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4. 17. 선고 2023나2013846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원고 A노동조합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 A노동조합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A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원고 A노동조합이 부담하고,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추가·삭제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제2면 아래에서 4행 내지 제7면 아래에서 4행)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 제3면 3행의 “법률”을 “대통령령”으로 고친다.

○

제1심판결 제3면 8행의 “있었다” 다음에 “(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를 추가하고, 18행의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으로, “원고를”을 “원고 조합을”로 각 고친다.

○

제1심판결 제5면 7행의 “(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를 삭제하고, 글상자 아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한다.

『4) 원고 조합과 피고는 2002. 12. 30.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단체협약 제105조는 ‘교육부는 교원노조의 규약에 의한 중앙조직이 사용하는 전용 사무실 임차료 인상액을 정부예산에 반영·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사무실이 확보되도록 노력한다’라고 정하였고, 부칙 제1조 및 제2조는 2000. 7. 3.자 단체협약 부칙 제1조 및 제2조와 각 동일한 내용으로 정하였다.』

○

제1심판결 제5면 아래에서 6행을 “5) 원고 조합은 2001. 4.경 피고로부터 사무실 임차를 위한 국고보조금 600,000,000원을 지원받았고,”로 고치고, 제6면 5행의 “대구교육청은”과 “사무실” 사이에 “2016년경”을 추가한다.

○

제1심판결 제7면 11행의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이”를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로, 아래에서 4행의 “2호증의”를 “2, 5호증의”로 각 고친다.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조합원들의 청구 및 원고 조합의 주위적 청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1987. 11. 28. 법률 제3966호에 의하여 삭제된 구 노동조합법(1953. 3. 8. 법률 제280호로 제정되고, 1986. 12. 31. 법률 제3925호로 개정되어,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된 것) 제32조의 행정관청의 노동조합 해산명령(이하 ‘구 노동조합법의 해산명령’이라 한다)에 관한 규정<1>과 그 목적과 효과가 동일한 규정으로서 원고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률유보원칙에도 반한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제정부터 위 조항의 적용·집행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이 사건 통보처분과 후속조치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조합에게, ① 피고가 임차료 지원금을 회수한 2016. 3. 28.부터 이 사건 통보처분이 직권으로 취소된 2020. 9. 4.까지 발생한 민법상 법정이자 120,000,000원(= 600,000,000원 × 5% × 4년) 상당의 손해, ② 대구지부 사무실 강제퇴거로 인한 손해 85,368,780원(= 차임 39,900,000원 + 이사비용 45,468,780원), ③ 경북지부 강제퇴거로 인한 차임 상당의 손해 117,500,000원, ④ 원고 조합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이 침해됨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 100,000,000원, 합계 422,868,7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는 원고 조합원들에게, 피고의 위법한 직권면직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 조합의 예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또는 원고 조합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원고 조합에게 사무실 임차비용을 지원할 채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2016. 3. 28. 사무실 임차료 지원금 600,000,000원을 회수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또는 묵시적 합의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조합에게 피고가 임차료 지원금 600,000,000원을 회수한 2016. 3. 28.부터 이 사건 통보처분이 직권으로 취소된 2020. 9. 4.까지 발생한 민법상 법정이자 120,000,000원(= 600,000,000원 × 5% × 4년) 상당의 손해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조합원들의 청구 및 원고 조합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에 의하여 당해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며, 이때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피침해이익의 종류 및 성질,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 및 그 원인, 행정처분의 발동에 대한 피해자측의 관여의 유무, 정도 및 손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6다53413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2)

상위법규에 대한 해석이 그 문언 자체만으로는 명백하지 아니하여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는 데다가 이에 대한 선례나 학설·판례 등도 하나로 통일된 바 없어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공무원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어느 하나의 견해에 따라 상위법규를 해석한 다음 그에 따라 시행령 등을 제정하게 되었다면, 그와 같은 상위법규의 해석이 나중에 당원이 내린 해석과 같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당해 시행령 등의 규정이 위법한 것으로 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 역시 결과적으로 위법하게 되어 위법한 법령의 제정 및 법령의 부당집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직무처리 이상의 것을 당해 업무를 담당하는 성실한 평균적 공무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다32747 판결, 대법원 1997. 5. 28. 선고 95다1573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제정, 이 사건 통보처분, 원고 조합에 대한 임차료 지원금 회수조치, 원고 조합원들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 등 피고의 직무집행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여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거나, 그 직무를 수행하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피고 공무원들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구 노동조합법의 해산명령 규정은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행정관청이 당해 노동조합 자체의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고,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관청의 시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는 규정이다.

