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노607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호, 제9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D에 대한 퇴직급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판단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사용자에게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의 내용이 사용자가 퇴직급여법 등에서 규정한 강행법규를 위반하는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강행법규를 정면으로 어기고도 위 법에 따른 처벌을 면해달라는 것이므로 퇴직급여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고, 그런데도 위법한 퇴직금 지급이 유효함을 전제로 위 법 위반의 고의를 다툰다는 것은 결국 법령(강행법규)의 부지(不知)를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D에게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더라도 피고인은 D에게 위법한 중간정산과 분할약정을 통해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다. 따라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퇴직급여법 제44조 제1호,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퇴직금의 중간정산 사유는 법정되어 있다. 퇴직급여법 제8조,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적법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로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민법」 제303조에 따른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에 따른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의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요양 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하는 경우(근로자 본인, 근로자의 배우자, 근로자 또는 그 배우자의 부양가족), ㉣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역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에 따라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역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하여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변경하여 그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근로자가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 그 밖에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는 등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유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5. 2.경 D에게 그 때까지의 퇴직금을 정산하였다고 주장하나, 그 때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상 이는 퇴직금의 중간정산에 불과하다. 그런데 당시 정산상황은 위 중간정산 사유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②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분할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피고인이 2015. 3. 이후의 근로기간에 대응하는 퇴직금을 매월 급여와 구분하여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른 것일 뿐이어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또한 별도의 계좌에 적립해 두었다가 D이 퇴직한 후에 D에게 이를 한꺼번에 교부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2015. 2.경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지 않은 이상 이는 퇴직금을 일부 지급한 것일 따름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상의 미지급 퇴직금은 이와 같은 일부 지급금 450만 원이 공제된 돈이다(수사기록상의 '평균임금 및 퇴직급 산정서' 참조).

③

피고인이 D에게 법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간정산과 분할약정의 방법을 통해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어서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고, 강행법규에 명백히 위반한 지급이므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위와 같은 전제에서는 피고인은 D을 상대로 중간정산 혹은 분할약정을 통해 지급한 돈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거나, 피고인의 퇴직금 지급채무 중 일부를 D의 위 부당이득 반환채무 일부와 상계할 수 있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적법한 방법으로 법정 기간 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이미 성립한 죄책은 면할 수 없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