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1. 선고 2025노547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F과 사이에 임금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의 사항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F으로 하여금 휴대전화 카메라로 이를 촬영하게 하였으므로 이는 전자문서 형태로 근로계약서를 교부한 것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고인은 F 등 근로자들에게 퇴직 시 정산서 작성을 거쳐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근로자들 또한 이에 관하여 서면으로 동의하였으며, 이후에도 최저임금을 요구한 바 없었다. 이처럼 B이나 F 등이 퇴직한 이후에도 최저임금을 달라고 말하지 않아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몰랐으며, 피고인이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것이 아니라 네일아트 기술 교육비를 근로자로부터 수령하여도 되는 것으로 알고 급여에서 공제하였던 것이다. 원심은 이와 같은 사정을 도외시한 채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및 최저임금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을 저질렀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임금 미지급 및 최저임금 미지급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임금에서 교육비를 공제하거나 최저임금액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하여서는, 원심에서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설령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위와 같이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임금전액 지급의 원칙 및 상계 금지의 원칙(근로기준법 제43조)이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개별적 합의로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성격(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위와 같은 합의를 하였고 근로자들 또한 퇴직 시에도 정산서를 작성하며 이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사용자인 피고인에 대하여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근로기준법위반죄나 최저임금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만한 사정이 생긴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들 각 규정은 당사자 간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적 규정이 아니라 법에 의해 적용이 강제되는 강행규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고인이 그와 같은 법률의 취지를 알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이나 최저임금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2)

근로계약서 미교부의 점에 관하여

㈎ 피고인은 F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소정근로시간 등이 기재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후 F에게 계약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채 F으로 하여금 그가 소지한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도록 하였고, 이에 대하여 F 또한 당시에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관하여 F은 "피고인이 '이렇게만 가지고 있자'고 하여 제 휴대폰으로 찍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4면), 피고인은 "그때 바빠서 1부만 출력이 되지 않아서 근로계약서가 1부만 있어서 급하게 근로계약서를 1부를 작성하고 찍도록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24면).

㈏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 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을 교부하여야 하며, 근로계약 체결 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위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위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참조).

㈐ 한편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상 '전자문서'란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말하고(제2조 제1호), 전자문서가 '① 전자문서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을 것, ②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을 것'과 같은 요건들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제4조의2 본문).

㈑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이 말하는 '서면'이란 '문서'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자문서'를 지칭하는 것인바, 문서를 스캔 또는 촬영한 이미지 파일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열람할 수 있고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있다 할 것이므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의2의 각 호 요건을 충족하는 전자문서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이미지 파일은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의 서면에 해당한다.

㈒ 나아가 피고인이 F으로 하여금 그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근로계약서를 촬영하도록 한 것을 '서면의 교부'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먼저 '교부'는 물건을 '인도'하는 것으로서,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이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사용자인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문서의 형태로 작성하였으나 근로자인 F에게 그 원본 혹은 이를 기계적 방법에 의하여 복사한 사본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이전한 바 없으므로 피고인이 '문서'를 교부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근로자가 근로계약서 원본을 촬영함으로써 본인의 휴대전화 저장매체에 생성·기록한 '근로계약서의 이미지 파일'은 그 자체로서는 전자적 형태로 저장된 정보이므로 '전자문서'로 볼 수 있으나 해당 이미지 파일은 근로자가 자신의 촬영행위에 의하여 새롭게 생성한 정보일 뿐, 사용자인 피고인으로부터 이미 존재하던 정보에 대하여 사실상의 지배를 이전받은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전자문서'를 교부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 특히 앞서 살펴본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의 문언 및 관련 법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중요한 근로조건들이 기재된 서면 혹은 이에 준하는 전자문서를 교부하도록 함으로써, 향후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 근로자가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강한 증명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그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근로자 스스로 본인의 휴대전화로 근로계약서를 촬영하여 생성한 이미지파일은 향후 촬영, 저장 및 편집 과정에서 위·변조 등에 관한 이의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근로자가 보유한 해당 휴대전화 등 매체 자체의 기계적 결함이나 촬영·저장 기술의 흠결(계약서의 일부 내용이 잘리거나 빛 반사·번짐 등으로 그 판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등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서의 원본 혹은 기계적 방법에 의한 복사본과 동일한 증명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용자가 근로자 스스로 근로계약서를 촬영하도록 한 것을 전자문서 방식에 의한 근로계약서의 서면 교부에 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자가 위와 같은 촬영에 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근로계약서 교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여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도 동종의 범죄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변명으로 일관하였던 점, 반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였고, 근로자 B, C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 B, F 등 근로자들이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수사관서에 고소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취하를 종용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거나(증거기록 109면) 근로자 B의 어머니에게 'B이가 미용업계에서 계속 일을 할 텐데 이렇게 소문이 나면 다른 원장들도 어떻게 초보를 쓰겠냐'는 등의 말을 하였고(증거기록 137~138면), 이로 인하여 C 등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피고인이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하여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고밝히기도 하였던 점과 함께 피고인의 나이, 경제적 상태, 이 사건 범행의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두루 고려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양형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선지(재판장) 조규설 유환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