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7. 선고 2021가합3101 판결

주문

1.

원고(선정당사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사업, 그 밖에 다른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업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국민보건 및 사회보장을 증진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이다.

2)

원고(선정당사자)들 및 선정자들(이하 이를 통틀어 ‘원고들’이라 한다)은 피고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1958년 하반기 및 1959년 출생의 3, 4급 근로자들이거나 해당 근로자의 유족들이다(피고 인사규정에 의하면 1958년 하반기에 출생한 원고들의 정년퇴직일은 2018. 12. 31., 1959년 상반기에 출생한 사람들의 정년퇴직일은 2019. 6. 30., 1959년 하반기에 출생한 사람들의 정년퇴직일은 2019. 12. 31.이다).

나.

임금피크제 도입의 배경

1)

구「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이 개정되어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였다.

2)

피고는 당초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3급 이하 근로자 및 기능직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각각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에 달한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인 경우에는 6. 30., 7월에서 12월 사이인 경우에는 12. 31. 당연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및 부칙에 따라 2016.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58세였던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피고 내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 사이에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 적용기간, 임금지급률 등 임금피크제의 운영방안에 관하여 협의하였다.

다.

임금피크제의 시행 경과

1)

피고는 2015. 10. 29.경 노동조합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1차 노사합의’라 한다)를 체결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1차 노사합의에 따라 2015. 11. 6.경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하였는데,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이후 피고는 2015. 12. 7.경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에 따라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였다.

4)

피고는 2017. 7. 5. 노동조합과 사이에 다음과 같이 임금피크제 적용기준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2차 노사합의’라 하고, 이하 이 사건 1, 2차 노사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라고 한다)를 체결하였다.

5)

피고는 이 사건 2차 노사합의에 따라 2017. 7. 17.경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였는데, 개정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고용(임금 및 임금 외의 금품 지급)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9조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연령에 의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은 모두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신규채용 확대를 포함한 재정적 부담을 고령자들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목적으로 도입되었고,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과도하게 삭감하였으며,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거나 임금삭감에 상응하는 근로시간의 조정 등 필요한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과 동일 가치 노동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임금만이 감액된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 및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은 모두 무효이고, 이에 따라 시행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역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주위적으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2018. 7.경부터 2019. 12.경까지 감액된 임금, 퇴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예비적으로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동 기간 동안 감액된 임금, 퇴직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2)

한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라 함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퇴직일로부터 3년 또는 2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개별적인 업무성과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 을 제5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일 뿐만 아니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는 ‘사업주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고령자 또는 준고령자<2>가 아닌 근로자에 대하여도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4조의5 제4호에서는 ‘고령자고용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한 경우에는 제4조의4에 따른 연령차별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특정 연령집단’에는 고령자 또는 준고령자인 근로자집단뿐만 아니라 청년층 근로자집단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의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체계로 인해 연령별 생산성 수준 등이 보수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고, 특히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상향됨에 따른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즉, 임금피크제는 고령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 및 안정, 청년층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에서 도입된 것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하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 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고 청년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5. 5. 7.경 모든 공공기관에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고, 공공기관인 피고는 정부의 위와 같은 권고에 따르면서 그 과정에서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의 시행 여부,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지급률 및 적용기간 등에 대하여 충분히 협의한 뒤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에 대한 정년 보장·연장뿐만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 위법·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제19조의2).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반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둔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3>),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4>

이를 종합하면, 임금피크제나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등은 모두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을 위하여 이루어진 조치로서, 위 고령자고용법 제19조 개정에 따른 법정 정년 연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특정 연령집단인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촉진을 위한 지원조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정년을 연장하면서 정년 도래 3년 (또는 2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기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관련법령에서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 지급받던 임금의 1년 총액(피크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원고들은 2016년에는 80.5<5>, 2017. 1. 1.부터 2017. 6. 30.까지는 40.25(= 80.5<6> ÷ 2), 2017. 7. 1.부터 2017. 12. 31.까지는 32.15(= 64.3<7> ÷ 2), 2018년에는 75<8>를 지급받는데, 위 각 임금비율의 합계는 227.9(= 80.5 + 40.25 + 32.15 + 75)이다. 결국 원고들은 정년이 2년 연장됨으로써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특히 이 사건 2차 노사합의에 따른 개정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127.9(= 227.9 - 100)만큼의 임금을 추가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고, 피고는 노동조합과 이 사건 2차 노사합의에서 “3년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의 경우, 조정임금과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합산한 2년차와 3년차의 총 수령금액이 고용노동부 기준 피크임금의 90%에 미달될 시, 상생고용지원금으로 보전한다.”고 합의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실질적으로 지급받는 임금총액은 피크임금의 227.9%를 상회하게 되는 점, 2018년까지는 고용보험법 시행령상의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추가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원고들로서는 2년의 정년 연장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일부 줄어든 것일 뿐,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권리가 제한되거나 원고들이 적극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만 정하고 있어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는 물론 그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을 노사합의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갑 제3호증)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의 능력과 경험이 기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권고적인 내용이어서 이로써 피고에게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직무를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직후 피고가 원고들에게 별도의 직무·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임금피크제 컨설팅에서 제도 도입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게 기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지휘체계의 일관성 및 조직문화 유지, 임금피크제 대상자 동기유인 측면에서 기존 보직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받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직후에는 원고들에게 별도의 직무·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피고는 직무조사,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2015. 5.경 피고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고하던 당시에는 이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은 권고하지 않았으므로, 공공기관인 피고로서는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임금 삭감에 대한 보전책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방법은 선택하지 못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이 사건 2차 노사합의를 통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게 퇴직 후 미래 설계를 위한 교육 등 월 20시간의 교육시간을 부여하고, 퇴직설계컨설팅 및 교육훈련 비용 명목으로 합계 400만 원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8. 12.경 정부지침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응하여 근로시간 단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되자, 피고는 2018. 12. 21.경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 대하여 2019. 1. 1.부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고(을 제18호증), 이에 따라 일부 원고들은 6개월(1959년 상반기 출생자) 또는 1년(1959년 하반기 출생자) 동안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보았다.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로서는 그 당시의 관계 법령과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그 허용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게 될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은 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의 원고들 자신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시행 후의 임금은 시행 전보다 삭감되었으므로,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원고들이 주장하는 ‘동일 가치 노동’의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나, 만약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원고들과 동일 직급, 동일 직군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출생연도의 차이로 원고들과 같은 시기에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지급 받은 피고의 다른 근로자들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한 주장이라면, 그들도 향후 적용 연령에 도달하였을 때 원고들과 동일하게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주장은 그 자체로 이유 없게 된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위와 같이 보기로 한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원고들의 주장대로라면, 근로 내용의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것이나 회사의 경영 실적에 따라 임금이 변동되는 것도 모두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어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경우가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및 제19조의2 제1항 등 관련 법령에서도 이를 예정하고 있는 점, ② 그 도입 경위에 있어서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와 함께 이루어져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두고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③ 비록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첫 적용 대상자들인 관계로 그 이후 적용을 받은 다른 근로자들에 비하여 그 불이익 감소·완화 조치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하나, 다른 근로자들도 결국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상대적 불이익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나 합리성을 부정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 원고들이 이전과 동일한 보직에서 동일한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재판장) 최윤영 김수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