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양형부당)
법리오해
피고인은 진행 중이던 투자 유치 무산, 정부지원금 지급 지연 등으로 인한 사업자금 부족으로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근로자들에게 공지하였고, 또한 근로자들이 대지급금 제도를 통해 체불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와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다. 이는 임금 및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도969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피고인이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에 대한 정부지원금 지급이 지연되고 금액이 감액되는 등 상당 정도의 자금압박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장래의 불확실한 정부지원금 지급 및 배정이나 투자금 유치, 제3자로부터의 금전 차용 등의 변제계획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실효성이 있는 장래의 변제계획을 근로자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하게 협의하였다는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빠른 시일 내에 청산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주장하는, 근로자들에게 대지급금 제도의 안내 및 수월한 대지급금 수령을 위한 필요한 서류 제공이라는 사정은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조치만으로는 피고인이 미지급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와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피고인은 임금체불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창업 등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퇴직금이나 미지급 임금 등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될 수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체불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에 불편과 위험이 따를 우려가 있으며, 임금이 생계의 원천인 근로자의 경우 임금의 지급이 장기간에 걸치거나 부정기적으로 행하여지면 근로자의 생활이 불안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한 점, 근로자의 생계수단인 퇴직금 및 임금의 지급을 확보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이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춘 점, 위와 같은 입법목적, 공익적 요청 등에 비추어 임금 등의 체불행위를 형사처벌하기로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인정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및 임금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 및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위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회사가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경제활동을 유지·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제적 파탄상태에 이른 경우에까지도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퇴직금 및 임금의 지급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임금체불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등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2헌바11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0539 판결 참조).]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2)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양형조건과 달리 평가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 피고인이 당심에서 양형부당의 사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에서 전부 나타난 것들이고, 원심은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김성훈 맹현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