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4. 2. 1. 선고 2023나12551 판결

손해배상(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 제2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 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25,691,07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2. 24.부터 2024. 2. 1.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서 해당 부분(2면 6행 ~ 3면 8행)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하기 전에 원고로 하여금 휴일 없이 장시간의 연장 근무를 하도록 하고 원고 혼자서 여러 매장의 힘든 업무를 하도록 하는 등 육체적으로 과로하게 하였고, 메신저 등을 통하여 매출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박하고 CCTV를 설치하여 감시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며,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와 같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일실수입 372,790,443원, 기왕개호비 147,953,248원, 향후치료비 43,313,340원, 위자료 100,000,000원의 합계액 664,057,031원에 피고의 책임 비율 80%를 적용한 금액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휴업급여 78,682,910원, 장해급여 3,876,850원, 간병비 51,215,480원을 공제한 397,470,38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다만 원고는 전체 손해액 중 원고가 지급받은 보험급여액을 먼저 공제한 후 나머지 손해액에 대하여 피고의 책임 비율을 60%로 하여 과실상계하는 방식으로 산정한 금액<1> 범위에서 항소하였다).

나.

피고

이 사건 상해는 원고의 과도한 음주습관과 기왕증에 의해 유발되었고,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담당한 업무가 육체적으로 과다한 부담을 주는 것이었다고 볼 수 없으며,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는 전적으로 원고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으로 피고의 지시로 인한 것이 아니다. 피고가 일시적 업무과중으로 원고에게 노동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마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일한 시간이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길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라 재해보상을 받은 사실만으로 곧바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원고는 늦어도 이 사건 상해에 대한 업무상질병 판정이 내려진 2018. 2. 6. 무렵에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을 것이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등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참조).

위 기초사실에 앞서 든 증거, 제1심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상해 발생 직전 단기간에 급격한 근무시간의 증가로 인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피고로서는 이를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원고로 하여금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를 겪도록 방치하였고, 이러한 장시간의 업무로 인한 만성적 과로가 주된 요인이 되어 원고에게 이 사건 상해가 발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매장에서 매니저 업무를 담당하며 1주에 평균 6일을 근무하였는데, 이 사건 상해 발병 전 12주간 1주에 평균 약 65시간을 근무하였고, 발병 전 4주간에는 1주에 평균 약 69시간을 근무하였으며, 이 사건 상해가 발병하기 직전 1주 동안에는 약 81시간을 근무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상해 발병 전 11일간 연말 크리스마스행사 등으로 휴일 없이 연속 근무하였는바, 이와 같이 원고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하였다는 사정을 피고도 잘 알고 있었다. 구 산재보험법(2016. 12. 27. 법률 제14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 제3항,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2016. 12. 30. 대통령령 제27751호로 개정되어 2017. 1.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위임에 따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16-25호)'에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업무시간에 비추어이 사건 상해는 위 고시에서 정한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②

원고는 이 사건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고 제품 설명·판매를 하는 동시에 매장청소, 화장품 진열·정돈을 하였고, 재고정리, 반품, 창고정리 업무 등을 담당하였다. 통상 이 사건 매장과 유사한 규모의 매장은 3~4명의 직원이 교대근무를 하게 되는데, 이 사건 상해 발병 전 3개월 동안 원고는 상당 일수를 혼자 근무하였고(2016년 10월 중 8일, 2016년 11월 중 14일, 2016년 12월 중 12일), 이 사건 상해가 발생한 직전 4일간에도 원고 혼자 12시간씩 근무하였다. 또한 원고의 근무시간 중에는 별도의 식사 시간,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휴식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처럼 여러 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장시간 혼자 수행하면서 원고의 업무 부담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피고는 추가로 인력을 충원하는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원고로 하여금 계속하여 과도한 업무량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평소 근무내용 및 업무량, 근로 환경, 장시간의 근무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원고에게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상이 초래될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③

원고는 1일 평균 9시간을 근무하였으나 통상적으로 22시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피고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매장에서 혼자 장시간 근무함으로써 과 중한 노무를 제공하여 신체상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고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거나 업무시간을 조정해주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함에도 2016. 10.경부터 이 사건 상해의 발병 전까지 상당 기간 동안 원고가 연장근무를 하게끔 방치하였고, 이에 원고의 만성 피로가 악화되었다.

④

피고는, 원고의 음주 습벽과 알코올성 간염 및 상세불명의 고지질혈증 등의 기왕증이 이 사건 상해 발병에 영향을 미쳤고, 이 사건 상해 발병 전후의 원고의 행동 또한 발병에 기여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상해와 원고의 근로 사이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제1심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2022. 11. 15.자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음주, 흡연, 고혈압은 뇌출혈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로 적시되어 있어 원고의 음주 습벽 등이 이 사건 상해의 발병에 어느 정도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앞서 살펴본 원고의 근무 시간, 근무 환경 등을 고려하였을 때, 위와 같은 위험인자들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단절할 정도의 요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2013년경 뇌진탕 및 2014년경 알코올성 간염, 고지질혈증을 진단받은 바 있어, 원고로서도 평소 자신의 건강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원고의 생활습관, 건강 상태 등 내재적 요인도 원고의 근로와 이 사건 상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단절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이 사건 상해의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과 당사자 사이의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고려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한다.

다.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관한 판단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와 같이 근로계약에서 파생되는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소멸시효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참조).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70876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상해를 입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전인 2021. 3.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계산의 편의상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손해액의 사고 당시의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른다. 당사자의 주장 중 별도로 설시하지 않는 것은 배척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