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6. 20. 선고 2023노2954 판결

2023

주문

제1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제2 원심판결(배상명령신청 부분 제외), 제3, 4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9년에 처한다.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검사의 제1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유죄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된 경우 배상명령의 확정은 차단되고 배상명령은 피고 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되는 한편(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

제2 원심은 배상신청인들 중 배상신청인 D, E, C의 배상명령신청을 전부 또는 일부 인용하였고, 나머지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하였다. 제2 원심판결 중 배상신청을 각하한 부분은 즉시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고, 배상신청을 인용한 부분은 확정되지 않고 이 법원으로 이심되었으나 피고인이 배상명령 인용 부분에 대하여 아무런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아니하고 직권으로 살펴보더라도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 제2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인용 부분은 그대로 유지한다(이하 제2 원심판결은 배상명령신청 부분을 제외한 피고사건만을 말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제1 원심 유죄 부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F(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에 차용금의 사용처를 밝혔고 피해 회사는 피고인의 경제적 상황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이 차용금의 용도에 관하여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양형부당[제1 내지 4 원심]

각 원심의 형(제1 원심: 징역 4년, 제2 원심: 징역 5년, 제3 원심: 징역 10개월, 제4 원심: 징역 5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제1, 2 원심 각 무죄 부분]

가)

제1 원심 무죄 부분(피해 회사에 대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제1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피해 회사를 상대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범행과 시기적으로 인접하고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 회사로부터 3억 원을 차용한 이상 사기죄가 성립한다.

나)

제2 원심 무죄 부분(피해자 G에 대한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과 H는 피해자 G으로부터 분양대금을 지급받더라도 분양계약 이행이 아닌 개인적 채무이행 등에 사용되고 분양계약의 이행 자체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과 H가 공모하여 편취의 고의로 분양대금을 수령하였음이 인정된다.

2)

양형부당[제1, 2 원심]

제1, 2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직권판단

가.

피고인은 제1, 2 원심판결의 각 유죄 부분, 제3, 4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제1, 2 원심판결에 대하여 각 항소하였고, 이 법원은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원심판결들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제1, 2 원심판결의 각 유죄 부분, 제3, 4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제2 원심 중 피해자 G에 대한 사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인천지방법원 2020고단5084)을 아래 제6의 가.항 기재와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아래 제6의 나. 2)항 기재와 같이 그중 주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고, 위 부분과 각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이 점에서도 제1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제2, 3, 4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제2 원심 무죄 부분의 경우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4.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제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제1 원심(이하 본항에서 '원심'이라고만 한다)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였다.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해당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10억 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고 10억 원을 차용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I는 피고인이 시행 · 시공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돈을 빌려준 것이고 피고인으로부터 개인적으로 힘드니까 10억 원을 빌려달라는 말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과 피해 회사가 시공사의 대표 및 시행회사의 관계인 점, 피고인이 차용한 금액이 1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사용처를 전혀 밝히지 않고 피해 회사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고 피해 회사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였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채무 압박이 심하여 돈을 벌어보고자 주식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점, 실제 피고인이 피해 회사로부터 차용금이 입금된 당일부터 그 대부분을 주식 투자에 사용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처음부터 피해회사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여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이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은 차용 당시 피해 회사에 차용금으로 주식 투자를 할 것이라는 사정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고, 만약 그러한 사정을 피해 회사가 알았다면 피고인에게 금전을 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피고인도 인정하였으며, 실제 피고인은 피해 회사로부터 차용한 돈 대부분을 변동성이 심하고 위험성이 큰 코스피200 선물에 투자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금 대부분을 잃는 손실을 보았다.

