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12. 23. 선고 2021구합5812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9. 2. 4. D협회, E협회 및 사단법인 F의 합병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그 회원 간의 건전한 영업질서를 유지하는 업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업무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1996. 6. 7. 원고의 전신인 D협회에 입사하여 근무하였고, 2018. 1. 22.부터는 원고의 정보시스템실 부부장으로 재직한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19. 6. 4. 21:00경 원고의 회장 G 이하 1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회식(이하 '이 사건 회식'이라고 한다)에서 참석자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고(이하 '이 사건 녹음행위'라고 한다), 며칠 뒤에 위 녹음이 담긴 파일(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이라고 한다)을 원고 노동조합의 위원장 H(이하 '노조위원장'이라고 한다)에게 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달행위'라고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에 관하여 2020. 1. 21. 참가인이 불참한 가운데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위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020. 1. 28. 참가인에게 무기한 정직처분(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이라고 한다)을 통보하였다.

라.

참가인은 이 사건 정직처분에 대하여 2020. 2. 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K),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6. 23.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하다'라고 보아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마.

원고는 2020. 6. 24. 참가인에게 '이 사건 정직처분을 변경 또는 취소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참가인에게 복직명령을 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인사규정 제66조 제3항에 따라 참가인은 이 사건 정직처분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0. 7. 29.자로 퇴직 처리된다'라는 취지의 해고예고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고 한다)를 보냈다.

바.

참가인은 이 사건 통지에 대하여도 2020. 7. 3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L),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13. '이 사건 통지는 정당한 해고사유를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사.

원고는 2020. 11. 25.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8.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가 제2, 11호증, 을나 1, 2,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회사의 취업규칙에 '무기정직이 6개월이 경과한 후에도 해제되지 않으면 자동면직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와 같은 무기정직처분에 이은 자동면직처분은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므로, 회사가 위와 같은 자동면직처분을 하기 위하여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① 자동면직처분의 전제가 되는 무기정직처분 자체가 부당징계에 해당하는 경우, ② 또는 무기정직처분은 정당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그 후 6개월 동안에 피징계자에 대한 무기정직의 징계사유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무기정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해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자동면직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7790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쟁점

원고의 인사규정 제66조 제3항은 '무기한 정직처분을 받은 후 6개월이 경과하여도 복직명령을 받지 못한 자는 퇴직한 것으로 한다'라는 취지로 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통지는 위 규정에 따른 자동면직처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통지는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는바, 이 사건 통지가 정당한 이유를 갖추었다고 하려면, ① 이 사건 통지의 전제가 되는 이 사건 정직처분이 정당하여야 하고, ② 이 사건 정직처분을 퇴직간주 시점까지 6개월간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 차례로 살펴본다.

다.

이 사건 정직처분의 당부

1)

징계절차에 관하여

가)

참가인은,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는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 전체인데(을나 제2호증), 그에 앞서 원고가 참가인에게 보낸 인사위원회 개최 통지에는 이 사건 녹음행위만이 징계 심의 사유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전달행위는 빠져있었는바(을나 제1호증), 결국 참가인은 이 사건 전달행위에 대하여는 인사위원회에서 항변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것이므로,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참가인은 인사위원회 개최에 앞서 원고에게 3차례에 걸쳐 이 사건 녹음행위와 함께 이 사건 전달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문답서, 확인서, 경위서를 제출한 점(갑 제7, 10, 16호증), ② 이 사건 녹음행위와 이 사건 전달행위는 수단과 목적이라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고, 이 사건 전달행위로 말미암아 이 사건 녹음행위의 위법성이 아울러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그럼에도 원고가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참가인에게 이 사건 전달행위만큼은 특별히 면책하여 준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인사위원회 개최 통지에 이 사건 녹음행위만이 징계 심의 사유로 기재되어 있었더라도, 참가인은 인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전달행위까지 같이 심의될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참가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정직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참가인은 또, 참가인이 이 사건 정직처분에 관하여 원고에게 재심청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아니하여 인사규정을 위반하였으므로(을나 제3, 5호증), 이 점에서도 이 사건 정직처분은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원고의 인사규정 제75조 제2항은 '재심을 청구하는 자는 청구의 취지와 사유를 서면으로 명백히 하고 증빙서류 등을 첨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는 점, ② 그런데 참가인은 2020. 1. 31. 원고에게 '참가인은 원고의 내부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에 해당하고, 설령 참가인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무기한 정직은 지나치게 무겁다'라는 취지로 간략하게 기재한 재심청구서 1장만을 제출하였을 뿐이고, 여기에 별다른 증빙자료를 첨부하지 아니한 점(을나 제3호증), ③ 위 인사규정 제75조 제3항은 '회장은 재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원고에게 재심개시사유의 존부를 판단할 재량권을 유보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재심을 개시하지 않고 이 사건 정직처분을 그대로 확정하였더라도, 이로써 재심 관련 절차규정을 위배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징계사유에 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는 당시 원고의 회장인 G의 부적절한 언행을 고발하는 공익제보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징계사유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는 공익제보의 범위를 벗어나 조직 내 화합을 저해하고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를 깨뜨리며 협업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로서 원고의 복무규정 제3조 제2항(일반적 의무), 제8조(품위유지의무), 임직원 윤리강령 제20조(상호존중)를 각 위반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는 기본적으로 이 사건 회식에 참석한 원고 직원들의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원고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발언이 언제든지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과 불신까지 조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가 공익제보행위로서 정당화되려면 그 녹음의 대상이 된 발언을 공표하여야 할 이익이 위와 같은 중대한 부작용들을 능가할 만큼 커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 회식에서 G 회장이 참석자인 임직원들에게 비속어나 욕설을 섞어 가며 하대를 하거나, 여성과 기자를 비하하는 태도가 깔려 있는 발언을 하고, 참석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앉도록 지시하는 등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갑 제8호증), 그러한 가운데에도 이 사건 회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갑 제9호증).

