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10. 4. 선고 2017구합333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생긴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 주한 B대사관(이하 '참가인')은 대한민국 내에서 B 정부를 대신하여 외교 및 영사업무 등을 처리하는 B 정부 기관이다. 원고는 B 국적인으로 2011. 5. 11. 참가인에 고용되어 시설기술직으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6. 3. 14.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무단결근으로 인한 직무 포기'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

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며 2016. 4. 2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1. 10. 'B국과 B 자국민 간의 해고 등 근로관계에 대한 다툼에 관하여 노동위원회가 심판권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6. 12. 14. 중앙노동위원회에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3. 30. '이 사건 해고 등 근로관계에 관하여 노동위원회가 심판권이 있으나, 원고의 무단결근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고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2호증(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는 2016. 2. 4. 이미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여 적법하게 무급 병가를 요청하였고, 참가인이 이를 거절할 재량이 없음에도 위법하게 병가를 거절한 것이므로, 원고가 출근하지 않은 것이 무단결근이라고 볼 수 없다. 가사 결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 및 산업재해 신청으로 인한 추가 병가가 남아있었고, 참가인이 2016. 3. 11.까지 원고의 출근을 유보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일인 2016. 3. 14. 기준으로 10일의 무단결근이 성립하지 않는다. 원고는 참가인의 요청에 따라 진단서를 보완하여 제출하였고, 참가인이 아무런 근거 없이 요구한 근무적합성 평가에만 응하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원고는 지속적으로 참가인의 위법한 정리해고 안의 수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업무복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으므로 직위 포기로도 볼 수 없다.

2)

현지채용직원 조건규정 제5.2조는 '비위행위 내지 규율 파기행위 이외의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인이 이 사건 해고사유로 명시한 '직위 포기(abandonment of position)'는 비위행위(misconduct)에 해당한다. 위 규정은 사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징계를 막기 위하여, 적어도 비위행위나 규율 파기 사정에 대해서는 사용자 일방이 아닌 중립적 판단기관에서 판단을 받고 징계절차를 개시하도록 한 것으로, 비위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해고 권한을 박탈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따라서 직위 포기의 경우에는 외무부차관보나 B 관광청장, 그 위임을 받은 공관장에게 애초부터 그 징계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

3)

현지채용직원 취업규칙(Terms and Conditions of Employment for Locally Engaged Staff)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지채용직원 조건규정(Locally-Engaged Staffs'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s)보다 불리하게 한국에 근로하는 현지채용 직원만을 더 차별하여 핍박하기 위하여 추가로 만든 조항이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위 규정들 중 대한민국 근로기준법보다 불리한 내용이 있으므로 그 부분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4)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6조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 또한 원고의 질병은 공익 제보 후 상사의 집요한 괴롭힘과 취업규칙에 근거도 없이 이루어진 부당한 업무개선계획 강요 때문에 발생한 업무상 재해이므로, 요양기간 직후 이루어진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1조 제2항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5)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하여 최소한의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은 현지채용 직원과의 고용관계에 적용될 규정으로 현지채용직원 취업규칙(Terms and Conditions of Employment for Locally Engaged Staff, 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과 현지채용직원 조건규정(Locally-Engaged Staffs' Terms and Conditions Regulations, 이하 '이 사건 조건규정')을 두고 있다. 원고는 2011. 5. 9.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근로계약서에도 '귀하의 고용은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조건규정에 따라 규율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조건규정은 B 재무행정법(Financial Administration Act) 제7조에 의해 B 외의 지역에서 현지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 조건을 규율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B 외 지역의 다양한 노동법 및 고용조건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확대된 인사관리 역할을 고려하여 현지 법률과 관행, 공관의 운영 요건, 현지 근로자들과의 비교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사관리시스템을 수립하고자 마련되었다. 위 법에 의하면 근로자에 대한 징계권은 연방 부처의 부장관(이 사건의 경우는 외무부차관보)에게 있다. 다만, 해외공관직원에 대한 징계권은 외무통상개발부법(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Trade and Development Act)에 따라 외무부차관보로부터 해외공관의 대사에게 위임되었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현지채용 직원의 현지채용직원 고용규정(Locally-Engaged Staff Employment Regulations)과 이 사건 조건규정을 바탕으로 고용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정보를 제공하고, 용어 정의, 직원 채용 및 분류, 의무, 성과 관리, 근무지관리, 근무시간, 급여 및 수당, 휴가, 해지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3)

참가인은 이 사건 취업규칙 제5.1조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현지채용직원에 대하여 업무수행평가를 실시하였다. 2014년에 이루어진 원고에 대한 그 평가결과는 '기대수준 미달(Did not Meet Expectations)'이었다. 참가인은 2014. 12. 15. 원고에게 '6개월 내에 지적사항을 개선할 것을 요청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강등, 고용관계의 종료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업무수행개선계획서(Performance Action Plan, PAP)를 교부하고, 원고는 위 계획서에 서명 · 날인을 하였다.

