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6. 5. 14. 선고 2025나12748 판결

손해배상(산)

판결요지

전기의 발전·송전·배전 등을 영위하는 공기업인 피고 공사로부터 배전공사를 도급받은 전문회사의 현장소장은 무단으로 다른 전문회사에 개폐기(COS) 투입 작업을 부탁하였음. 그 회사 소속 근로자인 망인은 작업계획서·2인 1조 편성 없이 절연장갑 등 안전장비도 갖추지 아니한 채 단독으로 작업하다가 22.9kV 특고압에 감전되어 사망하였음.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피고 공사 및 그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였고, 제1심은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음. 피고 공사 등이 항소하여 피고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인지 ‘건설공사발주자’인지가 다투어진 사안임.

수원고등법원은, 도급인 해당 여부는 형식적 시공자격이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을 중심으로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대법원 2024.11.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에 따라, 피고 공사가 개폐기를 소유하면서 작업의 개시·종료를 결정하고 다수의 안전수칙을 제정·운영하며 제재 권한을 보유한 점 등에 비추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함. 나아가 망인이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회사 소속이 아니더라도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고, 망인의 안전수칙 위반이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정도로 이례적이지 않다고 보아, 제1심과 결론을 같이하여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함.

주문

1.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 A은 H(2021.11.5. 아래에서 보는 감전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이다.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친모로서 단독상속인이고, 원고 B은 망인의 누나이다.

2)

피고 F(이하 ‘피고 공사’라고 한다)는 전력자원의 개발과 발전, 송전, 변전, 배전 및 이와 관련된 영업 및 위 사업 등에 딸린 사업 등을 영위하는 공기업이고, 피고 E은 피고 공사 여주지사 전력공급파트의 내선 부서 소속 직원으로 ‘전 지역 고압계기 신규 및 영업일반 업무’, ‘고압계기 실효 및 정기시험(순회시험)’, ‘고압고객 파급정전예방(수전설비 열화상진단)’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다.

3)

주식회사 I(이하 ‘I’라 한다)는 2020.12.30. 피고 공사 경기본부와 ‘21년 경기본부 여주지사 고압A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K부터 관련 공사를 도급받은 자로서, L은 I의 안전관리담당자, M는 I의 현장소장 이었던 자들이다.

4)

주식회사 N(이하 ‘N’이라 한다)은 2020.12.30. 피고 공사 경기본부와 ‘21년 경기본부 여주지사 고압B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K부터 관련 공사를 도급받은 자로서, 위 계약에 따라 여주시 북내면, 강천면, 여주시 일부(오금동, 오학동, 현암동을 제외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배전공사를 담당한 회사이고, a은 N의 현장소장 이었던 자이다.

나.

피고 공사와 I와의 도급계약 및 이행방식

1)

피고 공사 경기본부는 2020.12.30. I와 피고 공사가 피고 공사의 여주지사 관할지역 내에서 하게 될 각 배전공사를 도급하는 내용의 배전공사 전문회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의 중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2)

피고 공사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담당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공사에 관하여 I에게 시공을 통보하면 I는 이에 따라 COS 투입 작업을 수행한다. 한편 피고 공사가 신규 고객사로부터 전기사용 신청을 접수받은 후 배전공사에서 피고 공사가 설비점검 작업을 시행하기까지의 업무처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다.

사고의 발생

1)

피고 공사 여주지사는 2021.10.5.경 고객인 X 주식회사로부터 여주시 Y 소재 전주(전주번호 : 초현간134오학동12)에서 인근 오피스텔 공사현장 변압기로 들어가는 신규 송전 신청을 접수받았다. 이후 피고 공사 여주지사는 2021.11.4.경 피고 E을 통해 현암동 지역의 배전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I의 안전관리담당자 L에게 신규 송전을 위한 개폐기(COS) 투입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고 한다)을 요청하였다. L은 2021.11.4. 18:30경 I의 현장소장 M에게 피고 E으로부터 전달받은 ‘신규송전 책임COS 투입 요청서’를 교부하면서 이 사건 작업을 지시하였다.