그렇다면 당시 G 회장의 언행이 객관적으로는 부적절하였더라도, 참가인을 비롯한 참석자들 개개인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로 인하여 구제되는 임직원들의 구체적·개별적 이익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다)

참가인은 이 사건 회식의 상황을 40분에 걸쳐 연속으로 녹음하였고, 중간에 G 회장이 자리를 비운 틈에도 녹음은 계속되었다. 그 결과 G 회장의 발언과는 무관한 참석자들이나 음식점 종업원, 호객꾼의 발언까지 무차별적으로 녹음되었다.

라)

G 회장이 그동안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였다거나, 내부에서 그러한 언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직원들에게 보복을 가하였다는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 사건 녹음파일을 이용하여 G 회장의 언행을 시정할 생각이 있었다면, 먼저 원고에게 정식으로 고충처리 신청을 하면서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 없이 이 사건 녹음파일을 곧바로 노조위원장에게 제공한 것은 상당한 수단을 택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3)

징계양정에 관하여

가)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나,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징계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므로 위법하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제7, 8, 10, 12, 13, 16 내지 18, 22,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양정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1)

이 사건 정직처분은 기한의 정함이 없는 정직으로서 그 자체로 참가인에게 가하는 불이익의 정도가 클 뿐 아니라, 참가인은 6개월 동안 원고의 복직명령을 받지 못하면 자동으로 해고된다. 그런데 원고는 위 복직명령의 기준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사실상 자유로운 재량권을 보유하고 있는바, 결국 이 사건 정직처분은 해고로 이어질 위험이 상당히 높은 징계처분이라 볼 수 있으므로, 그 징계사유는 해고사유에 준할 정도의 중대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2)

원고는, 참가인이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제공받은 녹음기를 사용하여 계획적으로 이 사건 녹음행위를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참가인은 일관하여 자신의 휴대폰으로 이 사건 녹음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는 점(갑 제7, 16호증), ② 이 사건 녹음행위에 휴대폰이 아닌 녹음기가 사용되었다는 물증은 없는 점, ③ 노조위원장도 본인이 직접 참가인에게 녹음기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N 사무국장이 참가인에게 녹음기를 주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는 진술을 하였을 뿐인 점(갑 제22호증 제2쪽), ④ 그런데 N 사무국장은 2020. 3. 20.자 진술서에서는 "노조위원장이 녹음기를 참가인에게 전달하며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녹음을 요구하였다"라고 진술하더니(갑 제17호증), 2020. 8. 31.자 문답에서는 N 본인이 참가인에게 녹음기를 전달하고 사용법을 설명해주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점(갑 제12호증 제2쪽), ⑤ 한편 노조위원장은 "참가인에게 이 사건 녹음파일을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참가인이 확답을 하지 않았고, 그 뒤로 계속 요청을 한 끝에 이 사건 녹음파일을 받을 수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갑 제22호증 제3쪽), 참가인과 노조위원장이 사전에 이 사건 녹음파일의 전달을 약속하여 두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3)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녹음파일을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거액의 퇴직보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다른 직원에 대한 인사청탁까지 하는 등 개인적인 이익을 위하여 비위행위를 저질렀으므로 그 비난가능성이 특히 높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① 노조위원장에게 특정 직원에 대한 퇴직보상금 지급이나 보직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따라서 참가인이 노조위원장에게 퇴직보상금에 관한 언급을 반복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 취지는 참가인 개인의 퇴직보상금을 신설하거나 증액시켜 달라는 것이 아니라, 퇴직보상금 제도에 관한 노사협의를 근로자 전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 보이는바(갑 제25호증 제10쪽), 설령 참가인이 위와 같은 노사협의 결과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여 오로지 참가인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 것이라 볼 수 없는 점, ③ 또한 노조위원장이 먼저 참가인에게 "원고의 비리와 관련된 제보자인 O, P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혹시 보직을 원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보았을 때에도, 참가인은 부서장 발령을 원하는 O, P의 희망사항을 전달하는 취지의 대답을 하였다고 보일 뿐이므로(갑 제22호증 제8쪽, 갑 제25호증 제13쪽), 이를 두고 참가인이 본인의 제보행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이 사건 녹음파일에 담겨 있는 임직원들에 대한 욕설과 하대 등 G 회장의 언행은 사내 질서의 건전한 유지를 위하여 시정이 필요한 문제였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G 회장 본인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사과를 하기도 하였다(갑 제13호증의 2).