3)

피고인이 채무에 대한 담보로 피해 회사에 제공한 J에 있는 아파트 분양계약서는 담보로서의 가치가 확실하다고 볼 수 없었고, 피고인은 피해 회사와 10억 원 대여와 관련한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채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으므로 주식 투자에 실패할 경우 피해 회사에 차용금을 변제할 뚜렷한 계획이나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든 사정에다가 같은 증거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차용한 것은 맞지만 그 사업이 J에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여(증거기록 289쪽) 사업비 명목으로 차용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고, 피해 회사는 피고인이 진행하고 있던 J에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의 사업비 부족으로 피해 회사가 피고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하던 신축 공사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에게 돈을 대여하였다는 것이므로(원심 증인 I의 진술, 공판기록 70쪽), 피고인이 진행 중이던 건축사업 비용 명목으로 피해 회사로부터 돈을 차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한 점을 보태보면, 피고인이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할계획이었음에도 건축사업에 사용할 것처럼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10억 원을 편취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제1 원심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제1 원심의 판단

제1 원심(이하 본항에서 '원심'이라고만 한다)은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로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피해 회사가 피고인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피고인에게 3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 회사가 피고인에게 3억 원을 빌려주게 된 동기는 시공사인 주식회사 K(이하 'K'이라고 한다)이 체납된 국세와 지방세를 완납하지 않을 경우 피해 회사가 L 오피스텔 및 상가를 분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

M은 수사기관에서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K이 아닌) 다른 시공사를 알아보는 게 돈이 더 들어갈 것 같아서 3억 원을 빌려주게 되었다"고 진술하였고, I 역시 원심 법정에서 "K과 도급계약을 끝낼 경우 금전적 손해가 워낙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하였으므로, 설령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도 이 부분 금전 대차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3억 원 대여와 관련한 금전소비대차 약정서에 따르면 피고인은 소비대차 기간인 3개월(2019. 5. 30.부터 2019. 8. 30.까지) 동안의 이자 지급을 대신하여 L 신축공사 중 토목공사 비용을 부담하기로 약정하였고, 원심 증인 I의 진술에 따르면 위 토목공사 비용은 약 1억 원이었는데 피고인이 앞서 10억 원을 저리(低利)로 차용하였으므로 이번에 차용하는 3억 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토목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가 되어 위와 같이 합의하였다는 것인바, 앞서 10억 원 소비대차계약과 비교하여 40배가 넘는 고리의 이자 약정이 추가된 것이 피고인이 거액의 국세를 체납하는 등 변제 자력이 불확실하다는 사정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어 보인다.

4)

I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L 공사를 완성은 하였다는 것이고, 피고인으로부터 담보로 받은 J에 있는 아파트 분양계약서는 추후 신탁회사가 추인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담보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

피고인은 3억 원을 피해 회사와 약속한 바와 같이 세금 납부에 사용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6.

제2 원심 무죄 부분(피해자 G에 대한 사기의 점)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인천 남동구 N빌딩 3층에 있는 K의 대표이사로서, 인천 미추홀구 J 외 3필지에 있는 O · P주택 부지를 재건축하여 'Q 아파트'를 건설한 사람이고, H는 2019. 1.경 피고인으로부터 'Q 아파트' 78세대 중 63세대를 매입하여 피고인과 함께 이를 분양한 사람이다.

피고인과 H는 Q 아파트 63세대를 매매하였음에도 세금 등의 문제로 명의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과 H 사이의 아파트 매매사실 및 매매대금 정산 문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H가 위 아파트 63세대를 분양하기로 모의하였다.

