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D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다르게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영등포구 B, 10층에 있는 C(주) 대표이사로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금융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9. 8. 8. 입사하여 근로 중인 D의 2019. 12월 임금 4,200,000원, 2020. 1월~3월 임금 각 8,333,333원 합계 29,199,999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그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E 주식회사(상호가 C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의 지배인 지위에서 D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피고인의 지위가 지배인에서 명의상 대표이사로 변경되었으나, 이는 형식적인 변경이었으며, 피고인은 F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월급 사장의 지위에 불과했다.
피고인은 2019. 7.경부터 2020. 2.경까지 실제 대표자인 F 등에게 자산운용사의 경영 현황에 대하여 수시로 이메일로 보고하였고, F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F 등은 자산운용사를 두 군데 영업소(강남, B)로 분류하여 피고인에게 B 사무실을 맡기고, 다른 한 군데는 제3자의 인물에게 운영을 맡겼다.
피고인은 D과 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관계였는데, 피고인의 권유로 D이 자산운용사에 이직하게 하면서 급여 상당의 금전 관계는 피고인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구두상의 약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피고인도 급여를 받지 못하였다.
D은 피고인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한 2020. 10. 22. 당시에 자산운용사에서 퇴직하지 않은 채 근무 중이었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15조 소정의 '사 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기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라 함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구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참조).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를 말하는바(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특정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그를 회사의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아니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도4392 판결 참조).
인정 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D은 2019년부터 I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2019. 2월 초 J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고 2019. 2월 말경 I에서 퇴사한 뒤, 2019. 3.부터 J, 피고인, K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G에 출근하였다.
피고인은 2019. 8. 6. E 주식회사(이하 ‘E’이라 한다)의 경영지배인이 되었고,<1> D은 2019. 8. 8. 경영지배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E은 2019. 10. 25.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 이하 E 또는 C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는 ‘이 사건 회사’라 한다)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피고인은 같은 날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D은 업무 대부분을 J으로부터 지시받아 처리한 후 보고하였고, 피고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피고인에게 업무보고를 한 경우도 있었다.<2>
D은 자산운용사의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급여는 세후로 660만 원을 받기로 약정하였다. D이 지급받은 월급 및 입금자명 관련 내역은 다음과 같다.<3>
D은 피고인으로부터 회사에 돈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먼저 급여를 지급해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2019. 12.말경 피고인에게 2019. 11. 이후의 급여에 관해 물어보니 피고인이 회사가 증자되면 급여를 주겠다고 했으나, 2020. 7.경 회사가 유상증자가 되었는데도 급여를 받지 못했다.
D이 2020. 4.경 피고인에게 급여가 밀린 점에 대해 항의하자, 피고인이 4월 이후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고, D은 2020. 4. 8.까지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D이 2020. 8. 24. 피고인에게 미지급 급여정산에 관하여 문의하자, 피고인은 회사 계좌가 압류당했고, 자신들도 아직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급여정산을 기다려달라고 하였다.
D은 2020. 10. 22. 피고인을 상대로 급여 미지급으로 인한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2019. 8. 8. 사업주인 E의 경영지배인 지위에서 근로자인 D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비록 당시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는 N로 되어 있었으나, D은 J으로부터 피고인과 자산운용사를 운영할 계획이니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이 사건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고, 피고인이 곧 대표이사가 될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점, 실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개월 만에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점, 피고인은 D에게 자산운용사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D은 피고인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하였던 점, D은 피고인을 ‘대표님’이라고 호칭하였고, 미지급 급여정산에 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문의하였던 점, D은,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라고 주장하는 F을 전혀 몰랐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실질적으로도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업경영담당자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이 F 등에게 이메일로 업무보고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F 등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설령 F이 이 사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자라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업무를 도맡아 처리한 것으로 보이므로, 탈법적인 목적을 위하여 피고인을 명목상으로만 대표이사로 등기하여 두고 모든 업무집행에서 배제되어 실질적으로 아무런 업무를 집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사업경영담당자인 사용자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자산운용사의 자금 집행 권한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하나,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갖는 것이고, 근로기준법상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 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이 대외적으로 대표이사의 직함을 사용하고, 이사회를 개최하였으며, D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이 사건 회사(B 사무실)를 운영한 이상, 피고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피고인은 회사 사정이 악화되어 피고인도 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사용자 지위가 부정된다거나 근로기준법상 금품청산의무 불이행에 대한 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D은 피고인으로부터 말을 듣고 2020. 4. 8. 이후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D은 2020. 4. 8. 당시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C이 청산절차에 들어간 뒤 D이 2020. 12. 2. 상실신고를 함에 따라 퇴사처리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이후로는 피고인에게 금품청산의무가 발생한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