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3가합41701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2. 11. 1. 피고 징계위원회에서 원고 A, B, C에 대하여 한 각 제명 처분 및 2022. 12. 5.<1> 피고 포항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원고 D, E, F에 대하여 한 각 제명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자동차, 선박, 중장비, 철강, 엔진 등 금속 산업과 유리, 반도체, 전자제품, 가전제품 등 제조업, 유관 산업의 사무, 연구,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노조’라고도 표시한다)으로서, 14개의 지역지부와 6개의 기업지부를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고, 14개의 지역지부 산하에는 약 400개의 지회가 있다. 피고 산하 지역지부 중 포항지부는 H지회를 산하 단체로 두고 있다.

2)

원고 A은 H지회의 지회장, 원고 B은 H지회의 수석부지회장, 원고 C는 H지회의 사무장이었으나 피고 징계위원회로부터 2022. 11. 1. 각 제명 처분을 받았고, 원고 D, E, F(이하, ‘원고 D 등’이라고 한다)은 H지회의 대의원이었으나 위 포항지부 운영위원회로부터 2022. 12. 5. 각 제명 처분을 받았다.

나.

원고들에 대한 각 제명처분 경위

1)

H지회는 2021. 10. 24. ‘H지회 조직형태 변경(산업별 노조인 피고 노조 소속에서 기업별 노조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안건(이하, ‘이 사건 안건’이라고 한다)으로 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공고를 하였다.

2)

이에 피고는 ① 2022. 10. 25. H지회에 ‘포항지부 H지회 대의원대회 안건 철회 요청 건’이라는 제목으로 ‘피고 노조는 개별 가입과 탈퇴만 가능하고, 대의원대회를 통한 조직형태 변경 논의와 의결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조직형태 변경 건을 다루는 것은 노조 규약·규정에 위배되는 것인 동시에 명백한 반조직적 행위이다. 안건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철회하지 않고 대의원대회에 상정한다면 징계절차가 진행되어 지회장 및 임원들의 권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② 2022. 10. 26. H지회에 ‘이 사건 안건 상정은 규약·규정 위반과 반조직적 행위에 해당하는데, 오늘(2022. 10. 26.)까지 위 안건이 철회되지 않으면 원고 A, B, C(이하, ‘원고 A 등’이라고 한다)에 대한 징계 심의를 할 예정이니, 2022. 10. 28.까지 포항지부로 출석하여 의견을 개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③ 포항지부 운영위원회는 2022. 10. 28 피고 노조 징계위원회에 원고 A 등에 대한 징계결의를 요구하였다.

3)

그럼에도 H지회는 2022. 10. 31.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였고, 원고 D 등을 포함한 대의원 7명<2>이 위 대의원대회에서 이 사건 안건에 찬성함으로써 조합원총회에서 이 사건 안건에 대한 의결을 거치기로 정한 후, 위 대의원대회의 결의에 따라 같은 날 ‘H지회 조직형태 변경(산별 전환)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공고하였다(위 투표에 대한 설명회 일정은 2022. 11. 1.~2.로, 투표 일시는 2022. 11. 3.로, 개표 일시는 2022. 11. 4.로 각 정하였다). 그 후 H지회는 2022. 11. 3.~4. 조합원총회를 개최하였는데, 조직형태 변경안에 대하여 조합원 264명 중 172명이 투표하고 그 중 2/3가 넘는 115명이 찬성하여 조직형태 변경 의결을 하였다.

4)

피고 노조 징계위원회는 2022. 11. 1.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고 A 등에 대한 제명 의결을 하였다.

<3>

5)

포항지부 운영위원회<4>는 2022. 12. 5. ‘이 사건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한 것이 피고 규약 제75조(징계) 제1항 제1호, 제2호에 해당하는 피고 규약 위반 및 조합질서 문란’이라는 이유로 원고 D 등에 대한 제명 의결을 하였다[이하, 원고 A 등에 대한 징계사유 1)항과 원고 D 등에 대한 징계사유를 ‘규약 위반’이라 하고, 원고 A 등에 대한 징계사유 2)항을 ‘지시 위반’이라 한다].

