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5. 18. 선고 2021고정51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의왕시 B에 있는 (재)C(이하 ‘이 사건 협회’라 한다)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58명을 사용하여 보호소년원 관리 및 교육업을 하는 사용자인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가.

피고인은 2021. 3. 12.경 위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직제․인사․보수 규정」(이하 ‘이 사건 직제규정’이라 한다)의 별지1 개정표의 ‘개정전’란 기재 각 규정을 ‘개정후’란 기재 각 규정으로 불리하게 변경하였고(순번 1 내지 4), 직무대리 규정을 신설하면서 직무대리에 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이사장이 임의로 지명하도록 규정하면서(순번 5)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불리하게 작성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1. 4. 12.경 위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직제․인사․보수 규정」의 별지2 개정표의 ‘개정전’란 기재 각 규정을 ‘개정후’란 기재 각 규정으로 불리하게 변경하였다(이하 위 제1, 2항의 개정 규정을 모두 통틀어 ‘이 사건 개정규정’이라 한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이 사건 개정규정 중 별지1 개정표 순번 제3, 4항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들은 사용자의 경영상의 필요한 인력의 적절한 운용과 배치를 위한 기준을 정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 별지1 개정표 순번 제3항 규정에 추가된 ‘예산의 범위 내’라는 문구는 사용자가 협회를 운영하는 기준과 원칙에 대하여 정한 것일 뿐 근로자의 보수나 수당을 구체적으로 정한 규정이 아니므로,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다. 가사, 이 사건 개정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직제규정을 개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나아가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제114조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개정규정 중 별지1 개정표 순번 제3, 4항을 제외한 나머지 개정규정에 대하여

1)

취업규칙이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이고 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준칙을 말한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등 참조). 여기서 근로조건이라 함은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가리키는 것으로(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 등 참조), 사용자와 근로자의 ‘권리․의무관계’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이상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직제규정 중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은 취업규칙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 위 각 개정규정은 ① 이 사건 협회의 정원을 정한 규정, ② 이 사건 협회 내의 일부 직책에 보임가능한 직급을 정한 인력배치에 관한 규정, ③ 사무국장 등의 사고 내지 궐위시 그에 대한 직무대리에 관한 규정일 뿐 근로관계를 ‘직접’<1> 규율하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권리․의무관계’에 관한 규정이라 볼 수 없다.

3)

이는 취업규칙의 효력에 비추어 보면 더 명확해진다. 취업규칙은 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하는 최저기준적 효력(근로기준법 제97조), ②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그 공백을 보충하며 근로계약을 규율하는 보충적 효력을 가지는바, 위 각 개정규정의 규율 대상, 성격에 비추어 그것이 위와 같은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4)

검사는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3호를 근거로 위 각 개정규정이 사업장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취업규칙은 실질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가사 어떤 규정이 사업장 근로자 전체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취업규칙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형벌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장해석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개정규정은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5)

따라서 위 각 개정규정이 ‘취업규칙’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이를 개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94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별지1 개정표 순번 제3, 4항 개정규정에 대하여

1)

취업규칙인지 여부

위 각 개정규정은 보수, 수당 등 임금에 관한 것으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2)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직제규정 제43조 제1항에 관하여 본다. 종전 “직원에 대한 보수의 지급기준은 이사장이 따로 정한다.”라는 문언에 “보수 및 수당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하며”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이 사건 협회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1조에 따라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동법 제51조 제3항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적용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장<2> 등이, 동법 시행령 제99조 제2항<3> 등이, 동법 시행령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2항<4> 등이 각 적용되는바, 근로자에 대한 보수 및 수당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고 보인다(위 문구의 추가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하기 위해서는 종전에는 직원들에 대한 보수의 지급이 ‘예산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루어지는 등의 사정이 있어 위와 같은 규정 개정으로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보수의 규모가 감소되었음이 증명되어야 하나, 이 사건 협회의 성질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 규정개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기득권 내지 기득이익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

이 사건 직제규정 제43조 제2항에 관하여 본다. 개정전 규정에 있던 “이중 연가보상비 및 시간외수당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한다.”라는 문구가 삭제되었다. 같은 조 제1항과 연계해서 살펴보면, 연가보상비 및 시간외수당에 대하여만 있던 ‘예산의 범위 내에서’라는 당연한 법령상의 한계를 다른 수당으로까지 적용시키기 위해 제1항으로 ‘이항(移項)’한 것에 불과하다. 이 역시 근로자의 기득권 내지 기득이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위 각 개정규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는다.

3)

취업규칙의 ‘변경’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작성, 변경에 관하여 의견청취 의무라는 법적 규제를 가함으로써 근로자의 보호, 근로조건 대등 결정의 원칙을 관철시키기 위한 규정이다. 위 규정의 취지에,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입법에 관한 최소침해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을 더하여 보면, 위 규정의 ‘변경’이라는 문언은, 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근로조건의 ‘실질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기만 하면 사소한 문구 수정 역시 근로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되는데, 이는 위 규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사용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개정규정은 관련법령상 당연히 규율되는 내용을 이 사건 직제규정에 명확하게 명기하는 것으로 규정을 손질한 것으로 평가될 뿐이고, 그와 같은 규정의 개정으로 근로조건의 실질적인 변동이 초래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직제규정 제43조 제1, 2항이 취업규칙에 해당하기는 하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문구의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협회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하더라도(이 사건 당시 이 사건 협회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없었다), 그것이 근로기준법 제114조, 제94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형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