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G과의 근로계약에 직접 관여한 사람은 현장소장 H로 H의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피고인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전제하에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피고인 운영 회사의 공사 현장이 여러 곳이고 임금 지급 방식이나 지급일 등에 비추어 현장 소장 H는 피고인으로부터 근로계약 해지에 합의할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볼 수 없는 점, 근로자 G의 사직 경위에 비추어 그 사직의 의사표시를 표시한 당일에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근로조건 명시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자는 현장소장 H로, 위 계약서에 임금을 명시하지 아니한 책임을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묻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하는바,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2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송파구 B건물, C호에 있는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약 2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화성시 E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F 주식회사로부터 전기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아 시공한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위 공사현장에서 2018. 4. 14.부터 2018. 4. 18.까지 근무한 G의 2018. 4월 임금 455,00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G의 2018. 4. 18.자 사직의 의사표시가 당일에 적법하게 수리되어 같은 날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보았고, 그로부터 14일 이내에 피고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계약이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성립하는 것처럼 근로계약 종료에도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가 효력요건이라 할 것이어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는 사용자의 승낙의 의사표시가 도달될 때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승낙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임의해지가 되어, 근로계약의 종료일이 언제인지 문제된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지 않고 계약종료시기에 관한 특약이 없다면, 사용자가 퇴직의 의사표시를 통고받은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야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고,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660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G은 전기공으로 매일 일당을 받아가는 근로자가 아니었고, 명시적으로 기간을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9월경까지는 같이 일을 할 것으로 예상하여 D는 2018. 4. 14. G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G과 같은 전기공은 다른 일용직 근로자들과는 달리 전문적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해당 근로자가 그만둘 경우 대체자를 구인하는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기타근로조건으로 'G이 계약기간 중 퇴직하고자 할 경우에는 5일 전에 D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D는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매월 말일에 근무일수를 취합하여 임금을 산정하고 원수급인인 F 주식회사에 노무비를 청구하여 그 승인을 얻은 다음 익월 10일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오고 있었다. 위와 같은 임금 지급 체계 때문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도 '월급여는 매월 10일에 정기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G은 2018. 4. 14. 근로를 시작하고 2018. 4. 18. 갑자기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G은 현장대리로 근무한 I에게 2018. 4. 18. 그만둔다고 하고 공사현장을 떠났고, I은 이를 현장소장 H에게 보고하였다. I은 G에게 D의 임금 지급 체계상 2018. 5. 10.이 되어야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였지만, G은 계속하여 2018. 5. 2.까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I은 위 문제를 H에게 상의하였고, H는 I에게 본사에 전화를 해서 정리할 문제라고 하였다. I은 위와 같은 G의 요구를 D의 경리 직원에게 전달하였다.
D는 위와 같은 임금 지급 체계상 G에게만 임금을 정기지급일(매월 10일) 이전에 지급할 방법을 찾지 못하였고, G에게 2018. 5. 10. 420,000원을, 2018. 5. 12. 35,000원을 각 지급하여 주었다.
이처럼 D와 G 사이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월급여를 익월 10일에 지급하기로 정하고 근로자에게 퇴직시 5일전 통보해 줄 것을 특약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점, G이 근로시작 후 5일만 근무하고 당일에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서 더 이상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점, 이 사건과 같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은 사직에 관한 사용자의 승낙이 없다면 사직의사가 표시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는 점, D의 임금 체계상 매월 10일에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D측이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형사책임을 감수하면서까지 2018. 4. 18. 사직에 대한 승낙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G의 2018. 4. 18.자 사직의 의사표시가 당일 적법하게 수리되어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결국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18. 4. 18.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여 위 일자가 근로기준법 제36조의 퇴직일(근로관계종료일)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그로부터 14일 내에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근로조건 명시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하고(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여기에서 사업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를 말하는바, 근로기준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경영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가 노동현장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는 만큼, 사업경영담당자란 원칙적으로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책임을 부담하는 자로서 관계 법규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4904 판결 참조). 한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바,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제도적으로 근로기준법의 각 조항을 이행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었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의 지급업무에서 배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업주인 위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임금 등의 지급에 관한 권한이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 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에 위 법률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은 D의 대표이사이고,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며 사업경영 전부에 대한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는 사업경영 담당자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사용자에 해당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현장소장 등에 위임하였다고 하여 관련 업무에 관한 권한이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D와 G과의 근로계약서에 임금이 명시되지 아니한 이상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근로조건 명시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하므로, 피고인의 해당 주장은 이유 없다.
앙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유죄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점,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임금이 명시되지는 아니하였지만 D가 G에게 정해진 급여일에 임금 지급을 완료한 점,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성행 및 환경,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