법외노조 통보제도는 1988. 4. 15.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1953. 4. 20. 대통령령 제782호로 제정되고, 1988. 4. 15. 대통령령 제15321호로 개정되어, 1997. 3. 27. 대통령령 제15321호로 폐지된 것) 제8조 제2항<2>으로 도입되었고, 1997. 3. 27.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이 시행된 때부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으로 존재하였는데, 관련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기 전까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른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구 노동조합법의 해산명령을 부활시킨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지거나 두 제도의 유사성이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하여 명확히 확인된 적은 없다.

오히려 관련 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은 ‘구 노동조합법의 해산명령은 노동조합 자체의 해산을 명하는 것이어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것에 불과한 이 사건 통보처분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②

관련 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 조합의 청구를 기각하거나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관련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의미는 매우 명확하며, 법률이 규정한 바를 구체화하는 것으로서 합헌적이고 정당하다’(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수익적 행정처분인 노동조합 설립신고 수리처분의 사후적 철회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무효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온당한 태도라고 생각한다’(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노동조합법의 구체적 위임이 없더라도 적법·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관 AK, 대법관 AL의 반대의견)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처럼 관련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한지에 관하여 통일된 학설이나 판례가 제시된 바 없었고,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에서는 물론 항소된 지 약 4년도 더 지나 선고된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다수의견과는 다른 견해가 제시되었다.

③

관련 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과 상고심에서 제시된 별개의견, 반대의견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제정에 관여한 피고 공무원들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위 조항을 제정한 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④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제12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법외노조의 통보를 기속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재량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 공무원들로서는 노동조합이 시정 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 시행령에 따라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하여야 한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문언, 체계, 연혁 및 이 사건 통보처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통보처분 등의 업무를 처리한 피고 공무원들에게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할 것을 기대하거나 원고 조합에 설립신고서 반려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⑤

교원노조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의 임금, 근무 조건, 후생복지 등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하여 교육부 장관, 시·도 교육감 등과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교원노조법 제6조 제1항은 교원노조법 및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과 요건을 갖춘 노동조합에 대하여 적용되는 규정이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통보처분을 통하여 원고 조합이 교원노조법 등이 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한 피고 공무원들에게 이 사건 통보처분 뒤에도 원고 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하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⑥

임용권자는 교원노조법 제5조 제1항<3>,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6호<4>에 따라 노동조합 전임자로 종사하게 된 교원에 대하여 휴직을 명하여야 하고, 국가공무원법 제70조 제1항 제4호<5>에 따라 휴직 기간이 끝나거나 휴직 사유가 소멸된 후에도 직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을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 이 사건 통보처분을 한 이상, 피고 공무원들로서는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원고 조합원들의 휴직 사유가 소멸하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에게 원고 조합원들에 대한 직권면직처분을 발령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가 직권면직처분을 한 시점은 이 사건 통보처분을 한 2013. 10. 24. 무렵이 아니라, 관련 소송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2016. 1.경부터이다.

⑦

원고들은, 피고의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이 사건 통보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 등이 원고 조합을 정치적으로 배제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의도에서 원고 조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거나 원고 조합을 법외노조로 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통보처분 등을 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1988. 4. 15.부터 사실상 존재해 왔고, 피고는 원고 조합의 규약 부칙 제5조를 이유로 원고 조합에 대하여 2010. 3. 31. 1차, 2012. 9. 17. 2차 시정명령을 발령하였으며, 1차 시정명령 중 부칙 제5조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지 아니하다는 판결이 상고심을 거쳐 2012. 1. 12. 확정되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 조합은 2차 시정명령 또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비록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따라 이 사건 통보처분을 할 것인지에 관하여 고용복지부와 청와대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설령 이 사건 통보처분에 관여한 피고 공무원들 중 일부에게 원고들 주장과 같은 내심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위 조항의 적용·집행의 일환으로 이 사건 통보처분과 후속조치를 취한 이상, 그와 같은 국가작용 과정에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정도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그 발령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바, 원고들이 항소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22. 8. 30. 선고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러한 점에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원고 조합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사무실 임차비용 지원채무의 존부