이에 따라 H는 2019. 5. 18.경 인천 미추홀구 R에 있는 'Q 아파트 분양사무실'에서, 직원 S을 통해 피해자 G에게 "J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전부 2억이 넘는데 이 매물은 저렴하게 나온 것이다. 지금 계약하면 Q 아파트 분양가 300만 원을 더 깎아주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인천 미추홀구 R에 있는 Q 아파트 T호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양대금을 1억 8,600만 원으로 하고, 피고인과 H의 기존 대출채무로 인해 위 아파트 T호에 설정되어 있는 수탁자 주식회사 U 명의의 신탁등기를 위 분양대금 잔금지급일에 잔금 수수와 동시에 말소해 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H는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고 Q 아파트 63세대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신탁등기 말소를 위해서는 대출 원금과 이자 및 수수료 등을 지급해야 했으나, 위와 같은 비용이 아파트 분양대금을 초과하기도 하는 상태라서 분양대금 일체를 신탁등기 말소를 위해 사용하지 아니하면 피해자와의 약정대로 잔금지급일에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기 어려운 상태인데다가, 신탁등기 말소 등을 위한 비용부담 등의 문제로 인한 피고인과 H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피해자로부터 분양대금을 지급받더라도 그 분양대금을 이용하여 Q 아파트T호에 관한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과 H는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9. 5. 18.경 S을 통해 계약금 100만 원을 현금으로 교부받고, 2019. 5. 24. 2차 계약금 1,500만 원, 2019. 6. 28. 잔금 1억 7,000만 원을 S 명의의 V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송금받는 등 합계 1억 8,6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H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다.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인천 남동구 N빌딩 3층에 있는 K의 대표이사로서, 인천 미추홀구 J 외 3필지에 있는 O · P주택 부지를 재건축하여 'Q 아파트'를 건설하던 중 2019. 1.경 'Q 아파트' 전체 78세대 중 63세대를 H에게 매도하고 그와 함께 위 아파트를 분양하였다.

H는 2019. 5. 18.경 인천 미추홀구 R에 있는 'Q 아파트 분양사무실'에서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Q 아파트 63세대를 매수한 사실을 밝히지 아니한 채 직원 S을 통해 피해자 G에게 "J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전부 2억이 넘는데 이 매물은 저렴하게 나온 것이다. 지금 계약하면 Q 아파트 분양가 300만 원을 더 깎아주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인천 미추홀구 R에 있는 Q 아파트 T호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양대금을 1억 8,600만 원으로 하고, 기존 대출채무로 인해 위 아파트 T호에 설정되어 있는 수탁자 주식회사 U 명의의 신탁등기를 위 분양대금 잔금지급일에 잔금 수수와 동시에 말소해 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고, Q 아파트는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의 대출을 받아 준공한 후 주식회사 U 명의로 신탁등기를 경료해둔 상태였으며, Q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채무 및 하도급업체에 대한 공사비 채무, 개인 투자자에 대한 투자금 채무, 피고인 운영의 K의 직원 급여 및 Q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발생한 H에 대한 정산금 채무 등으로 인하여 자금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H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더라도 Q 아파트 T호에 설정되어 있는 수탁자 주식회사 U 명의의 신탁등기를 말소한 후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19. 5. 18.경 계약금 100만 원을 S을 통해 H에게 현금으로 건네게 하고, 2019. 5. 24. 2차계약금 1,500만 원, 2019. 6. 28. 잔금 1억 7,000만 원을 S 명의의 V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각각 송금하게 하는 등 합계 1억 8,600만 원을 H에게 교부하게 하였다.

나.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범의는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도8726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른바 분양대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또는 그 분양대금을 수령할 당시에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그 당시에 분양 목적물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분양대금을 수령하더라도 수분양자에게 해당 목적물을 분양해 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채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참조).

2)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로 인정되는 다음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H가 공모하여 피해자 G(이하 본항에서 '피해자'라고만 한다)에게 Q 아파트 T호에 관한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채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받아 이를 편취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여러 건축 현장의 자금을 전용하다가 2017년 말경부터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금 경색이 발생함에 따라[2020고단5084 사건 증거기록(이하 같다) 299쪽] 2018. 9.경 H에게 Q 아파트 총 78세대 중 조합원 15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63세대를 일괄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피고인과 H는 공사 대금, 취득세 등 문제로 명의이전을 하지 않은 채 H가 63세대에 관한 실질적 권리를 갖되, 피고인이 15세대의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분양계약 체결, 신탁등기 말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피고인과 H는 2019. 1.경 Q 아파트 78세대를 담보로 예상 대출액 90억 원보다 많은 120억 원가량을 대출받아 기존 대출금 90억 원을 상환하고, 8억 원은 H가, 나머지는 피고인이 사용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9년에도 여전히 채무 압박에 시달리면서 Q 아파트 15세대에 대한 대출이자를 납부하지 못하고 연체하였다.

