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8. 선고 2022고정863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B빌딩 2층에 있는 C(주)D센터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명을 사용하여 금융보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8. 4. 1.부터 2021. 3. 31.까지 위 회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10,209,315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에 관한 연장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2.

피고인의 주장

가.

E은 근로자가 아님

E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지점과 관련된 업무를 위임받았을 뿐,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

나.

피고인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없었음

E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없었다.<1>

3.

기초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의 지위

C 주식회사는 법인인 보험대리점<2>이다. 피고인은 C 주식회사의 지사인 D센터 지점(이하 ‘이 사건 지점’이라고 한다) 지점장으로서 독립채산 방식으로 이 사건 지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3>

나.

이 사건 위임계약

E은 2018. 4. 2. 피고인과 위임직 관리이사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했다(증거기록 137-142쪽).<4> E은 같은 날 피고인과 FC(Financial Consultant) 위촉계약도 체결했다(증거기록 125쪽).

다.

E이 이 사건 지점에서 한 업무

E은 그 무렵부터 2021. 3. 31.까지 이 사건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을 채용·교육·관리하고, 이 사건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체결한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하는 등의 일을 했다(증거기록 16-73쪽).

라.

E이 이 사건 지점에서 일하는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돈

E은 이 사건 지점에서 일하는 동안 피고인으로부터 별지 표와 같이 F은행 계좌와 G은행 계좌로 돈을 지급받았다.

4.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E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법리

-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근로자가 실제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 ▲ ‘지사제’는 지사장 등이 독립채산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각종 비용을 지급하는 등 지사 등 하위조직의 운영책임을 부담하고, 지사 등 하위조직은 본사로부터 교육 등 영업지원만 받으며, 지사 등 하위 조직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서울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2나2002559 판결 참조).

-

피고인은 형식상 C 주식회사 소속인 이 사건 지점의 지점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지점을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①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에 따른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⑦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⑧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⑨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그런 사정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근로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 안 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등 참조).

2)

판단(= E은 근로자에 해당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E은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봐야 한다.

가)

업무내용과 지휘·감독관계

-

E은 이 사건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을 채용·교육·관리하고, 이 사건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체결한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하는 등의 일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보고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여러 건 작성했다(증거기록 28-33쪽 참조). E은 메신저로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보고했고,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기도 했다(증거기록 60-63쪽 참조).

→ 따라서 피고인은 E의 업무 내용을 정하고 E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봐야 한다.

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

이 사건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보통 이 사건 지점 사무실에 오전 9시경까지 출근해 오후 6시경 퇴근했는데, E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위와 같이 이 사건 지점 사무실에 출근하고 퇴근했다[피고인도 E이 주로 이 사건 지점 사무실에서 일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증거기록 119쪽)].

→ 따라서 E은 피고인이 정한 이 사건 지점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됐다고 봐야 한다.

다)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이 사건 지점 운영에 따른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에 따른 위험부담

-

이 사건 지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모두 피고인이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상 E이 업무 과정에서 개인 노트북을 사용한 것 말고 이 사건 지점에 필요한 운영비용 등을 투입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E은 이 사건 지점에서 이 사건 지점업무를 하는 동안 제3자에게 대신 이 사건 지점업무를 맡길 수도 없었다(증거기록 120쪽 참조).

→ 이처럼 E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없었고, 이 사건 지점 운영에 따른 이윤 창출이나 손실 초래에 따른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지도 않았다.

라)

E이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보수의 성격

-

이 사건 위임계약 제9조는 ‘피고인은 E에게 월납실적이 500만 원 이상일 경우 수수료로 월 380만 원을 지급하고, 월납실적이 500만 원 미만일 경우 삭감해 지급하며, 월납실적이 5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상향 지급하되 합리적으로 가감한다’고 규정하여 마치 E이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는 급여가 월납실적에 연동되는 것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E은 피고인으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F은행 계좌로 거의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받았다. 그리고 E이 피고인으로부터 G은행 계좌로 지급받은 돈은 대부분<5> 이 사건 지점 업무와 관계없이 FC로서 활동하고 받은 성과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6>

→ 따라서 E이 피고인으로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F은행 계좌로 지급받은 거의 일정한 액수의 돈은 이 사건 지점 업무라는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고 봐야 한다.

마)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

-

E은 약 3년 동안 주로 이 사건 지점에서 이 사건 지점 업무를 했다. E이 그 기간 동안 FC로서 활동하며 보험모집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E에게 부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피고인과 E 사이에는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및 E의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상 지위

-

피고인은 E으로부터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 했고,<7> E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직장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로 가입했다.

→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인정할 수 없다(앞서 본 2021두33715 판결 참조).