다.

관련 사건의 진행 경과

1)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피고 노조가 원고 A 등에게 행한 제명처분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2022. 12. 29.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하였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3. 24. ‘피고 노조가 2022. 11. 1. 원고 A 등에게 행한 제명처분은 노동조합법 제5조 제1항 및 제16조 제1항, 제18조 제2항과 피고 규약 제75조 및 피고 상벌규정 제8조에 위반된다’고 의결하면서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 안건 제기나 상정 행위를 산별노조가 반조직적 행위로 보아 제명사유로 삼을 수 있다면, 산별노조 지회와 조직형태 변경은 지회의 결의가 아닌 산별 노조의 내부통제권에 좌우될 수 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의 산별노조의 내부통제권 행사는 산별노조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대법원 판결 법리에도 부합하지 않고, 산별노조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 가능성을 예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헌법 제33조, 노조법 제5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등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원고들은 2023. 1. 12. 이 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2023. 5. 2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41701 제명결의 무효확인 사건(이 사건을 의미한다)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원고들에 대한 각 제명결의의 각 효력을 정지한다’는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카합20051). 법원은 위 가처분 사건에서 ‘대의원회의나 구성원 총회에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발의하거나 회부하였다는 이유로 안건 발의자나 지회 임원들을 제명하는 징계를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 유사의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 비법인사단의 실질을 갖고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에서도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통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을 논의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설령 산업별 노동조합의 단결권 확보 및 내부의 기강 유지를 위해 집단탈퇴 내지 조직형태 변경을 추진하는 행위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보더라도, 채권자들에 관한 징계사유의 내용과 성질 등에 비추어 위 징계사유만으로 곧바로 가장 무거운 징계인 ‘제명’으로 채권자들을 징계한 것은 징계를 통하여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저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징계양정을 하여 징계에 관한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피고는 2023. 12. 28.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M노동조합<5>을 상대로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 결의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현재 그 사건이 계속 중이다.

라.

피고 규약 등

피고의 규약, 포항지부의 규정, H지회의 규칙 및 피고의 상벌 규정,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2 내지 15, 17, 21, 22, 2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제명처분의 절차적 하자

가)

원고 A 등: 피고의 상벌규정 제15조 제2호에 따라 위 원고들에 대한 징계일로부터 최소한 3일 전인 2022. 10. 28.까지는 징계 의결, 장소 등을 통지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통지가 위 원고들에게 도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 A 등에 대한 제명처분은 상벌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나)

원고 D 등: 대의원 징계는 피고의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지회 심의를 거쳐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하여야 함에도, 지회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2)

이 사건 제명처분 사유의 부존재

가)

’규약 위반‘에 관한 주장

⑴ 이 사건 안건은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인 H지회를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변경하는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것으로서, 그러한 조직형태 변경에 반대하는 조합원은 자유의사에 따라 피고 노조에 잔류할 수도 있고, 변경된 조직형태를 수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고 A 등이 H 지회의 대의원대회에 이 사건 안건을 상정한 것이나, 원고 D 등이 이 사건 안건 논의를 위하여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한 행위가 피고가 금지하는 집단탈퇴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은 피고 규약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

⑵ 만약 이 사건 안건이 피고가 금지하는 집단탈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① 조합규약 제10조는 가입과 탈퇴에 관하여 ’가입 및 탈퇴는 가입원서 제출 후 30일 이내에 처리하되, 중앙위원회에서 정한 별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여 가입과 탈퇴의 구체적 절차를 정하는 것만을 중앙위원회에 수권하였음에도,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규정에서 집단탈퇴를 제한한 것은 상위법인 조합규약으로부터 위임 받지 않은 사항을 규정한 것이어서 규약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②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6>, 제2항<7>에 따라 근로자들의 총회에서 의결된 조직변경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부인하는 것이어서 무효이다. 결과적으로 피고 규약에서 집단탈퇴를 금지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안건을 상정하는 것이 피고 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지시 위반‘에 관한 주장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안건이 피고의 규약을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안건 철회 지시는 부당한 내용이어서 이를 따르지 아니한 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의 징계권 남용

이 사건 제명 처분은 피고가 H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막기 위하여 원고들을 제명한 것으로서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나.

