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채무자 주식회사 C(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채무자 B노동조합(이하 '채무자 노조'라 한다)은 채무자 회사의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기업별 노동조합이다.
채권자 A노동조합(이하 '채권자 노조'라 한다)은 금속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채권자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들(이하 '채권자 근로자들'이라 한다)은 채무자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채권자 노조의 구미지부 D지회(이하 '채권자 노조 지회'라 한다)에 소속되어 있다.
채무자 회사에는 채권자 노조 지회, 채무자 노조, E노동조합 총 3개의 노동조합이 있는데,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앞두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채무자 노조가 2018. 7. 10.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다.
채무자 노조와 채무자 회사는 2018. 8. 29.부터 2019. 1. 14.까지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잠정적인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안(이하 '잠정합의안'이라 한다)을 마련한 다음, 2019. 1. 17. 이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투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후 채무자들은 2019. 1. 23. 잠정합의안에 따라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노동조합법과 채무자 노조 규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략)
신청이유의 요지
채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주된 논거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이 위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정지를 구한다.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채무자 노조 규약 제39조에 따라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총 조합원의 찬반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강행하였는바, 이는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 위반일뿐만 아니라, 소수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채무자 노조의 위원장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가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 결과에 반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가한 조합원들의 단결권 또는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채무자 회사 역시 단체협약 체결과정에서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 할 것이다.
채무자 노조의 위원장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가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대표자의 지위에 있다 할 것인바,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결과에 반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대표권 제한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법 제30조 제1항을 위반한 대표권 남용행위로서 무효이다.
판단
단체협약 체결에 있어 찬반투표결과에 기속되는지 여부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이러한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 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에 반한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 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 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0다24534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3호와 채무자 노조 규약 제13조 제3호에서,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과 기능으로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조항을 앞서 설시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 노조 대표자는 총회를 통해 소속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그 의견을 반영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총회를 통해 의견 수렴절차를 거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와 실질적인 단체협약의 내용에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들의 주장과 같이 위 조항을 근거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다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가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에 반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채권자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채권자들은 채무자 노조 규약 제39조 위반도 함께 주장한다. 그러나 채무자 노조 규약 제39조에서도 단체협약의 교섭권과 체결권은 위원장에게 있다고 규정하여, 위 원장에게 단체협약의 교섭과 체결에 대한 전반적인 재량권을 부여하고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 시 총회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의결이 있어야 한다거나 위원장이 총회의 결과에 기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 노조의 위원장은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에 앞서 총회를 개최하였고, 총회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거쳤으므로, 위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나아가 기록상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 앞서, 채무자 노조의 위원장이 채권자 노조 지회 등 소수 노동조합과 투표 결과에 기속되기로 합의하는 등 단체협약체결 권한을 제한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선정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 위와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로 인해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교섭창구 단일화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 제4항).
따라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함에 있어서, 소수 노동조합의 조합원에게도 동등한 절차상 참여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다만, '실질적인 대등적 지위 확보'와 '절차의 효율'을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절차를 도입한 취지, 교섭대표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 권한을 명시한 노동조합법 제29조 제2항에 비추어 볼 때,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사용자와의 협상, 단체협약의 체결 등 단체교섭 전반에 걸쳐 상당한 재량을 가지므로, 소수 노동조합 또는 소수 노동조합 조합원의 의견에 반드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 노조 위원장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부결되었음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을 강행하였다. 채권자 노조 지회의 경우 투표 결과, 찬성 1명, 반대 100명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였음에도, 재교섭 요구나 추가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에 대하여 총의를 수렴하는 절차가 충분치 못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을 뿐, 공정대표의무의 대상이나 적용영역, 이행절차나 그 정도에 관하여는 규정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전적으로 해석에 맡겨져 있다 할 것인데, 아직 절차적인 부분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이나 절차, 이행의 정도가 판례 등에 의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채권자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보전권리에 관한 채권자들의 주장이 시급히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을 정지할 만큼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 노조 위원장은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다음, 채권자 노조 지회와 E노동조합에게 채무자 회사와의 교섭상황을 공유하고 잠정협의안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지는 등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나아가 채권자 노조 지회와 E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도 포함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는바, 적어도 정보의 제공과 의견 수렴이라는 절차상 측면에서는 소수 노동조합에 채무자 노조와 동등한 참여의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보이고, 달리 소수 노동조합이나 소속 조합원을 차별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앞서 본 것처럼,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 노동조합의 의견이나 요구에 구속되지 않고 단체협약의 체결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지므로, 찬반투표의 결과와 달리 협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본안소송에서 충분한 증거조사를 통하여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채권자 노조 지회와 채무자 노조 사이에 어떠한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단체교섭 과정에서 채권자 노조 지회가 요구한 사항이 무엇인지, 단체교섭과정에서 채무자 노조가 소수 노동조합의 입장을 어떻게 대변하였는지, 실제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와 같은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에 관하여 엄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가처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 노조 지회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가사 채권자들의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본안소송에 앞서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정지를 명할 보전의 필요성도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채무자들은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5개월 가까이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는바, 잠정합의안은 각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다양한 요구와 그에 대한 사용자와의 치열한 협상을 통해 나온 결과물에 해당한다. 여기에 채무자 노조와 채권자 노조 지회와의 관계나 찬반투표 결과를 고려하면, 실제 단체교섭과정에서 채무자 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겪었던 현실적인 어려움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내용을 보더라도 기본급의 인상이나 야간 추가 수당의 지급 등 기존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고, 채권자 노조 지회 등 소수 노동조합을 차별하는 내용은 없으므로, 그 효력이 채권자 노조 지회 소속 조합원들에게 미친다고 해도 크게 불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채권자 노조 지회와 채무자 노조 모두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채권자 노조 지회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채권자들은, 채무자 노조의 독단적인 협약 체결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나, 협상안에 대하여는 총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실효적인 책임추궁방법이 존재하고, 이를 무시한 단체협약 체결이 계속될 경우 대표자가 교체되거나, 조합원이 이탈함으로써 채무자 노조의 과반수 노동조합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우려만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대한 효력정지를 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9. 5. 3.
판사 사이승련(재판장) 강지엽 고석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