2)

M는 2021.11.5. 07:00경 다른 지역에서의 공사 작업으로 인해 이 사건 작업의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피고 공사나 I의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임의로 N의 현장소장 a에게 위 작업을 대신 진행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a은 이를 승낙하였다.

3)

a은 2021.11.5. 08:00경 망인에게 이 사건 작업의 진행을 지시하였고, 망인은 같은 날 15:50경 이 사건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전주에 올라가 책임분계점에 해당하는 부분에 개폐기를 투입하기 위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던 중 고압(22.9k흥천면) 충전부에 근접·접촉하여 감전되었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2021.11.24. 폐혈증 쇼크 등으로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하였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전원투입작업에 대한 작업인원, 작업시작 전에 필요한 사항, 안전작업요령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이 사건 작업 당시 망인은 혼자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되었고, 작업 시 활선작업용 이동식 고소작업대(이하 ‘활선작업차’라 한다)를 사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로 전주 디딤볼트에 올라가 작업을 하였으며, ‘금사면’자 걸이용 안전대, 안전모 및 절연화는 사용하였으나 절연장갑 대신 면장갑과 코팅장갑만 이중으로 착용한 채 작업을 수행하였다.

5)

한편, 피고 AB은 이 사건 작업이 완료되어 전기가 공급되면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봉인하는 작업을 위하여 현장에 있었고, 망인의 이 사건 작업 현장에의 도착 및 작업 과정을 전부 목격하였다.

라.

안전 관련 규정 및 피고 공사의 안전관리 조직도

1)

피고 공사의 업무표준 안전작업수칙(이하 ‘안전작업수칙’이라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2)

피고 공사 여주지사는 고객지원파트, 요금관리파트, 전력공급파트, 배전운영파트로 내부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서별로 안전관리 조직도를 구성하고, 각 부서에 안전관리 담당자 및 조원을 두고 있다. 특히 배전운영파트의 경우 각 관할지역마다 안전담당자 및 조원을 배치하여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안전담당자는 안전관리 기본계획 수립, 산업안전관리 세부 추진,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마.

관련 형사사건 결과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N, a, M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고전압 절연용 장갑 등 절연용 보호구를 지급하는 것, 작업계획서 작성 및 그 내용을 작업자에게 설명하는 것, 2인 1조로 작업조를 편성하여 그중 1인을 지상에서 감독하게 하는 것, 접근한계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것 등)를 취하지 않는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유죄판결(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24.1.8. 선고 2023고단925 판결, N 벌금 300만 원, a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M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검사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2024노588), 항소심 법원은 2024.7.19. 항소를 기각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내지 9, 17 내지 19, 26, 39, 40호증, 을가 제2, 4, 18의 각 기재 내지 영상(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1)

주위적 청구원인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7호 및 같은 법 제63조 등에 따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도급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 당시 시공업체가 무단으로 변경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시공통보중지명령을 발하지 않았고, 시공관리책임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망인이 이 사건 작업에서 준수해야 할 여러 안전수칙을 위반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는 등 도급인으로서 준수해아 할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

또한 피고 E은 피고 공사의 직원으로 신규송전 담당자이자 이 사건 작업을 오청하는 책임분계점 조작지시서를 결재하고, 당시 이 사건 작업 현장에 있었던 자로서, 이 사건 작업이 안전작업수칙 등을 지켜 이행되는지 점검할 의무가 있고, 만일 이에 반하는 경우 시공관리책임자에게 이를 통보하고 작업을 중지시키거나 이에 대한 시정을 명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 E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소속이나 자격 유무, 작업계획서 작성 및 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망인이 여러 안전수칙을 위반한 상태에서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망인의 작업을 중지 또는 제지하거나 시정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피고들의 의무위반으로 인해 망인은 사망에 이르렀는바, 피고 공사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내지 피고 E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7조에 따른 도급인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을 각 부담하고, 피고 E은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각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1,108,697,375원(= 망인의 일실수입 864,513,366원 + 망인의 일실퇴직금 94,184,009원 + 망인의 위자료 100,000,000원 + 원고 A의 위자료 50,000,000원), 원고 B에게 위자료 5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예비적 청구원인

설령 피고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도급인이 아닌 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공사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 같은 법 제5조제2항제3호 및 제67조에 따라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를 위반하였고, 피고 E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 공사가 건설공사 발주자라 하더라도 여전히 피고들은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나.

