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가항에 대하여, 피고인 등이 C기관건물 10층 복도 한쪽에서 한 농성행위는 원만한 교섭을 위하여 단체협약의 체결권자임과 동시에 노사관계에서 실질적인 책임자인 발전회사 사장단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된 것으로 피고인이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침입한 것이 아니고, 노동조합으로서의 일상적인 활동의 범위 내에서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소극적인 선전에 그쳐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거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하며, ② 공소사실 제1의 나항에 대하여, 피고인이 회사 대표자와의 면담을 위하여 D 사장실에 잠시 들어간 것일 뿐 피고인이 사장비서인 E를 밀치고 들어가거나 E가 조합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사실이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아니하며, ③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직권중재제도는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이나 평등원칙 등 헌법에 위반되며 개정법률안에서 폐지가 예정되어 있어 가벌성이 소멸하였고, 가사 그렇지 않더라도 이 부분 쟁의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피고인이 이 사건 쟁의행위에 나아가게 된 경위와 과정, 유사사건에서 선고된 형량과의 균형, 사용자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도 이 사건 쟁의행위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공소사실 제1항의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에 대하여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하여는, 그 주체가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능력이 있는 자 즉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시기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의 자리에서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회답을 했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의 찬성결정 및 노동쟁의 발생신고를 거쳐야 하고, 그 방법은 소극적으로 노무의 제공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정지하여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어야 하며, 노사관계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야 하고, 사용자의 기업시설에 대한 소유권 기타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고(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1999. 6. 25. 선고 99다8377 판결 등 참조), 쟁의행위 중 파업은 그 노무정지의 효율성을 확보, 강화하기 위하여 그 보조수단으로 소위 피케팅을 동반하거나, 직장에 체류하여 연좌, 농성하는 직장점거를 동반하기도 하는 것으로서 그 자체는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나, 이 경우 피케팅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하여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폭행, 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적 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며, 직장점거는 사용자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아니하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하여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이를 넘어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에 걸쳐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며(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431 판결,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 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6도3552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할 것이며, 업무를 '방해한다' 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또한,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건조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에 침입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출입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고함이나 소란을 피우면서 건조물에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기관는 2001. 4. 2.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위하여 회사의 발전부분을 분리하여 자회사로서 F 주식회사, G 주식회사, H 주식회사, I 주식회사, D주식회사 등 5개 발전회사를 설립하였는데(다음부터 '주식회사'는 생략하기로 하고, 5개 회사를 통칭하는 경우 '발전회사'라고 한다), 피고인은 발전회사의 근로자 6,5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J노동조합(다음부터 'J노조'라고 한다)의 위원장으로서 발전회사들이 근무시간 중 개최될 J노조의 2006. 7. 12. 임시총회를 사전에 불허하였음에도 근무시간 중에 이를 강행한 결과 임시총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에 대하여 발전회사 측의 징계가 있게 되고 이에 조합 임원들과 함께 같은 달 31. 16:10경 이 사건 회사 건물 10층(같은 층에는 발전회사 사장실과 감사실이 있다)에 침입하고, 그때부터 같은 해 8. 11. 12:00경까지 발전회사 측의 수차례 철수요구에도 불구하고 10층 엘리베이터 출입문 앞 복도에서 철야로 점거농성을 하면서 임직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집단적으로 '이중인격 이중잣대 발전사장, 정당한 조합활동 탄압하는 경영진은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업무시간 내내 노동가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빨간색 스프레이로 10층 벽면에 구호 등을 써놓은 사실, 같은 해 8. 1. 09:20경 이 사건 회사 건물 10층에 있는 D 사장실에 이르러 사장실 비서 E로부터 사장이 해외출장으로 부재중이라는 사정을 전날 들어 알고 있음에도 다수의 위력을 이용하여 사장실로 들어오지 말라는 비서 E 등의 요구를 묵살하고 사장실에 강제로 들어간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원심판결은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 등이 E를 밀치고 들어간 것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증인 E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등이 E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사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는바, 원심이 위와 같이 인정하였다고 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피고인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의 행위가 비록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지하부터 지상 11층까지 운행하는 저층용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운행하는 고층용 엘리베이터의 통로를 점거하여 임직원들이 10층을 다닐 수는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철야로 약 12일 동안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할 정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노동가를 틀어 놓는 등으로 소란을 피우고 엘리베이터 통로를 배타적으로 점유하여 임직원들의 통행을 막은 행위는 부분적, 병존적 점거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다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J노조 임원들과 같이 위와 같이 건물 복도 일부를 점거하고 같은 해 8. 1. 09:20경 D 사장실에 들어간 행위 역시 조합임원들과 공동으로 건조물에 침입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등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회사의 정당한 징계절차에 항의하는 행위로서 정당한 조합 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다수의 위력으로써 회사건물에 침입한 후 근무시간을 포함하여 철야로 약 12일 동안 건물 복도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거하고 부재중인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가는 등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도 상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기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공소사실 제2항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6. 9. 3. 23:10경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직권중재회부결정을 하여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같은 날 20:20경 K대학교 중앙광장에서 'L'를 개최하던 중 '2006. 9. 4. 01:30경부터 총파업 돌입'을 선언하여 2006. 9. 4. 01:30경부터 같은 날 16:30경까지 집단적으로 일제히 근로를 거부함으로써 쟁의행위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직권중재회부결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제63조, 제91조 제1호의 각 규정 취지는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사 양측의 극단적인 이해 대립과 갈등으로 파업이 빈발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노사간 합의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쟁의의 해결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국민경제를 보전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같은 법상 규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 적절하며, 기본권제한의 정도도 최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의 균형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825 판결, 헌법재판소 2003. 5. 15. 선고 2001헌가3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발전회사의 업무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이 일시적으로라도 중단될 경우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점을 고려하여 일반사업장의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거나 J노조의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직권중재회부결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며, 직권중재회부결정의 폐지가 개정법률의 시행으로 예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직권중재회부결정에 위반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가벌성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개정법률의 부칙에서도 법 시행 전에 행한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인바(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6도8967 판결), 이 사건 쟁의행위의 경위와 참가한 조합원들의 수, 발전회사들의 규모와 그 사업 내용, 피고인이 사전에 대학 측의 장소제공 협조도 받지 아니한 점, 이 사건 쟁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경제적 안정이나 발전회사의 사업운영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쟁의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나름대로 발전회사 측과 교섭하기 위하여 노력하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쟁의행위 기간이 그리 길지 아니하는 등 정상에 참작할 사정이 있으나, 피고인은 J노조의 위원장으로서 2006. 6. 13.부터 노사간 단체교섭이 진행되던 중 평일날인 2006. 7. 12. 13:00부터 '2006년 하반기 사업계획에 관한 안건'으로 조합원총회를 소집하고자 하였으나 회사 측에서는 근무시간 중 총회를 개최한 전례가 없으며, 전력수요의 성수기에 발전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수요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분명히 거절하였음에도 조합원 임시총회의 개최를 강행함으로써 이 사건 징계절차가 시작되는 등 회사의 이러한 징계절차에 어떠한 위법 · 부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음에도 이 사건 건물의 침입과 업무방해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 그 동기에 그다지 참작할 점이 없으며(위 임시총회의 소집동기가 서울 · 수도권의 조합원들로 하여금 한미FTA협상 반대집회에 참가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 또 이 사건 쟁의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알면서도 상당수 조합원으로 하여금 쟁의행위에 나아가게 하였고, 그로 인하여 발전회사의 사업운영에 적지 않은 혼란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동종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량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태악(재판장) 김정석 권상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