판단

1)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한 행위가 규약에서 금지하는 집단탈퇴 안건을 상정한 것인지‘ 여부는 그 자체가 제명처분의 주된 사유이고, 만약 조직형태 변경이 피고 규약에서 금지하는 집단탈퇴에 해당한다면 집단탈퇴를 금지한 피고 규약의 유·무효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주된 쟁점인 ’H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이 집단탈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한다.

2)

살피건대, 갑 제2 내지 4, 9호증, 을 제3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직형태 변경은 피고의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에서 금지하는 집단탈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제명처분의 사유 중 ’규약 위반‘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지시 위반‘은 부당한 지시에 관한 것이어서 그 지시를 따르지 아니한 것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제명 처분의 사유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제명 처분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절차적 하자 및 징계권 남용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①

근로자에게는 단체의 조직·가입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근로자단체 또는 노동조합을 조직·해산할 것인지, 노동조합을 조직할 경우에 위와 같은 여러 조직형태 중 어떠한 조직형태를 갖출 것인지 그리고 그 조직형태를 유지 또는 변경할 것인지 등의 선택은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에 맡겨져 있다(대법원 2016. 2. 19.선고 2012다96120 판결 등 참조).

②

노동조합법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제8호는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노동조합의 해산·청산 및 신설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6. 2. 19.선고 2012다9612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규정은 모든 국민이 가지는 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가지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헌법 제33조)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③

피고 규약 제10조(가입과 탈퇴)는 ’가입 및 탈퇴는 가입원서 제출 후 30일 이내에 처리하되, 중앙위원회에서 정한 별도의 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을, 제20조(총회 기능) 제1항 제14호는 ’조합의 합병, 분할,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라고 규정하여 탈퇴와 조직형태 변경이 다른 개념임을 전제하고 있다. 피고는 위 제10조 단서에 따라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을 제정하였는데, 그 규정에서도 규약에서 위임받은 사항 중 가입 및 탈퇴에 관한 사항만을 정하였을 뿐이고, 조직형태 변경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다.

④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한 지회가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조직형태 변경을 하는 경우, 위 산업별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조직형태 변경을 한 지회의 조합원들이 더 이상 자신의 조합원이 아니게 되어 집단탈퇴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기는 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6조 제1항 제8호 및 제2항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존속하고 있는 도중에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해산·청산 및 신설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직형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조합을 둘러싼 종전의 재산상 권리·의무나 단체협약의 효력 등의 법률관계가 새로운 조직형태의 노동조합에 그대로 유지·승계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바(대법원 2016. 2. 19.선고 2012다96120 판결의 취지 참조), 지회 조직형태 변경의 결과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특정 지회가 집단탈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집단탈퇴로 본다면,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왜곡되고 근로자의 노동조합의 설립 내지 노동조합 조직형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⑤

이 사건 조직형태 변경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근로자는 조직형태 변경 후의 노동조합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거나 탈퇴하는 등 선택을 할 수 있고, 조직형태 변경 후의 노동조합에서 탈퇴하여 피고 소속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2011. 7. 1.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피고 노조에 잔류하게 된 조합원을 위하여 활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합원을 모아 하부 조직을 재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집단탈퇴로 해석하지 않는 것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을 해친다거나, 노조의 단결력 유지·강화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⑥

노동조합법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조항’의 도입과 관련하여 기업별 단위노조를 전제·유도하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 절차를 간소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조 조직형태는 노조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해당 근로여건에서는 기업별 노조의 조직형태를 선택하는 것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산업별 노조 소속에서 기업별 노조로 간소하고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조직형태 변경 제도를 활용하게 할 필요도 있다.

