지침 시달' 공문을 시달하여 건물 신축시에도 일조기준이 적용되어 그 기준에 따라 10층 도시형 생활주택은 사실상 신축할 수 없었고 피고인도 설계변경 신청을 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같은 날 피고인의 직원 AE이 현금 1,000만 원을 건네받고, 피고인의 계좌로 7,000만 원을 입금받아 모두 8,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이렇게 하여 피고인은 합계 2억 8,000만 원을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우선 2012. 1. 15.경 2억 원 부분에 관하여, ① 피해자의 진술은 장래에 도로개설비용으로 사용하라고 지급한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이미 도로문제를 해결하였기 때문에 지급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관되지 않고 있는 점, 2011. 11. 15. 작성된 계약서에 따르면 건축허가를 받는 경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계약금으로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피고인이 3층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다음 피해자에게 그 허가서류를 보여주고 2억 원을 지급받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장래에 도로개설비용으로 사용하라고 2억 원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건축허가를 받으면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2011. 11. 15.자 계약서에 따라 2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도로개설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기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한편, ② 피고인이 공사비를 받기 전에 자기 돈으로 설계를 의뢰하여 건축허가를 신청한 점, 피고인이 2억 원을 받을 당시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에 특별히 장해가 되는 사정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그 당시 피고인이 신축공사를 제대로 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또한 원심은, 2012. 3. 26.경 8,000만 원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이 당시 이 사건 대지에 10층 도시형 생활주택을 신축할 수 없었음을 알고도 피해자로부터 도시계획 심의와 관련하여 위 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① 피해자의 진술 등 제출된 증거만으로 위 돈이 도시형 생활주택 심의 로비자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② 피고인이 2012. 3. 2. 구로구에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계획(변경) 심의신청을 하였다가 2012. 3. 23.경 위 건축계획 심의신청을 취하하였으며, 2012. 3. 26. 다시 도시형생활주택을 건축하기 위하여 구로구청에 건축계획(변경) 심의신청을 했다가 2012. 3. 29.경에 위 건축계획 심의신청을 취하하였는바, 피고인이 2012. 3. 23. 취하 당시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시 2012. 3. 26. 심의신청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이 불가능함을 알고서도 2012. 3. 26. 피해자로부터 심의 로비자금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받아 편취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기록상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검사는 2012. 1. 16. 피고인에게 지급된 2억 원이 '도로개설비용' 명목이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처인 AJ이 위 돈과 관련하여 자신의 통장과 가계부 및 피고인이 작성해 준 2012. 3. 26.자 확인서에 수기로 기재한 지출명목은 "도로개설비용"이 아니라 "도로허가비용" 또는 "도로허가비"였다.

②

국토해양부는 2012. 2. 23. 서울특별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에게 '향후 공동주택 건축과 관련한 인·허가 처리시 정북방향 일조기준은 법제처의 법령해석 결과대로 운영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동주택 정북방향 일조기준 운영방안 알림' 공문을 시달하였고, 각 광역자치단체장은 당시 이를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에게 '공동주택 정북방향 일조기준 지침 시달' 공문을 시달하였다. 종전 지침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의 경우 정북방향 일조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대지에 10층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신축하는 데 별다른 장해가 없었으나,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위와 같은 신축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은 분명하다. 다만, 2012. 2. 23.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나 그 당시 이미 건축심의가 신청된 경우에도 새로운 지침을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등 새로운 지침과 종전 지침의 적용대상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이에 국토해양부는 '지침 시달일(2012. 2. 23.) 기준으로 건축법상 건축허가(건축심의 포함)를 신청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종전 지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2012. 3. 27.자 '공동주택의 정북방향 일조기준 관련 보완 지침'을 시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피고인은 2012. 1. 6. 이 사건 대지에 3층 근린생활시설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였고, 2012. 3. 2. 위 건축허가를 10층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건축계획(변경) 심의신청을 하였다가 2012. 3. 23.경 위 심의신청을 취하한 다음 피해자로부터 8,000만 원을 교부받은 2012. 3. 26. 다시 동일한 건축계획(변경) 심의신청을 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8,000만 원을 교부받고 재차 심의신청을 할 당시인 2012. 3. 26.에는 이 사건 대지에 도시형 생활주택에 관한 건축허가를 받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근린생활시설에 관한 건축허가는 받은 상태였고, 아직 위 보완 지침은 시달되기 전이었으므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관련 건축법 규정이 국회에서 개정되기 전에는 이 사건 대지에 10층 규모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신축하는 내용으로 변경허가를 받는 것이 확정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설령 피고인이 위와 같이 8,000만 원을 교부받기 전에 '공동주택에 대한 정북방향 일조기준을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만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2012. 9.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내용의 2012. 3. 13.자 이 사건 보도자료를 보았고, 위 돈을 도시형 생활주택 심의 로비자금 명목으로 교부받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2012. 3. 26. 피해자를 고의적으로 기망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1)

