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10. 13. 원고에게 한 시정명령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 기재 처분은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선고시(소취하나 항소 포기 등 기타 사유로 종료되면 그 종료시)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
제1항과 같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B버스 또는 버스운송사업(마을버스 등) 및 이에 관련된 부대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지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18,500명이고 가입한 상급단체는 C노동조합연맹이며 그 산하에 D지부를 비롯한 67개의 지부가 있다.
E을 비롯한 35명의 조합원들(이하 위 35명을 ‘이 사건 조합원들’이라 한다)은 2021. 1. 20.과 2021. 2. 3. 원고에게 원고의 2019년, 2020년 회계감사자료(회기 예산서, 결산서, 회기별 수입원장 및 지출결의서)와 지출 관련 영수증 등 세부내역(이하 열람을 요청한 자료 전부를 ‘이 사건 회계자료’라 한다)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이 사건 조합원들은 2021. 2. 8. 피고에게 ‘원고와 그 산하 D지부에 대하여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였으나 원고와 D지부가 이를 거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6조를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노동조합 결의‧처분 시정명령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2021. 8. 26.자 의결을 거쳐 원고가 이 사건 조합원들의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 요청을 거부한 것은 노동조합법 제26조에 위반되므로 같은 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2021. 11. 10.까지 위 위반사항을 시정하라는 명령(이하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7, 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시정명령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각 지부에서 선출된 조합대의원들로 대의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고 각 지부는 독자적인 규약을 가지고 독립된 활동을 하는 등 원고와 구별되는 독자성이 있으므로, 원고가 개별 지부 대의원들에게 이 사건 회계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고, 이 사건 조합원들은 D지부 등 개별 지부 대의원에게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상급 노동조합인 원고에 대하여 직접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을 청구할 수는 없다.
설령 이 사건 조합원들이 원고에게 직접 열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E은 여러 차례 원고 및 D지부에 가입‧탈퇴를 반복하였고 원고의 임원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였으며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노동조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바, 이 사건 조합원들은 조합의 단결력을 저해하려는 등의 다른 목적으로 가지고 열람청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으므로 원고가 열람을 제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원고는 처음에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청구를 거부하였으나, 분쟁 상황을 피하고자 이 사건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을 허용하기로 결정하여 D지부에 이 사건 회계자료를 송부하였고, 원고와 D지부가 2021. 7. 30.과 2021. 8. 10. E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열람일시 등을 협의하여 열람하라는 내용을 통보하였으나 이 사건 조합원들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열람을 거부하였다.
관계 법령
판 단
이 사건 조합원들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회계자료 열람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노동조합법 제14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노동조합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고 이를 3년간 보존하도록 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비록 위 규정이 서류의 ‘비치’, ‘보존’만을 규정하고 ‘열람’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노동조합법 제14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라 비치, 보존하고 있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노동조합법 제14조 제1항이 장부와 서류를 작성하여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재정 상황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내부 문제를 시정할 수 있게 하여 단결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조직의 유지와 활동을 위해서 노동조합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
노동조합은 그 운영과 활동을 위하여 재정적 기반이 필요한데, 이를 주로 정기적으로 조합원들로부터 납부 받는 조합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조합비의 운영을 조합원에게 공개하는 것은 조합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인다.
노동조합법 제25조 제1항은 ‘회계감사’라는 표제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6월에 1회 이상 당해 노동조합의 모든 재원 및 용도, 주요한 기부자의 성명,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내용과 감사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6조는 ‘운영상황의 공개’라는 표제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5조 제1항과 제26조의 ‘공개’나 ‘공표(公表)’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의 의미여서 열람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열람대상은 회계감사의 내용과 감사결과,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관한 공표물뿐 아니라 공표물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비치, 보관 중인 자료까지 포함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노동조합법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노동조합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하게 한 것은 노동조합이 위 장부와 서류를 회계연도 이후 즉시 폐기함으로써 조합원의 위 열람권이 침해됨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조합원은 자신이 가입된 노동조합이 비치, 보존하고 있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있는바, 이 사건 조합원들은 각 지부에 속할 뿐만 아니라 원고 소속 조합원도 되는 점, 원고의 조합원들이 납부하는 조합비 중 70%는 지부 운영비로, 18%는 원고의 운영비로, 12%는 상급단체에 의무비로 사용되는 점(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각 지부가 독자성이 있다거나 원고는 각 지부에서 선출된 조합대의원들로 구성된 대의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조합원들이 원고에 대하여 열람을 청구할 권리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조합원의 열람청구권을 단위노동조합(지부)에 국한시켜 인정하여야 한다는 근거가 부족한 점, 원고 조합원 수가 약 18,500명으로 각 조합원들이 모두 원고에게 직접 열람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원고의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사정은 열람의 시간, 방법 등의 절차를 규약으로서 명시하고 권리남용적 열람청구를 제한하는 등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이지 