⑦

노조 규약 제53조(특별결의) 제4호는 ‘조직 형태변경에 관한 사항’을 조합의 결의사항 중 특별결의가 필요한 내용으로 규정하여, 피고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 산하 지부 또는 지회의 개별적인 조직형태 변경을 ‘집단탈퇴’로 보아 금지한다면, 피고 노조만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고 노조 산하의 지부 또는 지회는 개별적인 조직형태 변경이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피고 노조 소속으로서의 H지회는 산업별 노조에 해당하지만 H지회의 조합원들이 동일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기업별 노조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는바, 경우에 따라서는 H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기업 내 근로자들 간의 형평성 도모나 기업 내부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조직형태 변경을 집단탈퇴로 보아 금지하게 된다면 H지회는 기업별 노조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게 되어 근로자들의 단체의 조직·가입 및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다.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주장의 요지

H지회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능력이 없는 피고 노조의 하부조직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 이 사건 규정상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독립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자적인 활동을 해오지 않았으므로 예외적으로도 조직형태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다.

2)

판단

살피건대, 산업별 노동조합의 지회 등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기업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구성되어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해당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 능력이 있어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산업별 연합단체에 속한 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결의 요건을 갖춘 소속 조합원의 의사 결정을 통하여 산업별 노동조합에 속한 지회 등의 지위에서 벗어나 독립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함으로써 그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6. 2. 19.선고 2012다96120 판결 등 참조), 갑 제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H지회는 피고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 중 주식회사 N 소속 근로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인 사실, ② 피고 규약은 제44조(지부와 지회) ‘조합은 조합원 의견수렴, 조합 결정 사항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집행과 함께 공동투쟁의 조직, 일상적 연대 활동, 상호 지원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산하에 지부와 지회를 둘 수 있다’ 및 제49조(지회의 설치 등) ‘지회는 지부 내의 조합원 참여와 원활한 사업 집행을 고려하여 사업장 단위 혹은 몇 개의 사업장을 결합시킨 지구 단위로 둘 수 있다’는 각 규정을 두어 H지회의 설립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 ③ 피고 규약 제50조(지회 운영)는 ‘1. 지회의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 지회장을 둘 수 있다. 2. 지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규약, 지부 규정, 지부 운영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총회, 대의원대회, 운영위원회, 집행위원회를 둘 수 있다. 3. 조합규약과 지부 규정, 지부 운영규칙의 범위 내에서 지회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지회 운영규칙을 별도로 제정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어 피고 노조 소속 지회가 독자적인 단체장, 대의기관 및 운영(집행)기관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회 운영을 위한 규약도 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는 사실, ④ 이에 따라 H지회는 지회장과 사무장 등 임원을 선출하고 조합원 총회와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도 한 사실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H지회는 노동조합법 제16조에서 정하는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박승균 이영주

각주1) 원고 D, E, F은 청구취지에서 ‘2022. 12. 6. 각 제명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였는데, 이는 ‘2022. 12. 5.’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위와 같이 정정하여 인정한다.

각주2) 대의원대회 회의록(2022. 10. 31.자, 갑 제7호증) ‘1)찬성(총회 표결)’ 항목에는 ’I, J , F, K, L, E, D‘이 찬성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고, ‘2) 반대’ 항목에는 K, L, J, F, D, E 6명이 ‘위 안건을 총회에서 의결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안건에 대한 총회 의결을 찬성한 것이 7명인지, 6명인지 다소 불분명하나 6명인 경우에도 출석인원(9명)의 과반수임이 명백하므로(지회 규칙 제25조 ‘회의 성립과 결의’), 결의 자체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

각주3) 아래에서 보는 ‘조합원 가입 절차 전결 규정’ 제4조(탈퇴 절차) 제1호에서 금지하는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에 관한 내용이다. 이하 ‘이 사건 집단탈퇴 금지규정’이라고 한다.

각주4) 지회 대의원들에 대한 징계절차는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피고 상벌규정 제10조).

각주5) H지회가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한 후 변경한 이름이다.

①

다음 각호의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8.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

②

총회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규약의 제정·변경, 임원의 해임, 합병·분할·해산 및 조직형태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