피고들

1)

이 사건 작업은 I가 책임공사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고,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고 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제2조제10호에서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7호에서 정한 ‘도급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2)

설령 피고 공사가 도급인이라 하더라도, 망인은 N 소속으로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피고 공사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I의 소속이 아니고, M와 a 사이의 무단업무위탁에 따라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된 자이므로,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도급관계가 없는 N 소속 근로자인 망인에 대하여까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의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3)

만일 피고 공사가 발주자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피고 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발주자가 이행해야 할 산업재해 예방 조치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4)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함에 있어서의 망인의 행동(활선작업차 없이 단독으로 작업수행, 절연봉 미사용, 절연장갑 미착용 등)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까지 피고들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5)

피고 E은 계량기 봉인 등 내선 업무 담당자로서, 이 사건 작업과 같이 외선 공사 작업자에 대하여는 지휘·감독 권한이 없고, 당시 계량기 봉인 등 자신의 업무 수행을 위한 작업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현장에 대기한 것에 불과하므로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공사의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 전부를 도급 주는 사업주 중 그 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도급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제29조제1항), 그 위반행위를 벌금형으로 처벌하되(제70조), 추락, 토사 붕괴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도급 사업주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제29조제3항, 제68조제3호). 반면 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1.16.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제2조제6호).”라고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도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63조),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기존의 규정을 유지하면서 그 법정형을 상향하는 한편(제169조제1호), 의무위반의 결과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수급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하고, 사망사고가 반복될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여(제167조)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였다. 한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제2조제7호 단서),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정의하는 한편(제2조제10호),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 별도의 조항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의무를 부과하고(제67조) 그 위반 행위를 과태료 부과의 대상으로 정하였다(제175조제4항제3호). 이에 따르면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는 도급인에 해당하여 그 근로자의 사망에 관하여 개정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자는 위와 같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도급과 관련한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규정의 해석에서는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체계나 입법경위와 함께,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67조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 범위를 확대함과 함께 그 위반의 결과인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 다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의 경우 그 특수성을 감안하여 도급인의 범위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에 한정한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위와 같은 사항과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11.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10 내지 12, 20, 22, 24, 25, 30 내지 38, 48, 50 내지 52, 54, 57, 58, 66, 67, 69 내지 82, 85, 86, 90 내지 93, 95, 96호증, 을가 제3, 8, 1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가)

피고 공사는 발전‧송전‧변전‧배전 사업을 담당하는 전기사업자로서 전기의 보편적 공급에 이바지할 의무와 송전·배전사업자로서 전기의 수요·공급의 변화에 따라 전기를 원활하게 송전 또는 배전할 수 있도록 적합한 설비를 갖추고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할 의무 등을 부담하고 있다(전기사업법 제6조제1항, 제27조 참조). 피고 공사는 한국전력공사법이라는 개별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의 기본이 되는 전력자원 개발, 발전 등에 관한 업무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사건 작업은 배전공사의 일부로서, 피고 공사의 배전이라는 주된 사업목적을 수행하는데 있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에 해당한다(한국전력공사법 제13조제1항제2, 6호).

나)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같은 특고압 배전공사와 관련하여,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안전작업수칙, 건설공사분야 안전작업수칙 안전계약특수조건, 간접활선 표준작업절차서, 무정전 배전공사 시공업체 관리절차서, 배전공사 기초인력 교육·자격 관리절차서, 배전공사 감리업무수행기준, 안전장구 관리지침, 배전선로 검사지침 등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시공관리와 시공품질의 향상 등을 위한 목적으로 다수의 지침과 기준, 절차서 등을 직접 작성하고 운영하면서 스스로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내용을 전문회사와의 도급계약의 일부로 편입시켜, 전문회사들로 하여금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피고 공사는 위 지침이나 절차서 등에 기재된 내용을 위반한 경우, 전문회사에 대하여 공사중지나 계약의 해지, 추후계약 시 일정한 불이익을 가할 수 있고, 정기 안전교육 및 일일 안전점검 권한 등 안전수칙 등에 관한 지침 사항 위반 시 광범위한 시정·제재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

