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4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단7759
판결선고
2020. 8. 13.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2017. 4. 11. C, 13층으로 이전)에 있던 D(유)의 대표이사로서 상시근로자 240명을 고용하여 전자상거래영업을 하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 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한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11. 24.(월)부터 11. 28.(금)까지 1주일 간 위 회사 사무실에서 위 회사 근로자 망 E에게 총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근로시간 제한을 초과하여 망 E에게 근로하게 함으로써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F, G, H의 일부 법정진술
I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I, J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수사보고(망 E에 대한 근로시간 위반 여부 검토), 망 E의 출퇴근 시간 정리 파일
출퇴근 시각 및 주당 총 근로시간, 법인 등기부 등본, 근로계약서(순번 4번), 검사필증, 사체검안서, 가족관계증명서, 진료기록부, 교통카드이용내역, 회원 과거 이용실적 조회, 요양보험급여결정통지서, 재해조사서(질병), 업무상질병판정서, 조사보고서, 월별 인원현황, 2014. 12. 3.자 재무실 직원배치표, 재무실 직원 명단
유죄의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그 주된 취지는 망 E(이하 ‘고인’이라고 한다)의 연장근로 사실이 증거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점, 피고인이 그러한 연장근로를 지시한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는 점이다.
근로시간과 관련된 판단
이 사건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2017. 11. 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근로기준법’이라고만 한다)의 관련 규정
관련 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3다28926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연장근로에 대하여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대법원 2015다236578 판결을 인용한다. 이 인용된 판결의 사건에서 원고들은 소액사건 민사소송으로서 연장근로수당청구를 하였는데, 원심은 원고들이 연장근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여 청구 기각한다고 판단하였고, 원고들은 이에 대해 상고하였다. 이 경우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따라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만 상고가 허용되는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상고의 사유가 없음을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경위를 보면 위 2015다236578 판결은 연장근로의 증명의 정도에 관한 판결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증명의 정도에 관하여 위 판결을 인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고인이 2014. 11. 24.(월)부터 11. 28.(금)(이하 ‘이 사건 기간’이라고 한다)까지 1주일 간 총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첫째, D(유)(이하 ‘D’라고만 한다)와 고인 사이의 근로계약서 제3조에 따른 기본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이고 하루 1시간의 고정연장근로시간이 있는 점, 같은 계약서 제3조에 근무시간은 ‘업무형편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고 이는 1주 12시간 범위 내 근로시간 연장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에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 제53조 제1항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 적용되는 1주 근로시간 상한은 52시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둘째, 고인이 실제 사용한 컴퓨터 메신저의 로그기록을 통해 근무시간을 확인할 수 있겠으나, 이 로그기록은 1년이 지나면 삭제한다는 D의 정책에 따라 이 사건 후 1년이 지난 어떤 시점에 삭제된 것으로 보이고,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D는 이 사건 시점에는 출퇴근 확인 장치 등을 운용하지 않아 출퇴근 확인 기록도 없다. 아래 표는 고인이 출퇴근을 위하여 이용한 교통수단 사용내역을 증거에 의하여 확인되는 대로 정리한 것이다. 고인은 이 사건 기간 출근은 택시로, 퇴근은 D 소재지 근처인 강남역에서 승차하여 자신의 주거지 근처인 교대역에서 하차하는 방식으로 지하철로 하였는데, ‘도착(출근)’ 항목은 출근시 택시에서 하차한 시각이고, ‘출발(귀가)’ 항목은 퇴근시 강남역에서 승차한 시각(다만 2014. 12. 28.은 관련 증거가 없다)이다. ‘출근’ 항목은 택시 하차 후 사무실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수정한 시간이고, ‘퇴근’ 항목은 사무실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여 수정한 시간이다. ‘근무시간’ 항목은 ‘출근’ 시점부터 ‘퇴근’시점까지 점심식사 1시간, 저녁식사 1시간을 빼고 계산한 시간이다. 이렇게 계산한 5일간 근무시간의 합은 64시간 20분이다.
셋째, 고인은 2014. 12. 3. D 사업장 소재지의 건물 14층 옥상에서 투신하여 사망하였고,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8. 7. 11.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될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면 그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숙고하는 것이 타당하고, 고인의 기존 정신건강상 병력을 일부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과중한 업무가 그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고인과 함께 회계팀에 근무하였던 증인 K은 이 사건 기간 적어도 4일은 야근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고인도 함께 야근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법정진술하였다. 이 사건 기간 고인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저녁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역이 있기도 하고, 별도로 개인 여가 생활을 위하여 사용한 내역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고인이 오전에 D 소재지 근처에 도착하여 저녁 혹은 익일에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넷째, 2014. 11. 24. 밤부터 2014. 11. 25. 오전까지의 시간은 고인이 사무실에서 취침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이는 지속적으로 업무를 하다가 대기한 대기시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2014. 11. 28.의 경우 퇴근 교통수단 사용내역은 없으나 해당 일에 결근했다는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8시간 근무시간 동안은 근무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다만 고인이 2014. 11. 28. 근무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여도 나머지 근로시간만으로 주 52시간이 초과한다).
다섯째, 피고인이나 고인의 상급자가 구체적으로 야근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인들의 법정진술 등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기간 고인을 포함하여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회계팀의 객관적 업무량이 많았고, 피고인만이 아니라 적어도 회계팀 직원들은 당시 야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던 점, D가 2014. 10.경 L와 투자자문 계약을 체결하여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면서 회계팀의 도움도 필요했으므로 회계팀 전체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는 시점이었던 점, 고인이 D의 사무실 내에서 업무를 하였던 점,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입사 초기의 고인에게 야근을 안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 고인이 자발적으로 일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고인의 초과근무 부분에 대하여도 사용자의 지휘, 감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피고인의 고의와 관련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대표이사는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고, 피고인은 당시 D의 대표이사였던 점, ② D는 이른바 벤처기업으로서 적어도 회계팀 기준으로는 상당히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던 점, ③ 당시 투자유치를 위한 로드쇼 등을 준비하고 있어서 평상시보다 회계팀에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할 수 있는 점, ④ D는 직원 약 230명 정도가 일하는 중견 회사로서 피고인이 회사사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규모이고 피고인이 싱가폴에 자주 체류하는 등 한국 사무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도 위와 같이 야근이 많은 근무상황 자체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점, ⑤ 피고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구체적 조치를 실행하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하였다고 하여도 공소사실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는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된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제53조 제1항,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한 때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적절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해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잡고 이를 통하여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가치가 근로기준법을 통해 제도화 되고 있다.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하였던 기존의 근로 관행에 따른 행위에 일정한 경고를 하여야 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범행에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
한편, 피고인이 확정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 사건 범행 시점에 사용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법의식이 확립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사용자도 근로자의 삶의 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근로관계질서의 형성에 기여하는 법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여를 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고, 엄한 처벌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 피고인은 처벌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이다.
위 사정 및 피고인의 나이, 범행의 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판사 김성훈
각주1) 공소사실 기재 68시간은 착오로 기재하였거나 오기인 것으로 보여 52 시간으로 직권변경한다. 이렇게 하여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