개별 조합원들의 상급 노동조합에 대한 열람청구권을 일괄적으로 제한하여야 하는 사정이 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합원들은 소속 지부 뿐만 아니라 원고의 재정상황과 운영에 대하여도 직접 열람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합원들이 각 지부에 대하여 열람을 청구할 권리가 있을 뿐 상급 노동조합인 원고에 직접 열람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합원들에게 열람을 제한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을 비롯한 이 사건 조합원들이 내부항쟁의 수단, 원고 또는 임원에 대한 명예훼손, 조합의 단결력을 저해하려는 의도 등 다른 목적으로 열람청구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이 사건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회계자료에 대한 열람을 제한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조합원들이 열람을 요청하고 있는 이 사건 회계자료가 조합원들에게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나 개인정보라고 볼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이 사건 시정명령 전에 이미 열람을 허용하여 위반사항이 시정되었는지 여부
갑 제9, 12, 13, 14,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처음에는 이 사건 조합원들의 이 사건 회계자료 열람 요청을 받고도 열람을 거부하였고 피고가 2021. 5. 3. 원고와 D지부에게 구두상 행정지도를 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하였던 사실, 이후 태도를 바꾸어, D지부는 2021. 7. 30. E에게 ‘불필요한 분쟁상황 유발로 조합원들의 혼란을 막고자 귀하가 정당한 열람청구를 하는 경우를 전제로 2021. 8. 3.부터 2021. 8. 6.까지 중 하루를 지정하여 D지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귀하의 열람청구를 허용하고자 하니, 첨부한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함과 동시에 열람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적시하여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노동조합은 귀하의 열람청구에 대하여만 허용할 뿐, 등사신청이나 메모, 녹음, 사진 촬영 등에 대하여는 거절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시기 바라며 아래의 법원 판결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생략).’라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물을 발송하였고, 그 우편물에 열람 일시, 목적, 범위를 기재할 수 있는 확인서를 첨부한 사실, D 지부는 2021. 8. 10. 또 다시 E에게 ‘우리 노동조합은 귀하의 열람 청구를 허용하고자 열람일시 등을 기재한 확인서를 2021. 8. 6.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귀하는 현재까지도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노동조합은 귀하에게 재차 확인서 제출을 촉구하오니 귀하가 A노동조합(원고)과 우리 노동조합(D지부)의 운영상황을 열람하고자 한다면 2021. 8. 17.부터 2021. 8. 20.까지 중 하루의 날짜를 정하고 첨부된 확인서에 열람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히 적시하여 2021. 8. 13.까지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물을 발송한 사실, 원고도 2021. 8. 10. E에게 ‘우리 노동조합에 열람 청구한 예산서 및 결산서 등을 귀하가 소속된 D지부에 송부하였으니 귀하는 지부와 열람 일시 등을 협의하여 열람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물을 발송한 사실, E을 비롯한 이 사건 조합원들은 이를 인지하고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이유로 원고나 D지부와 구체적으로 열람 일시를 협의하는 등으로 열람을 시도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고가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 요청을 처음에 거부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가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한 2021. 10. 13. 당시는 원고가 이 사건 회계자료를 D지부에 송부한 후 이 사건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열람의 일시, 장소, 방법을 안내하여 열람을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고, 열람의 일시를 2021. 8. 3.부터 2021. 8. 6.까지, 2021. 8. 17.부터 2021. 8. 20.까지의 기간 중 이 사건 조합원들의 신청에 따라 협의하여 정하기로 한 것이나, D지부에 이 사건 회계자료를 송부한 후 열람장소를 D지부로 지정한 것이나, 등사신청, 메모, 녹음, 사진 촬영 등은 제한된다고 안내한 것에 노동관계법령이나 법리, 규약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 소속 노사대책국 차장 F가 2021. 4. 13. ‘각 지부의 지부위원장과 조합대의원에게 원고의 회계에 관한 자료를 배부하고 있어 이 사건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는 조합대의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통로가 있음에도 원고에게 요청하는 것은 원고를 괴롭히려는 의도이다. 원고에는 약 18,500명의 조합원이 있어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 요청에 대해 공개를 하게 된다면 향후 회계자료 열람 요청이 쇄도할 것이고 원고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다. E은 G단체 총무와 지부장을 한 사실이 있고 H단체과 G단체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등 공개된 회계자료를 악용할 위험이 있다’고 진술하며 이 사건 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회계자료 열람을 거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적이 있고(을 제3호증), 원고도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였으며(을 제4호증), 이 사건 조합원들은 2021. 8. 2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 출석하여 ‘그간 노동조합이 열람 인원이나 열람 방식에 제한을 많이 두는 등 조합원들이 원하는 열람 방식이 아니었다. 열람하러 오라는 내용증명을 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여, 원고가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 요청을 거부하였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갑 제2, 17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 전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 요청을 허용한 후 그러한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내용증명 우편과 문자메시지 등의 소명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시정명령 전에 태도를 바꾸어 위와 같이 열람을 허용한 결정이 노동관계법령과 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고 원고가 당초 열람을 거부한 것이 노동조합법 제26조를 위반하였다는 점에만 근거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한 잘못이 있고, 원고가 그 이전에는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주장하면서 행정지도에도 응하지 않고 열람을 거부해 왔고,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서도 계속하여 같은 주장을 하면서 이 사건 조합원들의 열람청구권 존부를 다투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미 위반사항을 시정한 후에 내려진 이 사건 시정명령은 위법하다.
집행정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시정명령의 집행으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달리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직권으로 이 사건 시정명령은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시(소취하나 항소 포기 등 기타 사유로 종료되면 그 종료시)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손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