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12. 선고 2019가합577807 판결

주문

1.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사업,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험 적용ㆍ징수업무 및 고용보험료 지원사업,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복지사업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2)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1급 또는 2급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

2)

피고는 당초 1급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2급 근로자의 정년을 59세,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58세로 각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에 달한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인 경우에는 6. 30., 7월에서 12월 사이인 경우에는 12. 31. 각 정년에 달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부칙 제1호<1>에 따라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3)

한편 정부는 2015. 5. 7. 고령자 임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다.

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1)

피고는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2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2015. 10. 29. 피고 내 근로자의 과반수가 가입되어 있는(당시 피고의 일반직 직원 총 5,456명 중 5,059명이 가입되어 있었다)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노사합의서를 작성했다.

2)

이후 피고는 2015. 12. 23. 정년퇴직 예정일의 2년 전부터 임금의 75%만 지급하는 내용으로 보수규정시행세칙을 개정하여 2016. 1. 1.부터 이를 시행했다(이하 위 보수규정시행세칙 개정을 통하여 시행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라.

피고의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시행세칙

피고의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시행세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호증, 을 제1, 5,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더라면 원고들에게 지급되었을 임금,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퇴직금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기 지급된 임금, 퇴직금의 각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1급 직원들에 대해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삭감하고, 2급 직원들에 대해 정년을 1년 연장하면서 2년의 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으로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직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동의를 받지 않고 3급 이하 직원들로 조직되어 2급 이상 직원들을 대표하지 않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만을 받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및 근로기준법 제4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②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1, 2급 직원들까지 대상 범위에 포함시켜 단체협약의 일종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노사합의를 한 것은 무효이다.

③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아니한 이상 위 근로계약의 내용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 삭감된 임금 및 이를 기준으로 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

④

설령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법하게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 감액에 상응하는 업무량 등 조정’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 감액은 무효이다.

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이다.

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 실시에 유예기간을 두거나 원고들의 피해를 보전해주는 방법을 모색하지 아니한 채 2급 이상 직원들에게만 지나친 피해를 입도록 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상으로도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이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위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여기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17468 판결 등 참조).

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이므로,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년퇴직 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여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다)

그리고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집단적 동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앞서 본 기초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1급 내지 7급 근로자는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는 근로자들로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집단적 동의주체의 모집단은 근로자 전체가 된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관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주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보수규정을 두고 있다. 위 보수규정은 기본급을 지급받는 3급 이하 근로자와 연봉제로 임금을 받는 2급 이상 근로자로 임금체계를 달리하고 있기는 하나, 임금 산정 방식이라는 근로조건의 일부에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양 근로자 집단 사이에 근로조건 체계가 다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나아가 근로조건 자체가 이원화 되어 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②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근로자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2급 이상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한 주된 취지는 노동조합의 운영에 사용자의 이해가 반영되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취업규칙도 이를 반영하여 개정하는 것이 통례(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21806 판결 등 참조)이어서 단체협약의 근로조건 기준과 동일한 기준이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2급 이상 근로자가 3급 이하 근로자와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급 이상 근로자들이 3급 이하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③

피고는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인사규정을 두고 있다. 위 인사규정에 따르면 피고의 직원은 임원, 별정직, 일반직, 연구직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직은 1급에서 7급으로 이루어져 있고, 피고가 직원을 승진임용 할 때에는 바로 하위 직급 직원 중에서 임용하여야 하므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의 근로자는 그 직급에 따른 차이만이 있을 뿐 전환가능성이 있다.

④

3급 이하의 근로자들도 1, 2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부분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에 대한 부분은 3급 이하 근로자에 대하여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에 따라 적용이 예상된다 할 것이고, 3급 이하 근로자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부분과 관련하여 장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서도,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는 2급 이상 근로자는 물론 장래 그 적용이 예상되는 3급 이하 근로자를 포함한 근로자 전체가 동의주체의 모집단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이므로 그 불이익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3급 이하 근로자에 대하여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취업규칙의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어서 근로자에게 전체적으로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자들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1, 2급 근로자인 원고들뿐만 아니라 3급 이하 근로자에게도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므로, 그 변경에 대한 동의는 피고의 근로자 전체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의 적법․유효 여부

가)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의 1급 내지 7급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사실, 피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시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2 내지 4,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전에 원고들에게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는 내용을 설명하였고 원고들로부터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하여 개별 동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사내 게시판에 게시하여 모든 직원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하였는데, 위 권고안에는 ‘임금피크제 대상: 모든 공공기관은 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여야 함(정년을 종전 60세 미만에서 60세로 연장하는 기관뿐만 아니라 현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관도 임금피크제를 도입. 직급별 정년이 상이하여 일부 직급만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위 권고안을 통해 본인들이 임금피크제의 대상임을 미리 인식할 수 있었다.

