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20. 선고 2020가합117290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 여객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 중이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나.

원고들은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 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는데,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서울특별시에서도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라.

피고는 2006년경부터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으로 정하여 오다가, 2015. 3. 30.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15. 4. 1.부터 적용, 이하 '2015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고, 사납금을 1일 4,500원인하하며, 기본급을 10,000원 인상하였다. 2015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

피고는 2017. 8. 25.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2017. 9. 1.부터 적용, 이하 '2017년 임금협정'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주 33시간으로 단축하고, 사납금은 137,000원으로 하며, 기본급을 10,000원 인하하고, 승무수당을 5,000원 인상하였다. 2017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별도로 기재하지 않은 항목은 2015년 임금협정과 동일하다).

바.

원고들은 2017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피고에게 사납금을 납입하고 피고로부터 임금산정내역표에 따른 금원 등을 임금으로 지급받았다.

사.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 · 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 내지 9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의 2017년 임금협정은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이고,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은 2017년 이전에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2015년 임금협정 기준)인 1일 6시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3 기재 각 표 기재와 같이 최저임금 미달액 및 이에 기초하여 산정한 야간근로수당, 퇴직금과 실제 지급된 금원과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요지

피고는 원고 B, C, D, E, F, G(이하 '원고 B 등'이라 약칭한다)과 퇴직금과 관련된 어떠한 민 · 형사상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원고 B 등의 미지급 퇴직금 청구 부분은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

나.

판단

갑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B 등에 대한 퇴직금산정계산서에 '상기 계산이 정확하며 이의 없음을 확인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퇴직금 지급신청서 및 영수증에는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하등의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임을 확약함'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원고 B 등이 이에 각 서명 ·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 서류들은 원고 B 등이 퇴직금을 수령할 당시 피고에게 일괄적이고 형식적으로 작성하여 제출했던 서류이고, 당시 피고가 원고 B 등에게 지급한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이었는바, 원고 B 등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미달 부분까지 포함하여 미지급 퇴직금의 청구를 포기하려는 의사로 위 서류들을 작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B 등이 피고와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 유무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15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주 36시간으로 변경하고, 2017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30분, 주 33시간으로 변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 제3 내지 6,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7년 임금협정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실근로시간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②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③

이 사건 특례조항에 의하면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실제근로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피고로서는 수익구조에 의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1일사납금 기준액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사납금 상승으로 인해 실제 수입이 오히려 감소할 것을 우려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려에서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7년 임금협정 당시 노사 양측의 이익을 고려하여 진정한 의사에 따라 1일 사납금 기준액 인상폭을 조절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④

고정급 비율 강화라는 최저임금법의 정책 목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사 모두 각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교량한 후 최저임금법의 규정에 반하지 않는 임금 구조를 만들기 위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면,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그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⑤

피고는 2009. 7. 1.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후 약 8년이 경과한 2017. 8. 25. 2017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2017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과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있고, 그 기간 동안 서울 지역의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등 원고들의 택시 운행형태나 근무여건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⑥

2017년 임금협정 당시 소정근로시간이 주 5시간 30분으로 단축되기는 하였으나 2015년 임금협정에 비하여 소정근로시간이 1일 30분 단축된 것에 불과하고, 승무수당은 5,000원 인상되었으며, 서울 지역의 택시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재협의하기로 정하기도 하였다.

⑦

2017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정액급여 중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대상 임금에 적어도 기본급, 근속수당, 승무수당,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017년 임금협정에 따라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근무기간 1년 미만의 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월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위 비교대상 임금의 합은 1,256,563원[= 기본급 735,639원 + 승무수당 310,711원 + 상여금(26일 근무 기준) 210,213원]인데, 이를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기 전인 2015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1일 6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8,106원(= 1,256,563원 ÷ 1개월의 평균 소정근로시간 155시간<2>, 원 미만 버림)으로, 2017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시급 6,470원을 크게 상회한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이 1일 6시간이라거나 2017년 임금협정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기찬(재판장) 김수현 이도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