다)

H는 63세대 중 40세대 이상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중 24세대 정도를 정상적으로 분양 완료한 것으로 보이는데[2020고단5084 공판기록(이하 같다) 172쪽],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15세대에 대한 대출이자를 연체하는 바람에 신탁등기를 말소하여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 위해 H가 피고인이 부담해야 할 대출이자를 대신 납부하거나, 분양대금보다 상환해야 할 돈이 더 많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피해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못하고(증거기록 179쪽) 직원 급여 등도 밀린 상태였다.

라)

이러한 점에 비추어 H는 Q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초기에는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으로 분양계약자들에게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순차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수령하던 중 피고인이 부담해야 할 몫의 대출이자 연체, 상환금액이 분양대금을 초과하는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늦어도 피해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분양대금을 수령할 당시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마)

나아가 H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 또는 불가능하게 된 사실을 용인한 채 피해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분양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H에게 편취의 범의도 인정된다.

(1)

T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위해 상환해야 할 금액은 1억 8,000만 원가량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공판기록 181쪽), H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계약금 1,600만 원을 다른 건축 현장의 인테리어 공사 비용, 딸 돌잔치 비용, 지인에게 송금하는 등으로 소비하고, 피해자가 잔금 1억 7,000만 원을 지급하자 직원 S에게 밀린 급여, 수당, S이 피고인 내지 H 대신 상환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대출금 상환 계좌가 아닌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여 S으로부터 149,251,225원을 송금받은 뒤 피고인에게 14,122,040원을 보낸 것 외에 생활비 등 자신의 개인적 용도로 모두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82쪽).

(2)

위와 같이 피해자의 분양대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피해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이르게 된 경위 내지 과정에 대한 H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렵다.

①

H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을 사용한 경위나 사용처와 관련하여 경찰 조사에서 '이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에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증거기록 104쪽, 179~180쪽), 수사관이 H의 계좌 내역을 지적하자 '내가 그때까지 사비로 사용한 돈이 있는데 그것을 못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기존에 내가 내 돈으로 안 써야 될 부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다'(증거기록 183, 184쪽)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이후 이루어진 검찰 조사에서부터 '피고인과 합의하여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②

H는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1회 경찰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돈을 먼저 사용하여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있고, 피고인의 채무로 압류가 많이 들어와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속적으로 분양에 어려움이 있었다'(증거기록 102~103쪽)고 진술하고, 제2회 경찰 조사에서는 '이전에 있던 압류해제, 이자 부분, LH에 넘기면서 계약금 2억 원 정도가 피고인 계좌로 들어갔는데 피고인이 그 돈을 미리 다 사용하였다'(증거기록 178쪽)고 진술하였으며, 검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받을 돈이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으로 충당하라고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았다'(증거기록 278쪽)고 진술하여 그 내용이 변경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이른 시일 내에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하여 등기이전이 될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공판기록 238쪽), 'H와 피고인은 LH 측이 지급하는 3억 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등기이전을 해주기로 약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이후 그 약정을 어기고 입금된 3억 원을 무단으로 인출하여 임의로 사용하여 등기이전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여(공판기록 285쪽), 채무불이행 경위에 관한 변소가 일관되지 않고 서로 모순된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H는 피고인이 Q 아파트 15세대에 대한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이 이른 시일 내에 신탁등기를 말소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는 말을 믿었다는 H의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H는 S을 통해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서류가 잘못되었다', 'W에 짓고 있는 빌라에 투자금이 들어오면 정리해 주겠다', 'LH 계약금이 들어오면 해결해주겠다', 'LH 잔금이 들어오면 해결해주겠다'고 변명하면서 계속 그 이행을 미룬 것으로 보이는데(증거기록 52쪽), H의 변소와 같이 피고인이 신탁등기말소 및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것으로 믿었다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해명할 이유가 없다.