1)

이 사건 단체협약의 실효 시점

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은 ‘유효기간을 협약 체결일로부터 1년’으로 정하면서(부칙 제1조), ‘협약을 갱신코자 할 경우 유효기간 만료 30일 전에 갱신요구안을 제출하여야 하고, 갱신요구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협약은 자동 갱신된 것으로 간주하여 효력이 지속된다’(부칙 제2조)라고 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02. 12. 30. 체결되었으므로, 유효기간은 2002. 12. 30.부터 2003. 12. 29.까지이다.

나)

나아가 앞서 든 증거, 을 제6,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유효기간 만료일인 2003. 12. 29.의 30일 전까지 갱신요구안이 제출되지 아니한 사실, 원고 조합이 2004. 1. 5. 피고의 교육부에 단체교섭요구안을 제출하여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교섭이 진행되었으나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 조합이나 피고가 유효기간 만료일인 2003. 12. 29.의 30일 전까지 갱신요구안을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부칙 제2조에 따라 자동 갱신되어 2004. 12. 29.까지로 연장되었다. 그러나 위 연장된 유효기간 만료일로부터 30일 이전인 2004. 1. 5. 원고 조합이 단체교섭요구안을 제출하였으므로, 2004. 12. 29.에는 부칙 제2조에 따른 자동 갱신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다)

다만,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본문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라고 정하고 있고, 위 조항은 교원노조법 제14조 제1항<6>에 따라 원고 조합과 같은 교원 노동조합에도 적용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2004. 12. 30.부터 3개월이 되는 2005. 3. 29.까지만 효력을 갖게 된다.

2)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묵시적 갱신 여부

원고 조합은, 2005. 3. 30. 이후에도 원고 조합과 피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조합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통보처분 전까지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2조는 묵시적 갱신을 의제하는 규정이고, 그 외에는 묵시적 갱신에 관한 조항이 이 사건 단체협약에 존재하지 아니한다. 위 부칙 제2조는 쌍방이 갱신요구안을 제출하지 아니할 경우 쌍방이 이 사건 단체협약과 같은 내용으로 협약을 갱신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원고 조합은 2004. 1. 5. 단체교섭요구안을 제출하였으므로, 원고 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과 같은 내용으로 협약을 체결하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부칙 제2조가 적용되지 아니하는 이상 갱신요구안을 제출하지 아니한 피고의 의사를 이 사건 단체협약과 같은 내용으로 협약을 갱신하려는 의사로 간주할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는 이 사건 통보처분 전인 2008. 11. 18.경 원고 조합에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이 2005. 3. 30.경 상실되었다고 통보하였고,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 및 효력 상실 경위에 관한 설명이 기재된 보도 자료를 배포하였다. 이처럼 피고는 2005. 3. 30. 이후 이 사건 단체협약이 갱신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③

원고 조합은 피고의 고용노동부장관이 2020. 9. 4. 이 사건 통보처분을 직권 취소한 뒤 피고 측에 ‘이 사건 통보처분 뒤 효력이 상실된 원고 조합 시·도지부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이 사건 통보처분 취소로 자동으로 회복되는지’ 여부 및 ‘원고 조합이 피고의 교육부와 체결한 단체협약이 2005. 5. 30. 효력을 상실하였는데, 노사합의로 인하여 효력을 복원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 문의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 측은 ‘이 사건 통보처분 취소로 인하여 효력이 상실된 원고 조합 시·도지부의 단체협약의 효력 상실 통보가 당연히 취소되는 것은 아니고, 이미 효력을 상실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노사합의를 통하여 복원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라는 취지로 답변하였다(을 제9호증). 원고 조합은 2020. 11. 5.경 피고 측 답변에 근거하여 피고 교육부장관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 회복을 요청하였다(을 제10호증).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 조합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이 2005. 5. 30.경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 조합이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실효 여부 및 시점에 관하여 다투었다는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④