이 사건 작업이 이루어진 COS 개폐기는 피고 공사의 자산으로 피고 공사의 사업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그 인입선 접속점은 피고 공사의 책임분계점 내에 있다. 또한 이 사건 작업과 같은 신규 송전을 위한 COS 투입 공사는 피고 공사가 COS투입 공사를 요청하는 조작지시서를 전문회사에 보내 개시되고, 작업 완료 후에는 피고 공사 직원의 계량기 봉인을 거쳐야 비로소 완료된다. 이를 위해 피고 공사의 직원이 현장에 대기하게 되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피고 E이 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 위와 같이 작업 현장에 대기하는 피고 공사의 직원이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지는 않더라도 고객 측의 상태를 확인하고 COS 투입을 지시하거나 투입 불가 통보를 하는 등 실제 공사의 개시와 종료 등을 결정하였다. 또한 전문회사가 도급받은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관련해 필요한 일정한 사진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고 공사에 전송하게 하는 등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같은 공사 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두기도 하였다.

라)

피고 공사 여주지사는 안전시스템의 강화와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매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2021년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피고 공사는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수립하며, 이 사건 작업과 같은 고소작업근로자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수립하여 특히 작업자 개인 안전의식을 전환하고 안전특별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며, 건설 현장 내 관리 감독과 감시제도를 시행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마)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같은 22.9k흥천면 특고압 배전공사를 2020.12. 경까지 수십 년 동안 자체 인력을 통해 직접 수행하여 오다가 그 이후에는 전문회사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이 사건 사고 이후 2022.1.경부터는 다시 이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같은 내용의 공사에 관하여 시공기준·자격기준·안전수칙 등을 정한 다수의 지침, 절차서 등을 자체적으로 제정하여 운영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간접활선 표준작업절차서 등을 마련하여 이 사건 작업을 포함한 피고 공사의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공구, 장비, 자재, 작업절차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해두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 공사가 본 작업에 관하여 충분한 전문성과 시공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바)

피고 공사는 자본금이 3조 원이 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망인이 속한 N은 자본금 410,000,000원의 소규모 기업이다.

사)

피고 공사 여주지사는 전력 공급 등과 관련하여서는 전력공급파트, 배전운영파트를 두고, 해당 부서들에서 이 사건 작업과 같은 신규 송전 업무 시 작업통보서 내지 조작지시서의 결재, 현장 입회 및 안전 점검, 계량기 봉인 업무를 수행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작업과 같은 신규 송전 공사에 관한 각종 안전수칙, 시공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각종 지침과 절차서 등을 마련하며 이를 전문회사들에게 교육하고, 위반 시 이를 각종 제재 조치를 가하기도 하였는바, 실질적으로 이 사건 작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아)

피고 공사는 배전공사 등에 필요한 전기공사업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취지 및 경위 등에 따르면, 도급인인지 여부는 형식적인 시공자격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 공사의 역할과 지위, 피고 공사가 이 사건 공사를 2020.12.까지 직영으로 수행하여 오다가 이 사건 사고 후 다시 직영으로 복귀 사정,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전기공사업 미등록이 위와 같은 판단을 뒤집기는 부족하다.