④

H는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이전에는 Q 아파트에 압류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진술하였고(공판기록 243쪽), S 또한 동일하게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85쪽). H의 이전 변소와 달리 피해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거나 피해자로부터 분양대금을 수령할 당시에는 Q 아파트에 대하여 피고인으로 인한 압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⑤ LH가 분양받은 Q 아파트 13세대에 대한 분양대금 약 2억 8천만 원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되어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해자가 잔금을 지급한 날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2019. 9. 17.의 일이다. 나아가 피고인은 다음 날인 2019. 9. 18. H에게 1억 5천만 원을 반환하고(증거기록 143쪽), 한 달 후인 2019. 10. 18. 47,780,000원을 추가로 반환하였다(증거기록 90, 146, 179쪽). 피고인과 H 사이에 LH로부터 받은 계약금으로 T호에 대한 대출금을 상환하고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면 피고인이 바로 다음 날 1억 5천만 원을 H의 계좌로 반환할 이유가 없다. 또한 H는 피고인이 T호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금액을 반환하였음에도 이를 T호에 대한 대출원리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았다.

⑥

H의 변소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분양대금을 피고인의 H에 대한 채무 변제에 충당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과 H 사이의 채권 · 채무 관계에 불과하여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바)

피고인은 판시 각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별다른 재산이 없고 진행 중이던 사업도 적자가 심한 상태로 Q 아파트 15세대의 대출이자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였던바, H가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받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주지 못할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실제로 H는 피해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앞서 분양한 세대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마쳐주지 못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부터 분양대금을 받기 이전부터 이전 세대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본건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줄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겠네요'라는 수사관의 질문에 '네. (중략) 그때 상황이 너무 안 좋아 500만 원도 변제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습니다'라고 답변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08~209쪽). 그럼에도 피고인은 T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H도 당시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T호 잔금 받은 것을 신탁해지에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에 썼다는 것이지요'라는 질문에 '그리고 그것을 제가 동의를 했습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266~268쪽). 심지어 피고인은 LH가 지급한 분양대금 3억 원을 임의로 인출하기도 하였다.

(사)

앞서 본 바와 같이 Q 아파트 전체를 담보로 하여 대출이 이루어졌으므로 T호에 관한 대출이자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부담하는 대출이자를 포함한 전체 대출이자가 납부되어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 그런데 신탁등기 말소를 위한 비용이 분양대금을 초과하는 상태로 H가 분양대금 일체를 신탁등기 말소를 위해 사용하지 않거나 피고인이 자신 몫의 대출이자를 부담하지 않으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수 없는 상태였고, 당시 피고인과 H는 모두 경제적으로 사정이 어려웠으며, 둘 간의 비용부담 문제로 인한 분쟁도 있었던바, 피해자가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T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고인과 H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묵비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아)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H와 공모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수령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분양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인정된다.

3)

이와 관련한 제2 원심의 무죄 부분 판단은 부당하고, 검사의 이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므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7.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에 관한 판단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3항 제3호에 따르면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같은 경우 같은 법 제32조 제1항에 따라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도7144 판결 등 참조).

당심 배상신청인은 이 법원에서 편취금 2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배상명령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 법원에서 배상신청인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합의하였는바, 이로써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게 되어 배상명령신청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각하하어야 한다. 따라서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8.

결론

그렇다면 제1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및 제2, 3, 4 원심판결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제2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제1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제2, 3, 4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포함하여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한편 제1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은 이를 각하한다.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