갑 제3호증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교육부장관이 2013. 10. 25. 각 시·도교육청에 ‘원고 조합 노조 아님 통보에 따른 휴직사유 소멸 통보 및 후속조치 이행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는데, 위 공문에 “다. 기존 체결된 단체협약은 2013. 10. 24. 이후 효력 상실, 현재 진행 중인 단체교섭 중지. 단체협약에 의한 각종 행사지 원금 등도 지원 중지”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 즉 ㉮ 위 공문의 ‘나. 원고 조합에 지원한 퇴거 및 사무실지원금 반환 요청’ 항목에는 “시·도 교육감은 교육청이 임대료를 지불한 원고 조합 사무실이거나 원고 조합 지부에게 무상사용토록 한 사무실에서 원고 조합 지부 퇴거 조치. 보조금 교부한 교육청의 경우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및 회수(1개월 이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구 교원노조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시·도 교육감과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는 점, ㉰ 원고 조합의 대구지부는 2011년경 대구광역시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단체협약 제6조 제1항은 ‘교육청은 대구지부 노동조합 사무실을 재계약 할 경우 원고 조합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대구교육청은 이에 따라 원고 조합 대구지부 사무실을 제공해온 점, ㉱ 원고 조합의 경북지부는 2012년경 경상북도와 각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단체협약 제9조 제1항은 ‘도 교육청은 원고 조합 경북지부가 사무실 임차와 부대시설, 집기, 비품 등을 요구할 시 적절한 예산을 편성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경북교육청은 이에 따라 사무실을 제공해온 점 등을 종합할 때, 위 공문은 시·도 교육청과 원고 조합의 시·도 지부 사이에서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이 2013. 10. 24. 이후 효력이 상실되므로, 시·도 교육청이 제공해 온 사무실 임차료 지원금 및 보조금 등을 회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일 뿐, 원고 조합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음을 피고가 자인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3)

소결

그렇다면 피고가 원고 조합으로부터 사무실 임차료 지원금을 회수한 2016. 3. 29.경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존속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 조합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묵시적 합의에 의한 피고의 사무실 임차비용 지원채무의 존부

1)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어떠한 경우에 묵시적 의사표시를 통해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당사자들이 취한 일련의 행위 또는 용태, 묵시적 합의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합의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다30765 판결 참조). 특히 한쪽 당사자가 주장하는 약정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그 약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8. 선고 2016다25474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조합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 조합에 사무실 임차료를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 조합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 조합이 주장하는 묵시적 합의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실효에도 불구하고 위 단체협약에서 정한 의무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의무를 피고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서 피고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원고 조합과 피고가 취한 일련의 행위, 동기 및 경위 등을 종합하여 그 성립 여부를 판단하되, 그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②

피고는 2008. 11. 18.경 원고 조합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이 2005. 3. 30.경 실효되었다고 통보함으로써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③

이 사건 통보처분 전까지 피고가 원고 조합에 사무실 임차료 지원금 600,000,000원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 공무원이 원고 조합과의 충돌이나 갈등을 회피하기 위한 동기에서 임차료 지원금의 반환을 요구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반환을 요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무실 임차료 지원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가 내부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과는 별도로 위와 같은 내용의 묵시적 합의를 체결하기로 의사결정을 하였다는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

④

한편 원고 조합은, 피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써 반환시기의 약정 없이 임차료를 지원한 이상, 사용대차와 유사하게 원고 조합의 사용수익이 종료되거나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피고가 임차료 지원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민법 제613조 제2항이 ‘시기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차주는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이 종료한 때에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대주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가 원고 조합에 지원한 600,000,000원은 금전으로서 민법 제598조에서 정한 소비대차의 목적물일 뿐, 민법 제609조에서 정한 사용대차의 목적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제공한 위 임차료 지원금의 사용관계가 민법상 사용대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사용대차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613조 제2항에 따른 권리가 원고 조합에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 조합이 항소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은 노동조합이 사무실을 제공받은 사안으로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 조합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 조합의 예비적 청구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원고 조합에 대한 부분을 위와 같이 변경하고, 제1심판결 중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선영(재판장) 김세종 김관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