4)

참가인은 2015. 7. 28. 원고의 업무수행개선계획을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5. 7. 30. 참가인에게 불안, 불면증, 긴장 등 정신질환을 이유로 2015. 9. 30.까지 2개월의 병가를 신청하였다. 참가인의 인사담당관 C(C, 이하 '인사담당관')는 원고에게 현재 겪고 있는 질병의 상태,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근무를 수행할 수 없는지 여부, 근무 능력에 관한 의사의 권고사항, 치료 기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소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5. 8. 7. 참가인에게 D신경과의원 진료의 E이 작성한 '공황장애, 불면증, 급성스트레스 반응으로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환자의 현재질환 상태로 인하여 정상 근무 활동을 할 수 없고, 업무능력 회복을 위해 약 2개월간병가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참가인은 그 무렵 원고의 위 병가신청을 승인하였다.

5)

인사담당관은 2015. 9. 10. 원고에게 '2015. 9. 30.까지 건강상태와 관련한 진단서를 보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원고는 2015. 9. 30. 인사담당관에게 '원고의 신경정신학적 증상이 안정되어 정상적으로 업무복귀가 가능하다'라는 내용의 2015. 9. 30.자 진단서를 제출한 후 2015. 10. 1. 업무에 복귀하였다.

6)

참가인의 영사인 F(F, 이하 '영사')은 2015. 10. 9. 원고를 포함한 시설기술직원 3명에게 '기술직 인력감축과 관련하여 대상자 선정을 위한 업무성과 검토절차(Reverse Order of Merit)를 진행할 예정임'을 알렸다. 원고는 2015. 10. 20. 자신의 상사인 G에게 '다시 공황장애와 불면증으로 몸이 좋지 않다'는 메일을 보낸 후 2개월간의 병가를 신청하였고, 2015. 10. 21. 영사에게 업무성과 검토절차의 평가기준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영사의 규정 위반으로 자신의 질병 증상을 악화시킨 것과 관련하여 근로자보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원고가 제출한 2015. 10. 20.자 진단서에는 '불면증, 두근거림, 긴장형 두통, 불안장애로 보존치료 및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2개월의 치료기간을 제안하고 환자의 증상이 최근 재발하여 정상 근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은 그 무렵 원고의 위 두 번째 병가신청을 승인하였다.

7)

영사는 2015. 12. 15. 원고에게 '2015. 12. 21. 업무복귀 예정인데,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원고는 2015. 12 16. '불면증, 두근거림, 긴장형 두통, 불안장애로 2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2015. 12. 16.자 진단서를 첨부하고, '치료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어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참가인은 그 무렵 원고의 위 세 번째 병가신청을 승인하였다.

8)

인사담당관은 2016. 2. 3. 원고에게 '2016. 2. 17. 복귀 예정임'을 알리고, 2016. 2. 17.까지 복귀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6. 2. 4. '불면증, 불안장애, 긴장형 두통 증세가 진단되어 이에 대한 보존치료 및 약물치료가 필요하여 2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2016. 2. 4.자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9)

원고가 참가인에게 제출한 위 진단서들은 모두 D신경과의원 진료의 E이 작성한 것이다. 인사담당관은 2016. 2. 15. 원고에게 전화를 하여 '제출한 진단서만으로는 원고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업무수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근무적합성 평가(Fitness to Work Assessment)를 실시할 예정이므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인사담당관에게 '휴가 중인 자신에게 반복적인 연락은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근무적합성 평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는 것과 평가를 요청하는 이유를 서면으로 할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영사는 2016. 2. 17. 원고에게 '원고가 제출한 진단서에 근무할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지 않다. 대사관 근처에 있는 H병원에서 원고에 대한 근무적합성 평가를 요청할 예정인데 적절한 평가를 위해 당신의 주치의 도움이 필요하다. 좀 더 쉴 필요가 있으면 업무에 서둘러 돌아오지 않아도 되며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자, 원고는 추가로 의사 E이 작성한 2016. 2. 17.자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10)