이 부분 원심 범죄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인 피해자 E이 위 대지에 건물을 신축하려고 하는 것을 기화로 사실은 위 부지에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신축 공사를 시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위 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게 한 후 공사대금 명목 등으로 피해자로부터 그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2. 5. 14.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상호를 알 수 없는 커피숍에서 피해자에게 "2012. 7. 18.경 도시형 생활주택이 가능하도록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니 일단 법률개정 전인 2012. 7. 18.경까지 오피스텔 건축으로 착공신고를 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변경하여 건축하면 8개월 이내에 완공된다."고 거짓말하였다.

그러나 일조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은 2012. 9.경에 국회에 제출된다는 내용이었고, 2012. 7. 18.경 국회에서 통과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으며 피고인은 위 일시경 이미 일조권 기준에 미달하여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제대로 신축공사를 진행할 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정식 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비 명목으로 2012. 6. 5.경 3억 원(2억 9,350만 원 송금, 장비사용료 650만 원 상계), 같은 해 7. 31.경 1억 원, 같은 해 8. 9.경 1억 원, 같은 해 9. 26.경 1억 원을 건네받았다.

이렇게 하여 피고인은 합계 6억 원을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대지에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공사를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공사대금 명목으로 6억 원을 교부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피해자가 착오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주장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기망당하여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피고인과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 명목으로 합계 6억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은 없다.

①

피해자는 2012. 5. 14. 피고인과 공사계약을 체결할 당시 2012. 7. 18. 이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 후 9억 원을 대출받았으며, '공동주택에 대한 정북방향 일조기준을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만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2012. 9.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이 사건 보도자료의 내용을 알게 된 것은 2012. 10.경 공사가 중단된 이후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②

피고인과 피해자가 2012. 5. 14. 작성한 공사계약서에도 '7. 18. 이전에는 오피스텔로 허가받아 지하층을 시공하다가 7. 18. 이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설계변경하여 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2013고합486 증거기록 29쪽).

③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위 계약 즈음 피해자에게 약 2개월 후에 도시형 생활주택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통과된다고 설명하였다', '2012. 7. 18.경에 법이 바뀌니까 우선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아서 2012. 7. 18.경에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설계변경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피해자가 제가 준 보도자료를 보고 2012. 7. 18.경에 도시형 생활주택 10층을 지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공사계약을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위 증거기록 372, 568쪽). 한편 피해자는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질 조사를 받으면서 '이전에는 도로 문제로 이 사건 부지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였는데 피고인이 건축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피고인을 더욱 믿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위 증거기록 358쪽).

④

이 사건 보도자료에는 "건축법, 시행령,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 건축허가절차 간소화, 맞벽건축 확대, 건축협정제 도입 등 -"이라는 표제 아래 "□ 국토해양부(AK)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축물이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건축이 쉽도록 하며,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창출할 수 있도록 건축안전기준 강화, 건축허가 절차 간소화, 건축협정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건축법」,「건축법 시행령」및「건축법 시행규칙」일부 개정안을 3월 14일부터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고 기재되어 있고, 그 개정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중 2쪽에서 " ○ 그리고, 공동주택에 대한 정북방향 일조기준을 명확히 하여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만 적용하도록 하였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어 "□ 금번의「건축법」개정안은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 입법 후속절차를 거쳐 금년 정기국회(9월)에 제출될 예정이며,「건축법 시행령」및「건축법 시행규칙」개정안은「건축법」개정(건축물의 정기점검) 시행일(7월 18일)에 맞추어 공포·시행될 예정이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19쪽에 이르러 "[9] 공동주택의 정북방향 일조기준 명확화"라는 소제목 아래 이 부분 현황, 문제점, 개선안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위 증거기록 241~242쪽, 582~587쪽).