나.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1)

법리

-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고 한다)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임금 등 지급을 거절한 이유,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 규모, 사업목적,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 당시의 여러 정황들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그리고 나중에 사용자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다고 밝혀졌더라도, 곧바로 사용자에게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제1항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2)

판단(= 피고인에게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음) 위 가.항에서 본 것처럼 E은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 위임계약 내용

-

이 사건 위임계약은 ‘근로’, ‘근로계약’이라는 표현 대신 ‘위임’, ‘위임계약’이라는 표현을, ‘임금’, ‘보수’, ‘수당’이라는 표현 대신 ‘수수료’라는 표현을 각각 사용하고 있다. 이 사건 위임계약은 E이 보험업법 제2조 제8호<8>에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1년이고,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이 사건 위임계약은 기간만료로 계약이 종료된다(제4조).<9>

→ 이처럼 이 사건 위임계약은 통상적인 근로계약과는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나)

E이 이 사건 지점에서 한 업무 내용

-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르면, E은 이 사건 지점에서 ① 보험설계사 채용, 교육, 관리, ② 보험모집 및 보험모집 주선 등 지원, ③ 이 사건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체결한 보험계약 유지·관리, ④ 제반 일상 사무처리 등 업무를 하게 된다(이 사건 위임계약 제3조에 따른 위임직 관리이사 일반기준 제3조 참조).

→ 이처럼 피고인은 E에게 이 사건 지점 운영과 관련하여 포괄적·추상적인 권한을 주었다. 이는 피고인이 ‘E은 임금을 받기 위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한다.

다)

이 사건 지점의 운영 모습

-

이 사건 지점에는 E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증거기록 100쪽, 118쪽). E이 이 사건 지점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지점 사무실에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오후 6시경 퇴근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록상 피고인이 E의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장소를 엄격하게 제한했다는 사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 이처럼 이 사건 지점은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사업장과는 운영되는 모습이 달랐다.

라)

피고인이 E에게 돈을 지급한 모습

-

앞서 본 것처럼 ① 이 사건 위임계약 제9조에는 E의 월납실적에 따라 피고인이 E에게 지급할 수수료 액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고, ② 피고인은 E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F은행 계좌로 거의 일정한 액수의 돈을 지급한 것 말 고도, G은행 계좌로 FC로서 활동한 데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③ 피고인은 E으로부터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 3.3%를 원천징수 했고, E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직장가입자가 아니라 지역가입자로 가입했는데, 기록상 E이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정을 요구했다는 사정은 드러나 있지 않다.

→ 위와 같은 사실관계는 피고인이 E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인식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한다.

5.

결론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병곤

각주1) 위와 같은 주장은 피고인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 정식재판청구서 및 의견서나 변호인이 작성해 제출한 변호인의견서에 명시적으로 적혀있지는 않다. 하지만 변호인은 2023. 3. 9. 제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E이 위임계약의 상대방일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고(제3회 공판기일 공판조서 참조), ‘그와 같은 주장은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다는 뜻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런 취지이다’고 명시적으로 대답했다.

각주2) 보험업법 87조의2(법인보험대리점 임원의 자격)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법인인 보험대리점(이하 "법인보험대리점"이라 한다)의 임원(이사ㆍ감사 또는 사실상 이와 동등한 지위에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말한다)이 되지 못한다. (각 호 생략)

각주3) C 주식회사처럼 보험대리점업을 하는 회사는 크게 ‘직영제’ 또는 ‘지사제(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 직영제’는 본사가 사무실 임차료,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지급하고, 지사 등 하위 조직은 본사로부터 교육 등 영업지원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타 회사의 규정, 지침 등을 적용받으며, 본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주4) 기록상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계약서는 E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증거기록 10-15쪽)과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증거기록 137-142쪽),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간략한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자세한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는 E의 법정진술(녹취서 9쪽 참조)에 따르면, 진정한 이 사건 위임계약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계약서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각주5) E이 피고인으로부터 G은행 계좌로 지급받은 돈 중 비고란에 ‘H대학일자리’라고 적힌 부분은 E이 이 사건 지점 업무와 관련된 출장비용인 것으로 보인다.

각주6) 앞서 본 것처럼 E은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날 피고인과 FC위임계약도 체결했다.

각주7) 피고인은 E에게 2018. 4.부터 2019. 6.까지는 매달 3,674,600원[= 380만 원(= 이 사건 위임계약에 적혀있는 월 수수료) × 96.7%]을, 그 뒤부터 그 뒤부터는 매달 3,964,700원[= 410만 원(= 그 후 인상된 수수료 액수인 것으로 보인다) × 96.7%]을 각각 지급했다.

각주8) 다만, 보험업법 중 “보험설계사”의 뜻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제2조 제9호이다.

각주9) 다만, E과 피고인은 매년 이 사건 위임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