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6. 8. 선고 2022나11911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소 및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를 모두 각하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7. 7. 9. 피고 B병원에 입사하여, 피고 B병원의 분원으로서 인천 옹진군 E에 위치한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방사선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이다. 원고가 입사할 당시 이 사건 병원의 CT 촬영과 일반 X-ray 촬영 등을 담당하는 방사선사는 원고 1명에 불과하여 원고는 소정근로시간(08:30 ~ 17:30) 외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응급호출을 받아 이 사건 병원에 복귀하여 방사선 촬영 등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나.

원고와 피고 B병원은 2017. 1. 1.경 원고의 휴가시기와 휴가일수 및 응급검사 발생 시 원고의 복귀의무 등에 대해 별지1 업무합의서(이하 ‘이 사건 업무합의서’라고 한다) 기재와 같이 정하는 업무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업무합의서는, 방사선사는 ‘1년 중 8월, 10월, 11월, 12월을 제외한 8개월 중 각 월의 4째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연차를 사용할 수 있고’(제3항), ‘응급검사 발생 시 병원 도착시간을 10분 이내로 하며, D 지역 내 외출시 응급실에 도착시간을 통보하여야 한다’(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업무합의서는 2017. 1. 1.부터 시행되었다.

다.

이 사건 병원에는 2021. 3.경 방사선사 F가 추가로 고용되었고, 2021. 4. 1.부터 방사선사 2명을 기준으로 한 ‘방사선사 근무형태 개선안’(이하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이라 한다)이 시행되고 있는데, 위 개선안 내용은 별지3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9, 10, 1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주위적 청구

이 사건 업무합의서 제4항에 따라 원고는 응급호출 상황 발생 시 이 사건 병원에 10분 내 도착하기 위하여 퇴근 이후에도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숙소 또는 병원 근처에서 작업복을 입고 대기해야 했고, 새벽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콜 당직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퇴근 후에도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것이므로, 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하고, 원고는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였다. 이 사건 업무합의서 제4항은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59조 제2항에 위반되고, 이 사건 업무합의서 제3항은 연차 유급휴가를 보장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제60조에 위반되며, 원고에게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제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에 위반되는바, 결국 이 사건 업무합의서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나.

예비적 청구

이 사건 병원에 방사선사가 추가로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고, 일부 응급검사를 분담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는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을 본 적이 없고, 그 내용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콜 대기 근무 기타 상세 조건‘에 의하더라도, ’방사선사는 응급환자 발생으로 호출받을 시 전화받은 즉시 근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이하 ‘콜 대기 규정’이라 한다)되어 있어 이 사건 업무합의서 제4조보다 요구조건이 더욱 엄격해졌고, 피고는 여전히 원고에게 10분 내 응급출동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콜 대기 규정은 원고에게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제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본안전 항변

피고는, 2021. 4. 1.부터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업무합의서는 현재 아무런 효력이 없고, 피고도 위 합의서가 현재 효력이 없음을 다투지 않는바,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확인의 소의 대상인 법률관계의 확인이 확인의 이익이 있기 위해서는 그 법률관계에 따라 제소자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야 하고, 그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한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6131 판결 등 참조). 확인의 소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의 당사자 간에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즉시 확정할 이익이 있는 경우에 허용될 뿐, 일반적으로 과거의 법률관계는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9다227732 판결 등 참조). 다만, 과거의 법률관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현재적 또는 잠재적 분쟁의 전제가 되어 과거의 법률관계 자체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다249148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8, 19, 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병원에 원고 외에 방사선사 F를 추가로 채용하여, 2021. 4. 1.부터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을 시행하였는데, 원고도 2021. 3. 16.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을 공람받아 이를 확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봄이 타당한 점, ②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은 이 사건 업무합의서와 달리 원고의 휴가일을 특정시기로 제한하고 있지 않고, 당직대기에 관하여 방사선사 2인이 격주로 콜 대기 근무를 하되, 당직 순서와 휴가일정 등에 대하여는 자율적으로 조율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응급검사에 관하여도 ‘응급환자 호출 받을 시 전화받은 즉시 근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 업무합의서 제4항과 같이 ‘응급검사 발생시 10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것을 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③ 원고와 F는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 시행 이후 서로 일정을 조율하여 그에 따라 응급호출 당직근무를 해 온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병원에 방사선사가 원고 1명임을 전제로 시행중이던 이 사건 업무합의서는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이 시행된 2021. 4. 1.부터는 효력이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합의서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 내지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2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도 이 사건 업무합의서가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시행으로 효력이 상실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2021. 3. 9. 원고가 ‘응급검사 발생 시 도착시간 준수의무’ 등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원고가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3. 30.경 동일한 징계처분을 하였으며, 이에 원고가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감봉 구제신청(G)을 한 데 대하여 위 위원회는 2021. 8. 13.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위 판정이 그대로 확정된 외에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업무합의서 위반을 이유로 추가 징계처분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피고가 2022. 4. 29. 원고에게 경고처분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원고가 동료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였음을 이유로 한 것이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업무합의서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예외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1)

원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이러한 청구 변경은 기존의 주위적 청구와 기초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고 피고의 방어권을 해치는 것이므로 허가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한다.

2)

청구변경에 관하여는 항소심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08조에 따라 같은 법 제262조의 요건을 갖추면 항소심에서도 청구의 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다카514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7다2141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의 유일한 방사선사임을 전제로 2021. 3.말까지 시행된 이 사건 업무합의서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임에 반하여, 예비적으로 추가한 청구는 2021. 4. 1.부터 이 사건 병원의 방사선사 2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무효확인을 구하는 대상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업무합의서와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은 방사선사의 휴가일, 응급호출시 복귀 조건 등에 대하여도 서로 달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와 ‘동일한 생활사실 또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 있어서 해결방법만을 달리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이 법원에 이르러 청구취지를 변경하여 예비적 청구를 추가한 것은 부적법하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는 청구의 변경이 적법하다고 가정하고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고는 소정근로시간 외 응급호출 대기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됨을 전제로,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에 따라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제받았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도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은 ‘응급검사 발생 시 즉시 근무지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로부터 응급호출 발생 시 이 사건 병원에 10분 내 도착하도록 강제당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② 응급검사 당직은 응급검사에 대비하여 대기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의 노동 밀도가 낮고 단속적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인 점, ③ 원고는 당직일에 퇴근 후 이 사건 병원을 벗어나 대기 장소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대기시간 동안 휴식·수면을 취하는 등 개인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거주하는 이 사건 병원 기숙사와 병원 사이의 거리는 약 70m에 불과하고, 원고가 기숙사가 아닌 D 내 다른 장소에 머무르더라도, 이 사건 병원이 위치한 D의 면적에 비추어 보아 병원으로의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원고가 당직대기 중 이 사건 병원으로부터 응급호출 외에 별도의 업무지시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원고도 이 사건 병원 입사 당시 응급검사로 인한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자체에는 동의하였고, 그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아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응급호출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무형태 개선안의 콜 대기 규정이 원고에게 1일 8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제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여야 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소 및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유진(재판장) 최은경 심웅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