위와 같이 이 사건 보도자료에는 공동주택에 대한 정북방향 일조기준뿐만 아니라 이를 비롯한 10여 가지 항목의 건축법 및 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결국 '건축물의 정기점검 관련 개정 건축법 시행일인 2012. 7. 18.에 맞추어 관련 건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시행될 예정인 한편, 일조기준 관련 사항을 비롯한 여러 개정 사항은 입법후속절차를 거쳐 건축법 개정안으로서 2012. 9.경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건축 관계 법령을 숙지하지 못하는 일반인이 이 사건 보도자료를 보았을 경우, 일조기준 관련 건축법 개정안 역시 2012. 7. 18.에 공포·시행되는 것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뿐만 아니라, 얼핏 보아서는 '공동주택의 정북방향 일조기준 명확화'라는 내용이 건축법 개정사항인지 건축법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 개정사항인지도 구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피고인의 수사기관 진술, 공사계약서의 기재내용 및 실제로 피해자가 이 사건 대지에 공사가 착공되었다가 중단된 직후인 2012. 10. 16. 위 건물의 설계를 담당한 AH사무소 AL을 찾아가서도 '2012. 5. 14. 위 공사계약 당시에는 피고인으로부터 2012. 7. 18. 시행되는 개정 건축법령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듣고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아직 발의도 안 된 건축법 개정안을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한 점, 무엇보다 피해자가 관련 건축법 개정안이 2012. 9.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사계약서에 위와 같은 내용을 기재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이 사건 보도자료를 본 다음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공사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보도자료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반면에) 피해자는 위와 같이 착각하기 쉬운 이 사건 보도자료의 기재내용과 피고인의 잘못된 설명 때문에 2012. 7. 18. 이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⑤

한편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 자신도 위 공사계약 당시에는 2012. 7. 18. 시행되는 개정 건축법령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 피고인은 경찰 피의자신문에서 '2012. 3. 중순경 AL을 통해 법제처 해석에 따라 일조기준이 이 사건 대지상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축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국토해양부에 도시형 생활주택과 관련하여 질의한 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위 증거기록 373쪽),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는 2012. 7. 18.경에 공동주택 일조권에 관한 건축법이 개정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하면서도 "2012. 9.경 입법예고가 된다고 해서 2달 차이 정도 밖에 나지 않는데 무슨 그게 중요합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하였던 점(위 증거기록 569쪽), ㉡ 피고인의 의뢰를 받아 이 사건 대지상에 신축할 건물의 설계 및 허가절차를 담당한 AL은 2012. 10. 16. 피해자와 대화하면서 '2012. 3. 당시 언제 처리되는지 날짜가 중요해서 자신이 직접 국토해양부에 찾아가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았더니 법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가 되어야 하고 이 사건 보도자료 대로 2012. 9.경 국회에 건축법 개정안이 제출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피고인도 따로 알아본다고 했으며, 나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며(위 증거기록 280, 287쪽), 당심에서는 '사전에 피고인과 진행과정에 대해 서로 연락을 많이 했고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보도자료를 받아 보았고 자신은 2012. 9.이 되어야 허가가 된다고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 피고인은 2012. 10. 31. 피해자에게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협조공문에 대한 답변"에서 '계약 당초에 일조권 관련 건축법 개정문제가 국토해양부의 입법예고에 따라 9월초로 예정되었던 것이 12월로 연기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기재하였는바(위 증거기록 415쪽), 위 내용증명의 기재내용은 객관적인 사실과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2012. 9.경 예정되었던 것은 법안의 제출일 뿐이고 2012. 9.초 법률이 개정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공사계약 당시 건축법 개정시기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자신의 진술부분과도 배치되는 점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적어도 위 공사계약 당시에는 일조기준 관련 건축법 개정안이 2012. 9.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편취의 고의가 없고,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에서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다(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건축설계비용을 지출하였고 어느 정도 공사를 시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 명목으로 합계 6억 원을 교부받은 이상, 편취의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의 재산상 이득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에서 피고인이 지출한 비용이나 시행한 공사대금 상당액을 공제할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