그렇다면 참가인이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를 통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목적이나 계획이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의 공익적인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5)

참가인은 이 사건 녹음행위 중간에 의도적으로 G 회장에게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은 잘 알고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면이 있다. 의사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는 등 자칫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지적을 하였다(갑 제8호증 제18 내지 21쪽).

그러나 ① 참가인이 위와 같은 지적을 하기 전부터 이미 G 회장의 욕설, 비속어, 비하 발언 등은 계속되고 있었던 점, ② 그러던 G 회장이 참가인의 지적을 듣고서는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해명한 점, ③ 참가인은 위 해명에 대하여 더 이상의 추궁을 이어나가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참가인이 구태여 G 회장에게 근거 없는 트집을 잡아 지속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유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업무수행에 관한 G 회장 본인의 문제의식을 확인하려고 시도한 것으로서, 오히려 부분적으로나마 공익제보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인다.

(6)

이 사건 녹음파일에는 G 회장이 이 사건 회식에서 했던 부적절한 언행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참석자들의 호응이나 이 사건 회식의 밝은 분위기가 모두 녹음되어 있으므로, 위 언행의 경위에 관하여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사정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전달받은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에게 "이 사건 녹음파일은 악마의 편집을 하면 써먹을 수 있겠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는 보이나(갑 제18호증), 참가인이 그러한 편집 방식을 노조위원장과 함께 의논하거나 실행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7)

이 사건 녹음파일은 노조위원장에게 전달된 뒤인 2019. 10. 28.경 언론에 공개되었고, 그 후 G 회장이 2019. 11. 6.경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중대한 결과까지 발생하였다(갑 제13호증의 3, 4).

그런데 참가인이 노조위원장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녹음파일을 언론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다거나, 최소한 노조위원장과 사이에 이 사건 녹음파일을 공개하는 방식을 협의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없고, 달리 참가인이 이 사건 녹음파일의 공개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더구나 G 회장의 자살은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이 사건 녹음파일을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함으로써 공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고, 그때 이 사건 녹음파일이 장차 대중에게 공표될 가능성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참가인에게 이 사건 녹음파일의 광범위한 공개에 따른 결과책임을 온전히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고 보인다.

(8)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는 원고 대표자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증거물을 노동조합에 제공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노사 간의 균형을 무너뜨려 정상적인 노사협의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 원고 측에게 불리한 내용의 노사협의가 실제로 체결되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그 밖에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가 노사협의 결과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미쳤는지 증명된 바 없다.

(9)

① 참가인은 20년 넘게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별다른 징계전력이 없었던 점, ② 이 사건 녹음 및 전달행위는 1회적인 비위에 그친 점, ③ 참가인이 2019. 7. 중순경에도 원고의 종전 직원인 Q 전무를 만나서, 그가 퇴직 전에 총괄하였던 'R 사업'에 관하여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고, 노조위원장으로부터 그 녹음파일의 교부 요청을 받은 바 있으나, 참가인은 해당 대화에는 위 사업에 관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노조위원장의 요청을 거절하고 스스로 녹음파일을 폐기한 점(갑 제7, 10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원고의 이익에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앞으로 원고의 이익을 해치는 비위행위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정직처분을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의 유무

설령 원고가 이 사건 정직처분을 내릴 당시에는 그 징계양정의 당부가 다소 불분명하였다고 보더라도, 그 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2020. 6. 23. 이 사건 정직처분이 부당징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구제명령을 내렸는바(을가 제11호증), 위 구제명령을 통하여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양정이 과중하다는 점이 한층 분명하게 드러났고, 원고는 불복 절차를 밟기에 앞서 위 구제명령에 일단 복종하여야 할 공법상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근로기준법 제31조, 제32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참조), 이로써 이 사건 정직처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후발적인 사정까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위 구제명령의 취지에 반하여 이 사건 정직처분을 계속 유지하여야 할 또다른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이지 않고, 달리 이 사건 정직처분을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소결론

이 사건 통지의 전제가 된 이 사건 정직처분은 징계절차에 별다른 하자가 없고, 징계사유도 모두 인정이 되나, 징계양정이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과중하므로 부당징계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 사건 정직처분을 퇴직간주 시점까지 유지할 합리적인 이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통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인사권 또는 징계권의 남용으로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