영사는 원고가 제출한 위 진단서를 확인한 결과, 진단서 내용이 제출일인 '2016. 2. 17. 진료'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2015. 10. 20. 진료'에 근거한 점 등을 발견하고, 2016. 2. 18. 원고에게 '당신이 제공한 최근 진단서는 신규 진료 기록이 없다. 2차 소견을 요청하며 이를 위해 다른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신뢰할 만한 형식을 원하므로 대형병원에서 진찰을 받기를 원하고, 관련 비용은 참가인이 모두 부담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2016. 2. 22. 원고에게 '업무복귀 예정일인 2016. 2. 17. 경과한 후 경영진에서 필요한 요건들을 확인할 수 없게 되어 현재 무단결근 상태이다. 대사관과의 고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업무에 복귀하여야 하고, 외부 의료전문가가 시행하는 근무적합성 평가를 준비하여야 한다. 2016. 2. 24.까지 출근하여야 하며 출근하지 않을 경우 직무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11)

이에 원고는 2016. 2. 23. 영사에게 '고용관계 종료 통지를 받고 잠을 잘 수 없었다.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하였으나 의원 4곳 모두 발급을 거절하였다. 2. 26.자 진단서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답장으로 알려달라'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인사담당관은 2016. 2. 23. 원고에게 '원고와 통화 후 I병원에 예약을 시도하였으나 진료 일자를 잡을 수 없어서 2016. 2. 26. 11:30 H병원에 근무적합성 평가 검사예약을 해두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12)

원고는 2016. 2. 25. 영사에게 인사담당관의 메일에 대해 '자신이 보낸 진단서로 병가를 승인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사용자가 근거 없이 근무적합성 평가를 요구하며 자신을 공격하고 있고, 부당한 메일 및 불법적인 전화통화로 자신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내며 검사를 거부하였다. 이에 인사담당관은 2016. 2. 25. '원고가 제출한 진단서만으로는 원고가 근무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할 수 없다.

시일이 촉박하니 근무적합성 평가 검사예약을 2016. 3. 4. 11:30으로 재조정한다.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경영진이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하여야 하고, 제출된 최근 진단서에 비추어 경영진은 근무적합성 평가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보고 있다. 2016. 2. 17.부터 무단결근 상태로 간주되고 있다. 2016. 2. 23.자 진단서는 원고가 2015. 10. 20. 해고통지를 수령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그러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진단서를 인정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메일로 보냈다. 이와 같은 근무적합성 평가 일정은 원고에게 공식 서신으로도 발송되었다.

13)

원고는 2016. 2. 28. 영사에게 '당신이 2015. 10. 18. 업무평가 순위에 따른 해고(Reverse Order of Merit) 메일을 보냈다. 이로 인해 몸이 좋지 않아졌고 거짓으로 평가된 PAP와 부당해고 경고 서신, 2월에 5차례의 부당한 서신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고, 2016. 3. 4.자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았다. 영사는 2016. 3. 4. 원고에게 '원고가 2016. 3. 4. 예정된 근무적합성 평가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의 상황을 명확히 하는 노력에서 근무적합성 평가 검사예약을 2016. 3. 11. 11:30으로 다시 하였다. 이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 2016. 2. 23.자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경영진은 기술직원 3명 가운데 1명의 직을 폐지하기 위해 업무평가를 실시할 것임을 통고하였을 뿐이다. 2016. 3. 11.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근무적합성 평가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 무단결근으로 간주되어 직무를 포기한 것으로 선언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이와 같은 근무적합성 평가 일정도 원고에게 공식 서신으로도 발송되었다.

14)

원고는 2016. 3. 7. 영사에게 '업무상 질병을 앓고 있으므로 17주 이상의 휴가를 사용한 후 고용 관계가 종료되어야 한다. 영사의 고의적인 거짓 진술이 없었더라면 7개월 동안이나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근무를 중단한 날로부터 모든 봉급을 지급하여야 하고, 산재보상 신청과 관련하여 지출된 공인노무사 비용과 팩스비용, 엄청난스트레스와 고통, 근심을 겪었으므로 이러한 모든 비용은 대사관에서 부담하여야 한다.

