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채무자는 별지 기재 교섭사항에 관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성실하게 응하여야 한다.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이유
사안의 개요
당사자들의 지위
채권자는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주된 조직대상으로 하여 2014. 1. 14. 설립신고를 마친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채무자 산하의 국가보훈처(아래에서는 특별히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무자와 그 산하 기관을 구별하지 아니하고 '채무자'라 표시한다)가 운영하는 '보훈섬김이' 제도에 따른 보훈섬김이는 고령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 또는 노인부 부세대인 보훈대상자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 가사, 편의, 정서, 건강관리 지원 등 일상생활을 돕는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복지인력이다. 보훈섬김이는 그동안 기간제로 고용되어 오다가 2018. 1. 1.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채권자는 2018. 4. 15. 산하에 국가보훈처지부를 설치하였고, 당시 재직 중이던 보훈섬김이 약 700명 정도가 이에 가입하였다.
채권자의 교섭요구 및 채무자의 거절 등
국가보훈처 산하의 B에서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들로 조직된 C노동조합 대전지역일반지부 D지회(이하 'C노조'라 한다)는 2018. 3. 20. 채무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함과 아울러 C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실을 공고할 것을 요구하였다. 채무자는 2018. 3. 28. 공고기간을 2018. 4. 4.까지로 하여 C노조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면서 국가보훈처와 교섭하려는 노동조합은 공고기간 안에 교섭요구를 할 것을 공고하였다. 공고기간인 2018. 4. 4.까지 국가보훈처에 대하여 교섭요구를 한 노동조합이 없자 채무자는 2018. 4. 5. 공고기간을 2018. 4. 10.까지로 하여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하였다.
채권자는 2018. 4. 24. 채무자에 대하여 단체교섭 요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2018. 5. 15. C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요구사실 공고 및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공고를 완료함으로써 C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현재까지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주장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는 C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 제1항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러나 C노조는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가 설치되기 전에 국가보훈처를 사업장으로 하는 유일한 노동조합이었으므로, C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따른 단체교섭요구사실 공고 및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는 취득하지 못하였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위법하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채무자의 주장
C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에 있으므로, 채무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다.
판단
쟁점의 정리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가 2018. 4. 15. 설립되기 전까지는 C노조가 하나의 사업장인 국가보훈처에 존재하는 유일한 노동조합이었던 사실, C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따른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절차가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의 설립 전에 완료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본 바와 같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참조), 사용자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노동조합법 제30조 참조). 따라서 국가보훈처의 노동조합인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채무자는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할 의무를 부담한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본문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정해진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요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는 이러한 단체교섭 요구는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국가보훈처라는 하나의 사업장에 C노조라는 단일 노동조합이 존재함에 따라 그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를 하여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절차만을 거치고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2항 내지 제5항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그 단일 노동조합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가 인정되어 그 지위가 유지되는 기간(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 10 제1항 참조) 동안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와 같은 신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이다. 만약 C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에 있다면 채무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채무자는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관련 법리(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두36956 판결 참조)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본문에 의하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
한편 노동조합법(제29조의2 제2항 내지 제8항) 및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제14조의2 내지 제14조의9)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세부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복수 노동조합 중에서 실제로 단체교섭에 참여하려는 노동조합을 특정하는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절차와 그러한 복수 교섭요구노동조합 중에서 다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 확정 절차로 구성된다.
아울러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0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 유지기간을 정하면서 이러한 지위 유지기간을 보장받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는 경우를, '① 모든 교섭요구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 경우(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2항), ② 교섭요구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중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거나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위임·연합 등의 방법으로 그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되는 경우(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3항), ③ 교섭요구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는 경우(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4항), ④ 노동위원회가 노동조합의 신청에 따라 조합원 비율을 고려하여 공동교섭대표단을 결정하는 경우(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5항)'로 한정하여 명시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복수 노동조합이 교섭요구노동조합으로 확정되고 그중에서 다시 모든 교섭요구노동조합을 대표할 노동조합이 선정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정하여 설계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노동조합법 규정에 의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하여 결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모든 교섭요구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그런데 해당 노동조합 이외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여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이러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달리 그 고유한 의의를 찾기도 어렵게 된다.
결국 위와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 내지 목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체계 내지 관련 규정의 내용,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노동조합은, 설령 노동조합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한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쳤다고 하더라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
위와 같은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면, 교섭요구노동조합 확정 당시 국가보훈처의 유일한 노동조합이던 C노조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그와 반대의 전제에 서서 채권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채무자의 조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고, 채무자는 그 요구에 응하여 그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있다.
채무자가 C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하였음을 이유로 채권자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고, C노조의 근로자들과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내용과 근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C노조의 교섭 과정에 채권자 국가보훈처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주문 제1항과 같은 가처분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다만 채권자는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에 대한 집행관 공시를 구하고 있으나, 사안의 성질상 집행관 공시가 가처분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채권자는 채무자의 의무위반에 대비하여 간접강제도 함께 신청하였으나, 채무자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데다가, 만약 그와 같은 사정이 발생한다면 별도의 신청으로 간접강제를 구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그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8. 6. 25.
판사 김상환(재판장) 유현식 강지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