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12. 13. 선고 2022노32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퇴직금 지급과 관련하여, 퇴직금 등 지급 담당자와 근로자 E 사이에 회사 전체 월급일(매월 25일)에 이를 지급한다는 취지로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믿고 4. 26. 퇴직금을 지급하였으므로 근로자의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미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의 퇴직자들이 통상 퇴직 전에 미사용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고 퇴직하였기에 이례적으로 이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퇴직하는 E의 수당을 미처 살피지 못한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 나아가 퇴직금 및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모두 담당자가 전적으로 처리하여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금원이 지연 지급되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및 근로기준법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판결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동일한 주장을 한 바 있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증거를 토대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 및 당심 증인 F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F는 주식회사 D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 퇴직금 등 급여 지급을 담당한 자로서 퇴직 근로자들에게 통상의 월급일인 매월 25일에 맞춰 퇴직금 등을 지급하여 온 사실, F는 업무 담당 초기에는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 등의 업무처리에 대한 보고를 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개별적인 보고 없이 같은 방식으로 해당 업무를 처리하여 온 사실, E은 2021. 3. 31. 주식회사 D에서 퇴사하였고, 2021. 4. 15. F에게 “퇴직금 지급 및 4대보험 상실이 처리되지 않아 확인 요청드린다. 퇴직금 지급과 더불어 퇴직원천징수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 이에 F는 E에게 “관련하여 확인 처리 중에 있으며 퇴직금은 저희 급여일 기준에 맞춰 지급될 예정입니다.”라고 기재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 E은 위 이메일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하다가 2021. 4. 26. F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달해주신 날짜에 퇴직금 지급 기록이 없어 다시 확인을 요청드립니다.”라고 기재한 이메일을 보냈고, F는 같은 날 E에게 퇴직금 상당금액을 송금한 후 “지급이 지연된 점 양해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재한 이메일을 발송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주식회사 D의 대표로서 퇴직 근로자들에 대한 위와 같은 일방적인 퇴직금 지급 처리를 묵인 내지 방임하여 왔고, 이에 따라 F는 E에 대한 법정 퇴직금 지급기한(2021. 4. 14.)이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기존 퇴직자들이 아무런 이의 없이 급여일에 퇴직금을 수령하여 왔다는 것을 이유로 E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일방적으로 미룬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달리 피고인 또는 F와 E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나아가 주식회사 D의 위와 같은 퇴직금 지급의 관행이 E에 대한 퇴직금 지연 지급을 정당화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2)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미지급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E에 대한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주식회사 D은 통상 연차를 모두 사용하고 퇴직하는 것이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연차를 모두 사용하고 퇴직할 것을 안내하여 왔다.

• 그런데 F는 ‘연차를 붙여 퇴직일을 4. 14.로 할 수 있느냐’는 E의 질문에 ‘연차휴가미사용수당으로 지급된다’는 취지로 답하였다. 이는 E의 퇴직일을 2021. 3. 31.로 확정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표시한 것이고, 통상적인 주식회사 D의 미사용 연차 처리 방식이 아니다.

• 주식회사 D은 직원 30~33명 규모의 회사여서 피고인이 일일이 챙겨보지 못할 정도의 대규모 회사가 아니고, 더군다나 피고인은 E의 퇴직 무렵 E과 사이에 불미스러운 분쟁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F가 피고인의 관여 없이 독자적 판단 하에 E의 미사용 연차휴가와 관련한 이례적인 업무처리를 하였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F는 위와 같이 E에게 이례적으로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도 두 달여의 기간이 지나는 동안 수당 산정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위에 전혀 나아가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역시 이 부분과 관련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한 바 없다(주식회사 D이 노무사에게 E의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산정을 의뢰한 시점은 이 사건 고소가 제기된 이후로 보인다). E이 퇴사하게 된 경위나 피고인의 E에 대한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지급의무의 발생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E에 대한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지급의무를 인식하였음에도 만연히 그 이행을 방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E에 대한 퇴직금은 법정 지급기한보다는 12일, 주식회사 D이 일방적으로나마 지급하기로 하였던 일자(2021. 4. 25. 일요일)보다는 1일 늦게 지급된 것에 불과한 점, 주식회사 D의 다른 퇴직자들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기존 월급일에 퇴직금을 지급받아갔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이 E에 대한 퇴직금만 악의적으로 연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점,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의 지연 지급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E에게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겠다는 확정적 의사로 미지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수당 미지급 사실이 지적되자마자 곧바로 노무사에게 의뢰하여 그 산정에 따른 수당을 E에게 지급한 점, E은 퇴직금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이 자신의 예상보다 덜 지급되었거나 미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어떠한 설명이나 추가 지급을 요구함이 없이 곧바로 고소절차를 진행하였는데, 특히 퇴직금 산정 방식 및 액수에 관한 E의 당초 주장은 법리에 맞지 않아 부당한 것으로 밝혀진 점, 비록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E에 대한 임금 등 미지급에 관한 적극적인 악의가 없었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향후 노동관계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퇴직금 등을 지연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점, 피고인에게 아무런 처벌 내지 처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이 사건의 경위 등 기록에 드러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이 정한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