추후 모든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메일을 낸 후, 2016. 3. 11. 다시 예약된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

15)

참가인은 2016. 3. 14. 원고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2016. 2. 17.부터 무단결근을 하고, 2016. 3. 11.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업무복귀 의사 표명도 없었으므로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본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통지하였다.

16)

한편, 원고는 2015. 8.경 B의 연방근로자산재보험서비스(Federal Workers Compensation Service)에 '참가인의 잘못된 업무수행개선계획(Performance Action Plan) 등으로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다'는 이유로 정부근로자산재보험법(Government Employees Compensation Act)에 기하여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하였다. 연방근로자산재보험서비스는 2015. 11. 19. 원고에게 '신청인의 보상청구가 거절되었음을 알린다. 신청인이 2015. 7. 29. 입었다는 사고를 인정할 수 없다. 신청인에게는 해고, 강등, 전환배치, 징계, 근무시간 변경, 생산성 기대수준 변경 등 고용관계 수행의 일환으로 고용주가 내린 결정이나 행동으로부터 비롯된 외상을 초래할만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산재보험을 신청할 권리가 없다.'라는 내용의 기각 결정을 메일로 보냈다.

17)

원고는 2015. 10. 24. (우리나라) 근로복지공단에게 "참가인으로부터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인 해고 위협을 받고 감봉처분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급성스트레스 반응, 공황장애, 불면증, 인지기능 및 자각에 대한 증상 및 징후'가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2016. 2. 3. 근로복지공단로부터 요양불승인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근로복지공단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6. 5. 26. 기각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행정법원 2016구단34458호로 공무상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8. 4. 5. 기각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소송은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18)

이 사건 취업규칙 및 이 사건 조건규정 중 병가 및 해고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5, 8, 9, 10, 15, 28, 31, 34, 55, 56, 71호증, 을가 제1 내지 14호증, 을나 제1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1)

이 사건 취업규칙과 이 사건 조건규정의 효력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취업규칙은 이 사건 조건규정 등을 바탕으로 고용조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고, 원고는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취업규칙과 이 사건 조건규정을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구체적인 근로관계는 이 사건 취업규칙과 이 사건 조건규정에 따라 규율된다. 이와 달리 원고가 제출한 자료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취업규칙이 차별적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이 사건 취업규칙과 이 사건 조건규정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기준에 위반되어 무효로 보아야 하는 사유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들이 원고에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무단결근 여부

가)

이 사건 조건규정 제4.2.7조에 의하면 직원은 공관장이 해당 상황을 납득하고, 결근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병가 사용단위가 존재하는 경우 유급 병가를 허락받고, 병가 사용단위가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 공관장의 재량에 따라 일정 조건에 따른 유급병가가 허용될 수 있다. 이 사건 취업규칙 제9.3조에 의하면, 직원이 병가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공관장이 납득할 만한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공관 경영진은 언제든지 의료진단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직원이 유급 또는 무급의 병가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공관장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의사의 진단서가 제출되어야 하므로, 공관장이 직원이 제출한 진단서의 내용만으로 병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이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참가인이 지정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방식 등의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도록 하고,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청할 권한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기존에 세 차례에 걸쳐 불안 · 불면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이유로 총 6개월의 병가를 승인받은 상태에서 참가인에게네 번째 병가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진단서에는 근무 가능 여부가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진단서 제출 일자와 진료 일자가 맞지 않았다. 참가인은 이를 확인하고 그 진단서가 '공관장이 병가승인을 위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진단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에게 수차례에 걸쳐 병가승인 또는 업무복귀 여부에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참가인이 지정하는 병원에서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도록 요구하였다. 그 과정과 관련 규정에 비추어 그 요구는 공관장의 권한에 따른 정당한 업무명령이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에 불응하고, 나아가 참가인이 원고에게 세 번째 병가기간이 지난 후의 결근은 무단결근이 될 수 있다는 주의까지 무시한 채 세 번째 병가기간 종료일인 2016. 2. 16. 이후 병가승인을 받지 아니한 상태로 2016. 3. 11.까지 출근하지 아니하였다.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무단결근에 해당한다.