②

피고는 2015. 10. 19.부터 2015. 10. 28.까지 3급 이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5. 9. 17.부터 같은 달 22.까지 지역본부별 설명회를 통해 2급 이상 근로자들에게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내용을 설명했다. 피고는 2015. 10. 14. B센터에서 전국지사장회의를 개최했고, 위 회의에서 제공한 설명자료에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전 직원(간부직 또는 일부 직급만 실시하는 것은 불가), 임금 조정기간: 2년, 임금 지급률: 1년차 피크임금의 75%, 2년차 피크임금의 75% 지급’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③

원고들 중 1급 근로자들은 2015. 10. 14. 개최된 전국지사장회의에서 임금피크제 및 보수규정시행세칙 개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결의문을 작성했다. 위 결의문에는 “근로복지공단 1, 2급 간부 직원은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도를 도입ㆍ시행하는 데적극 동참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1급 근로자 65명 중 62명이 위 결의문에 서명했다. 그 무렵 원고들 중 2급 근로자들도 같은 내용의 결의문에 서명하였다.

④

위 전국지사장회의는 1급 근로자들만 모여 있는 자리였으므로 원고들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던 점, 원고들 중 1급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부터 이미 60세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었고, 일반직 체계 내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여 받게 될 인사상 불이익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선정자 C를 포함하여 1급 근로자 중 3명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결의문 작성에 동의하지 않은 점(피고가 부동의 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자유로운 토론 등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이 점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로기준법 제4조<2>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이와 같이 과반수 노동조합인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하여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의한 동의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 근로자의 이해관계도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나아가 2급 이상 근로자 과반수의 개별 동의까지 받은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적법․유효한 집단적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1, 2급 직원들까지 대상 범위에 포함시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과반수 노동조합에게는 비조합원을 포함한 근로자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하여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절차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들과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연봉 통보가 개별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매년 연봉을 통지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구체적인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고(피고의 보수규정 제31조의3 제1항은 ‘이사장은 경영혁신 및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2급 이상 임직원, 의사직 및 연구직 직원에 대하여 성과연봉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자의 연봉표는 별표5와 같고, 지급기준․범위,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이사장이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고는 이에 따라 매년 원고들과 같은 1급 직원에게 연봉을 정하여 통보하였으므로, 원고들도 피고의 직원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보수규정에 근거하여 임금이 정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달리 원고들이 피고의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시행세칙에서 정한 바와 달리 구체적인 임금 산정방법이나 금액에 관한 약정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단체협약에 따른 업무량 등 조정이 없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 감액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1호증)에서 ‘임 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의 능력과 경험이 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권고적인 내용으로서 피고에게 의무사항을 부과한 것은 아니므로, 피고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더라도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나아가 을 제13, 15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전 전문컨설팅 및 내부구성원의 의견수렴 등을 통하여 각 임금수준에 상응하는 직급별 임금피크제 관련 별도직무를 개발했고, 2급 이상 근로자의 경우 정책사항 결정 경험을 고려하여 질병판정위원회 전문위원, 지역본부 사업총괄전문위원, 직무교육 등 교육전문위원 등의 전환전문직 업무를 부여한 사실, 2급 이상 근로자는 정년 1년 전에 전환전문직으로 전직되어 ‘공로연수 1년’과 ‘별도직무 6월 및 공로연수 6월’ 중 한 가지를 본인이 선택함으로써 정년퇴직 전 실제 업무 부담이 감경(공로연수는 피고의 사업내용 중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과제를 1개 선정하여 연구를 수행한 후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해당 기간 중 별도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업무량 등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임금 감액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을 위반하였거나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규정 및 법리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며(근로기준법 제6조), 사업주는 임금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여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 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는 ①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연령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 ② 근속기간의 차이를 고려하여 임금이나 임금 외의 금품과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차등을 두는 경우, ③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 ④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으로써 정년퇴직을 2년 앞둔 근로자들의 경우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오직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1급 근로자에 대해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삭감하고, 2급 근로자에 대해 정년을 1년 연장하면서 2년의 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며, 3급 이하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년을 2년 연장하면서 해당 기간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으로서, 1, 2급 근로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조,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거나, 2급 이상의 근로자에게만 지나치게 불이익하여 그 내용상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된 것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임금피크제의 유형에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년연장형’이나 근로자의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고용연장형’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정년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년보장형’도 포함되어 있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대한 세부기준을 수립하고, 임금피크제 도입계획에 관한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는데, 그 절차상 위법한 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②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개정되면서 신설된 제19조의2 제1항에 의하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피고는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에 따라 2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된 것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예정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 등의 일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피고가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정년 보장․연장을 목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인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이 사건에서 정년 연장의 여부 및 기간의 차이로 인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2급 이상의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이 3급 이하의 근로자에 비하여 받는 불이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3급 이하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이 2년 연장된 것은 고령자고용법의 강행적인 정년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2급 이상 근로자들을 3급 이하 근로자들과 차별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1급 이상 근로자들의 정년이 연장되지 않거나 2급 이상 근로자들의 정년이 1년만 연장된 것은 기존에 3급 이하 근로자들에 비하여 유리한 정년 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인 점, 정년 연장의 여부 및 기간을 제외하고는 전 직원에 대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지급률이 동일한 점 등을 고려하면 2급 이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의 정도가 적정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들에게 별도의 전환전문직 업무를 부여하였고, 2급 이상 근로자에게 정년 1년 전에 위 전환전문직으로 전직되어 ‘공로연수 1년’과 ‘별도직무 6월 및 공로연수 6월’ 중 한 가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임금 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그 반대급부인 근로제공의 내용 또는 근로시간의 면에서 상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⑥

그 밖에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할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및 임금삭감률이 과도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