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7. 9. 선고 2023노1812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점, 건설현장의 현장소장 업무는 통상 일정한 근무일과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근로자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경영하는 C은 5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한 소규모 건설하도급업체로서 피고인을 포함한 직원들은 대부분 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던 사실, ② 근로자 D은 위 회사에 재입사한 후 퇴사할 때까지 연봉 5,000만원에 명절 상여금 500만원을 계속 지급받아 왔고,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사실, ③ 위 근로자 이외에 나머지 현장소장들은 피고인과 포괄임금제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사실, ④ C은 날씨나 자재 반입 등의 공사 조건에 따라 평일이나 휴일에 현장소장의 근무가 유연하게 변동되는 업무 조건이었던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근로자 D이 구두로 포괄임금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포괄임금제 약정 체결 여부

가)

관련 법리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각종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에 관한 약정이 성립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임금 산정의 단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 동종 사업장의 실태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형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일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 등 실질적인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근로시간, 정하여진 임금의 형태나 수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그 정액의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24739 판결 등 참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및 사실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과 근로자 D 사이에 유효한 포괄임금제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①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근로자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월 급여액에 각종 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음을 확인할 서면도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다. 또한 C에 포괄임금제를 규정한 취업규칙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C과 근로자 D 사이에 ‘명시적인 포괄임금제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②

근로자 D이 C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피고인 측 주장<1>에 의하더라도, 야외 공사현장의 특성상 근로자 D을 비롯한 C의 근로자들은 토요일은 1일 8시간의 근로가 예정되어 있으나, 1일 8시간을 넘는 연장․야간근로 및 휴일근로를 사실상 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③

포괄임금제 약정의 경우 근로기준법 규정을 잠탈하여 사회적 약자의 지우에 있는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고려할 때, 근로자 D이 C에 근무하면서 월 급여 외에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의 지급을 별도로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점만으로 C과 근로자 D 사이에 월급여액 외에 추가로 어떠한 수당도 지급하지 않기로 하거나 특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2)

근로기준법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 고의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근로자 D에게 2018. 6.경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봉 5,5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구두합의하고, 2018. 6. 1.경부터 2021. 9. 30.경까지 그중 500만 원을 명절 상여금으로 별도 지급하고, 나머지 5,000만 원을 12개월로 나누어 매월 4,166,670원(= 5,000만 원 / 12개월, 원 단위에서 반올림)씩 지급하면서, 위 금액에서 퇴직연금 347,220원(= 4,166,670원 / 12개월, 원 단위에서 반올림)과 고용보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소득세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근로자 D에게 매월 기본급과 법정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급여를 지급하여왔고<2>, 근로자 D이 C에 재입사하기 이전인 2003. 7.경부터 2007. 6.경까지 기간에도 이러한 방법으로 급여를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D은 위 근로기간 도중이나 종료 직후에 피고인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②

근로자 D을 제외한 C의 다른 근로자들 역시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매월 정액의 월급여를 지급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위 근로자들 역시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E, K 등 다른 근로자들이 당시 C로부터 지급받은 급여는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봉 5,500만 원 내지 6,000만 원으로 근로자 D의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바, 달리 근로자 D이 C로부터 지급받은 급여가 업무내용, 업무시간 등에 비추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은 없다.

③

근로자 D은 2022. 4. 26. C을 상대로 자신이 작성한 근무일지 등을 근거로 산정한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6,539,090원,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27,990,495원 등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의 임금 청구의 소(서울남부지방법원 2022가단230978호)를 제기하였고,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근로자 D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6,539,090원,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22,009,620원 등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근로자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 그 미지급 금액이 근로자 D이 위 민사소송에서 청구하는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고, 민사상의 책임 인정에 필요한 증명보다 높은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근로자 D 사이에 근로자 D의 휴가일수, 휴일근로일수 등이 다투어지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포괄임금제 약정이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설령 근로자 D이 작성하여 C에 제출한 작업일보의 내용, 피고인과 근로자 D의 관계, 민사소송 진행경과 등에 따라 민사사건에서 사후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인의 민사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이 C의 인사․노무관리에 관하여 변호사나 노무사 등 법률전문가의 자문 또는 조언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바, 상시 근로자 5인에 불과한 C의 조직과 규모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포괄임금제 약정의 효력 여부를 쉽게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C에서 법정수당 등 청구와 관련한 사례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C과 근로자 D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피고인 자신으로서는 포괄임금제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믿었을 합리적 의심을 떨칠 수 없다.

3)

소결론

원심판결이 그 이유에서 포괄임금제 약정 성립에 대한 판단을 달리 하는 등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법원에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양형조건은 원심과 비교하여 별다른 변화가 없고, 검사가 당심에서 주장하는 양형에 불리한 정상들은 대부분 원심에서 형을 정하면서 이미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위 정상들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규모,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만, 원심판결문 제2쪽 제16행의 ‘벌금형 선택’은 오기임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이를 삭제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이태웅(재판장) 김현호 최준환

각주1) 2024. 4. 9.자 변호인 의견서 참조

각주2) C이 세무사를 통하여 작성하여 신고한 임금대장,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증거목록 순번 21 내지 27)에는 ‘기본급’과 ‘법정수당’, ‘변동급’이 구분되어 있으나, 근로자 D에게 매월 지급되는 법정수당과 변동급의 액수가 동일하고, 근로자 D과 기본급이 동일한 근로자의 법정수당과 변동급의 액수가 근로자 D과 동일한 점을 볼 때, 이는 형식적으로만 기본급과 법정수당, 변동급을 구분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