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령 등에 따라 관계수급인 근로자인 망인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고 관계수급인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피고 E은 피고 공사의 신규 송전 담당자이자 이 사건 작업을 위한 책임분계점 조작지시서를 결재하고 이 사건 작업 현장에 있던 자로서 중대한 계약 위반 행위나 안전수칙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작업을 중지·제지하거나 시정하게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피고들은 이 사건 작업의 시공업체가 I에서 N으로 무단 변경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였거나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 경위와 망인의 시공자격 보유 여부를 확인하거나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고, 시공관리책임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가공배전전공 자격을 가진 것에 불과한 망인이 단독으로 안전장치나 보호장구 없이 이 사건 작업에 투입되는 등 중대한 안전수칙 위반 상태에서 작업하는 상황을 직접 인지하였으면서도 작업의 중지나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피고들의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 대해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피고 공사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고(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관계수급인에게 시정조치를 할 수 있으며(같은 법 제66조), 전기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같은 법 제38조제1항제3호),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안전에 관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51조). 또한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을 포함한 전기공사, 배전공사와 관련된 안전조치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앞서 본 바와 같은 안전작업수칙, 표준작업절차서 등과 같은 다수의 지침과 기준, 절차서를 마련하였고, 이를 전문회사와의 도급계약의 일부로 반영하여 이를 위반한 경우 공사의 중지, 시정 조치, 계약의 해지 등과 같은 불이익을 정하기도 하였다.

2)

피고 공사가 마련한 위와 같은 안전수칙이나 절차서, 관련 법령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작업은 원칙적으로 사전에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어야 하고, 시공관리책임자가 상주하여 2인 1조로 이루어져야 하며, 배전활선전공 자격을 보유한 자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활선작업차와 절연장갑 등 안전을 위한 장비와 장구를 구비하여 접근한계거리(90cm)를 준수해 수행되어야 함에도,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선작업만 가능한 가공배전전공 자격만을 보유한 망인이 위와 같은 안전장비와 보호장구도 구비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전주에 직접 올라 접근한계거리도 준수하지 않은 채 COS 투입 작업을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작업 과정에서 위와 같은 안전수칙이 준수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3)

피고 E은 피고 공사 여주지사 전력공급파트 소속 신규송전 담당자로서 이 사건 작업을 개시함에 필요한 책임분계점 조작지시서를 직접 결재하였다. 이 사건 작업이 있었던 지역은 I가 담당하는 지역이었고, 위 조작지시서에도 작업책임자로 I가 기재되어 있다. 또한 피고 E은 피고 공사에 입사한 후 약 16년 동안 신규송전 업무를 수행하여 이 사건 작업의 절차와 위험성, 준수해야 할 안전수칙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 E은 당시 이 사건 작업 현장에 있으면서 망인이 I가 아닌 N 소속이라는 점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임에도 그 소속이나 변경된 경위, 망인의 자격 보유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고, 위와 같은 중대한 안전수칙의 위반 사실을 직접 목격하였음에도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로서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필요한 시정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피고 E의 소속, 지위나 경력, 이 사건 작업의 위험성, 안전수칙 위반에 따른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 E이 비록 이 사건 작업과 같은 외선공사가 아닌 내선공사 부분의 담당자였고 이 사건 사고 당시 현장에 대기한 주된 목적이 이 사건 작업에 대한 관리, 감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함이 상당하다.

4)

피고들은 이 사건 작업이 피고 공사가 도급한 I가 아닌 N의 무단 개입에 의해 이루어졌으므로, 망인은 피고 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취지나 제63조의 문언 내용 등을 고려하면, 도급인이 안전조치 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범위는 폭넓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데, 비록 이 사건 작업은 망인이 속한 N이 아닌 I의 업무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N도 관할 구역만 다를 뿐 피고 K부터 이 사건 작업과 동일한 내용의 공사를 수급하여 공사를 수행하던 전문회사인 점, 신규 송전 담당자인 피고 E은 평소에도 현장에 오는 자의 신원이나 소속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망인의 소속에 대하여는 별도의 확인을 하지 않은 점,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E의 작업개시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 공사가 망인에 대해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스스로 안전수칙을 위반한 것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 사건 작업의 내용과 성격,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내용, 망인의 작업 수행 내용, 피고들의 의무위반의 정도,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사고의 발생 횟수 등을 고려하면, 설령 망인의 부주의도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의 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킬 만큼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14쪽 밑에서 12행의 “원고 A에 대한 위자료” 다음에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위자료 포함)”을 추가하고, 같은 쪽 밑에서 9행의 “피고 공사, E, N, a, I, M는”을 “피고 공사, E은”으로, 같은 쪽 밑에서 5행의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을 “제1심판결 선고일인”으로 각 고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3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5.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각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임일혁

판사 여동근

판사 김성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