3)

해고사유의 존부

가)

이 사건 취업규칙 제10.1.2조에 의하면, 직무유기(abandonment of position)란 연속하여 최대 10영업일에 승인 없이 결근할 경우를 의미하고, '이유 있는 해고: 위법행위'에 따라 즉시 고용관계가 해지될 수 있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6. 2. 17.부터 2016. 3. 11.까지 연속하여 10영업일 이상 무단결근 하였다. 이것은 취업규칙에서 즉시 해고사유로 규정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다)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참가인 측은 원고에게 수차례에 걸쳐 근무적합성 평가에 응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원고가 업무복귀 예정일인 2016. 2. 17. 경과하여 무단결근 상태임을 지속적으로 고지하였다. 따라서 참가인 측이 원고에게 근무적합성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예정일을 2016. 3. 11.로 지정하여 최종 통보한 행위를 두고 참가인이 원고의 무단결근 상태를 승인하였다거나 업무복귀 시점을 그때까지 유예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 또한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 불이행은 사용자의 사전 또는 사후 승인 없이 근로자의 일방적 통지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6926 판결 참조). 원고의 결근을 참가인이 사전 또는 사후 승인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무단결근은 2016. 2. 17.부터 시작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이 사건 해고는 그 시점에 취업규칙에서 정한 직무유기 요건(연속하여 최대 10영업일 동안 무단결근)을 충족하였으므로, 정당한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마.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1)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된다.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과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무단결근으로 인한 직무유기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가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징계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가)

무단결근은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해고 사유가 된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연속하여 최대 10영업일 동안 승인 없이 결근한 경우를 '직무유기'로 보아 즉시 고용관계를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원고는 추가로 병가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2016. 2. 17.부터 연속하여 17영업일을 무단결근하였다.

나)

참가인은 원고에게 원고가 제출한 진단서의 내용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추가로 병가를 승인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근무적합성 평가를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고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참가인의 위와 같은 요구는 병가 승인 권한에 근거한 정당한 업무명령에 해당하고, 원고의 병가 승인 또는 업무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근무적합성 평가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

다)

참가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업무복귀나 병가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자료, 근무적합성 평가 등을 요구하면서 원고와의 근로관계의 유지를 위하여 노력하였음에도, 원고는 이를 계속 무시하면서 응하지 아니하였다.

바.

절차적 위법성 여부

1)

해고 권한의 존부

가)

이 사건 조건규정 제5.1조 및 제5.2조에 의하면, 외무부차관보 또는 B관광청장은 위법행위(misconduct), 규율위반행위(breaches of discipline)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제5.1조) 위법행위 내지 규율위반행위 이외의 이유(other thanbreaches of discipline or misconduct)도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5.2조). 즉, 이 사건 조건규정 제5.2조는 징계권자가 위법행위 내지 규율위반행위 이외의 이유로도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원고의 주장처럼 사용자에게 위법행위 내지 규율위반행위에 대한 징계권을 박탈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아니다.

나)

그런데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그 근거 규정으로 '이 사건 조건규정 제5.2조'를 기재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서 밝힌 구체적인 해고 사유는 '무단결근에 따른 직무유기'이고, 이 사건 취업규칙 제10.1.2조에 따르면 이는 '위법행위(misconduct)'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이 사건 조건규정 제5.2조가 아니라 제5.1조에 근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를 통지하면서 그 근거 규정을 잘못 기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정한 해고 사유의 서면통지 의무는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해고 통지에 기재된 해고 사유의 기재가 다소 상세하지 않거나 오기 등 잘못이 있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당 근로자가 해고 사유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러한 해고 통지에 근로기준법 제27조 등을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기재하였다. 원고는 그 통지서 기재만으로 이 사건 해고 사유가 '무단결근으로 인한 직무유기'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앞서 보았듯이 원고는 '무단결근으로 인한 직무유기'의 해고사유에 대하여 법적 대응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해고 근거 규정이 잘못 기재된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위법 · 무효라고 볼 수 없다.

2)

업무상 재해로 인한 해고권 제한 여부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고의 질병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근로기준법 제26조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26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고의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이상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참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참가인이 원고에게 30일 전에 해고의 예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4)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는지 여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피징계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징계처분은 유효하다고 할 수 없으나, 그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까지도 사용자는 반드시 피징계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29071 판결 참조).

이 사건 취업규칙은 '직무유기'를 즉시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이 사건 취업규칙이나 이 사건 조건규정에 직무유기로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해고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사.

소결론

이 사건 해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사유가 없으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중(재판장) 김나경 홍승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