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의 문언상 '근로시간 도중에'는 근로시간 업무 시작 후, 업무 종료 전에 휴게시간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고,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과 E노동조합 C병원지부 사이에 체결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적용 합의서'에서 '근로기준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근로시간 도중에 제공되어야 할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전후에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의하여 허용된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근로자 D에게 근로시간 도중에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사실을 인식 및 용인한 것 자체로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공소장변경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피고인은 서울 노원구 B에 있는 이 사건 병원의 병원장으로서 상시근로자 1,630명을 사용하여 병원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무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0. 11. 23.부터 2021. 7. 20.까지, 2021. 9. 3.부터 2021. 11. 22.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D에게 위 근로기간 중 평일 1일 4시간의 일을 시키면서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지 아니하였다."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1>, 당심이 이를 허가하였다. 그러나 위 공소장변경은 단순히 피고인의 근로기준법위반 범행기간을 축소하는 취지에 불과하여 심판대상이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변경된 공소사실을 포함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기각하는 이상, 변경 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하면 충분하므로 공소장변경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지는 않는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변경 전 공소사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평일 1일 4시간의 일을 시키면서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근로기준법 제54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서는 보건업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은 보건업에 해당하고, 2017. 7. E노동조합 C병원지부와 휴게시간 변경에 대한 합의를 하였으며, 위 합의는 매년 갱신되어 왔다.
근로계약서에 따른 D의 근로시간은 원래 12:00~16:00인데, D은 2020. 11. 23.부터 2021. 3. 1.까지는 11:30과 12:00 사이에 병원 운영의 구내식당에서 직원가격에 밥을 먹었다. D의 요청에 따라 2021. 3. 2. 근무시간이 08:00~12:00로 변경되었고, D은 2021. 3. 2.부터 2021. 7. 20.까지는 12:00~12:30 사이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D은 2021. 7. 21.부터 2021. 9. 1.까지는 10:00~10:30까지 휴게시간을 요청하여 요청한 시간에 휴게시간을 가진 후 12:30 이후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2021. 9. 3.부터 2021. 11. 22.까지는 D이 재차 요청을 변경하여 08:00~12:00 사이에 근무하고 12:00~12:30 사이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 사건 병원은 2020. 11. 23. D을 고용하면서도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휴게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300,000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후 D을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은 휴게시간을 기재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를 변경하였으나, D은 근로계약서 변경을 거부하여 근로계약서 기재를 변경하지 못하였다.
D은 근로시간 도중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본인이 제시한 대책과 개선방안을 무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학교법인 F을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C병원과 그 근로자 대표는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근거하여 휴게시간 변경에 서면으로 합의하였고, 원고(D)은 동료 근로자들과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근무하였으며, 원고의 1일 근무시간은 4시간으로 처음에 12:00~16:00에 근무하였다가 원고의 요청을 반영하여 2021. 3. 2.부터는 오전 8시부터로 변경되었으며, 근무시간 전 또는 후에 식사와 휴식시간을 가졌던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4시간 근무를 하는 경우 근로시간 도중에 30분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면 사업장에 머무르는 총 시간이 4시간 30분이 되므로 근무시간 도중에 휴게시간 30분을 부여하지 않고 4시간 근무 후 바로 퇴근시킬 경우 근로자가 사업장에 체류하는 시간이 줄어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허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실제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들의 경우 근로시작 전 또는 근로종료 후에 휴게시간을 부여받아 사업장에서의 체류시간을 줄이는 것을 더 선호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으며 따라서 휴게시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하기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명시한 것으로 볼만한 증거가 없다.
당심의 판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과 당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평일 1일 4시간의 일을 시키면서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원심의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휴게시간은 특정일의 계속된 근로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데, D은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었던 시기 병원 정문에서 출입자를 통제하고, 출입자에게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는 등의 업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게이트키핑'을 담당하였고, D 본인이 출입하는 인원에 비하여 '게이트키핑'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이 과다하다는 의견을 병원측에 제시하기도 한 점(증거기록 제143쪽), 이 사건 병원총무부에서 단시간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업무의 강도가 세서 중간 휴게시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단시간 근로자는 없는 점(공판기록 제286쪽) 등에 비추어 보면, '게이트키핑'의 업무 강도는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D에게 근로시간 전후로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인하여 D의 건강 보호라는 목적이 저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휴게시간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인바(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2018. 6.28. 선고 2013다28926 판결 등 참조), 앞서 원심의 판단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근로시간 전 또는 후에 주어진 휴게시간에 이 사건 병원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증거기록 제60쪽 내지 제64쪽), 위 휴게시간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이 사건 병원 총무부의 지휘·감독이 따로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 휴게시간은 자유시간으로서의 조건도 갖추었고, 피고인이 D에게 근로시간 전후로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은 오히려 D이 휴게시간을 식사시간으로 활용하여 구내식당에서 직원가격(1,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피고인이 D에게 근로시간 전후로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이 장시간 근로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함과 동시에 근로자가 시민으로 생활하기에 필요한 자유시간을 확보하게 한다는 휴게시간의 제도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피고인이 D에게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전후로 부여한 것이 '근로시간 도중에'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앞서 원심의 판단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병원은 2017. 7. E노동조합 C병원지부와 사이에 휴게시간 변경에 관한 합의를 하였고[위 합의는 정확히는 이 사건 병원의 상위기관인 N의료원과 E노동조합 C병원지부 사이에 이루어졌다(증거기록 제70쪽)],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합의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59조 제1항에 의한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평일 1일 4시간의 일을 시키면서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경무(재판장) 박효선 김태균
1기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은 2021. 7. 21.부터 2021. 9. 2.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D에게 위 근로기간 중 평일1일 4시간의 일을 시키면서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지 아니하였다."는 부분을 철회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증거목록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