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B에서 주식회사 C를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 및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3. 1.경부터 2018. 12. 31.경까지 근무한 근로자 D의 임금 17,707,213원 및 퇴직금 4,617,143원 합계 22,324,356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D의 업무형태와 업무 성질에 비추어 D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이를 전제로 D와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그에 따른 임금 및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는바, 위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은 유효하므로, 피고인이 D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임금 및 퇴직금은 없다.
판단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임금 지급계약을 의미한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참조).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 앞서 본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는 2012. 3. 1.부터 D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왔는데, 그 각 근로계약서에는 D가 감시적 근로자로서 근로한다는 문구 및 기본임금에 수당을 지급하되 그 수당을 야간근로가산수당과 연차수당으로만 구분하여(2012년 계약에만 ‘기타제수당’이 추가되어 있다) 매월 일정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증거기록 25 내지 34쪽), C는 D에게 매월 위 근로계약서에 따른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한 사실, D는 E빌딩에서 경비원으로 격일제 근무를 하면서 건물경비 업무 등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D의 경비 업무는 야간 및 휴일 등 근무가 예정되어 있는 반면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감시적 근로로서(피고인은 경비 업무에 별도로 주차관리 업무도 담당하였다고 주장하나, 주차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실제로 한 업무는 차단기 등을 통해 차량의 입·출입을 통제하고 주차료를 정산하는 등의 업무를 한 것이 아니라, 1층에 소재한 은행 앞 무단주차를 단속하는 정도의 일에 불과하므로, 위 업무로 인해 특별히 근로의 성격을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근로 형태의 특수성 때문에 C와 사이에 기본임금에 매월 일정액을 야간근로가산수당, 연차수당 명목으로 추가하여 지급받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는 포괄임금계약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포괄임금제 약정이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무효라고 보기 부족하고[한편 피고인이 D와 관련하여 감시적 근로에 대하여 노동부장관 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그것은 포괄임금제 약정의 효력과는 관련이 없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40586 판결 참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D에게 임금을 미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설령 앞서 본 C와 D 사이에 체결된 포괄임금제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서에 감시적 근로라는 문구와 함께 포괄임금제 형식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점, D가 약 7년간 근무하면서 ‘포괄임금제의 효력 및 그에 따른 추가 임금 발생’에 관하여는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증거기록 13쪽), D 스스로 이 법정에서 자신이 감시적 근로자라는 취지로 진술하기까지 한 점(피고인은 ‘감시적 근로에 대하여 노동부장관 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지는 못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그러한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퇴사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추가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 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재은
각주1)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피고와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아니하고 각종 수당을 모두 포함하여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기로 약정하고 피고로부터 그 약정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급받았고, 이 약정은 원고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유효하며,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노동위원회 또는 노동부장관의 승인 여부는 이와 관련이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옳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