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5. 1. 21. 선고 2022노388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징역 8월 및 벌금 1,000,000원에, 피고인 B을 징역 6월에, 피고인 C 주식회사를 벌금 7,000,000원에, 피고인 D 주식회사를 벌금 10,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피고인 A에 대하여는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피고인 B에 대하여는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각 유예한다.

위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 A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 A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C 주식회사, D 주식회사에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 A, D 주식회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다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치를 다 하였다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고의도 없었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 A은 관련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없고, 일부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위와 같이 피고인 A에 관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이 무죄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D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D’이라 한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도 무죄이고,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 D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2)

피고인 B, C 주식회사

피고인 B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요구하는 안전조치를 모두 하였을 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대한 고의도 없었으며,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 B은 무죄이고, 피고인 B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 C에 대한 공소사실도 무죄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 B, C를 유죄로 판단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A: 징역 8월, 벌금 100만 원, 각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C: 벌금 700만 원, 피고인 D: 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은 2022. 7. 14. 전주지방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2022. 7. 22.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B의 원심 판시 각 죄는 판결이 확정된 위 업무상과실치사죄 등과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나.

또한,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3, 4항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별지 ‘피고인들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법원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제1, 3, 4항에 대하여는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므로, 주위적 공소사실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이 법원에서 새로이 유죄로 인정하는 부분 중 피고인 A, D에 대한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범죄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P-4 지보패턴이었던 설계와 달리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보패턴 P-3 방식으로 변경하였다는 점과 관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대한 지보패턴 변경을 요청한 2020. 3. 25. 이전부터 낙반 가능성이 확인되었음에도 피고인 A, B이 설계상 P-4이었던 지보패턴을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보패턴 P-3 방식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최초의 설계는 지보패턴 P-4가 아닌 P-2였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터널 공사의 지보패턴은, 설계 시에는 기초적인 지반 조사 등을 통하여 터널 구간마다 일정한 예측을 통하여 그 지보패턴을 정하고, 터널 굴착 시공 이후에는 일정한 구간마다 ‘W 위원회’를 개최하여 설계 당시에는 물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던 구체적인 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종합하여 해당 구간의 지보패턴을 다시 정한다. W 위원확인서에서 확인되는 ‘변경설계’는 이전 시점에서 개최된 W 위원회에 의하여 현 구간까지 적용된 지보패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E X 구간의 경우 최초설계는 지보패턴 P-6-2였으나 2020. 1. 17. W 위원회에 의하여 P-5 판정을 받았고, 2020. 1. 22. Y구간의 최초설계는 P-6-2, 변경설계는 P-5였으나 P-3으로 판정을 받았으며, 2020. 2. 3. Z 구간의 최초설계는 P-2, 변경설계는 P-3이었으나, 판정을 통하여 P-4가 되었다. 이후 2020. 3. 13. AA 지점에서 다시 W위원회가 개최되었는데 변경설계는 P-4, 해당 구간에서 판정을 통한 새로운 지보패턴도 P-4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실조회회신 150-159쪽).

그 이후 작성된 AB 구간에 대한 2020. 3. 25. 자 W 위원 확인서에는 ‘최초설계: P-2, 변경설계: P-4, 요청: P-3, 결과: P-3’라고 기재되어 있다. 변경설계가 P-4라는 것은 AA 지점부터 현 구간까지 지보패턴이 P-4라는 것을 의미할 뿐 AB부터 이 사건이 발생한 구간까지의 설계가 P-4였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위 구간에 대한 최초설계가 지보패턴 P-2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 더 안전 요건이 강화된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③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에 의하여도 ‘Face Mapping 결과와 여굴로 판단할 때 낙반가능성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W 위원을 통한 지보패턴 변경 또는 천단부의 추가 보강 조치 없이 지보패턴 P-3으로 시공한 점’에 대하여 지적을 할 뿐 지보패턴을 P-3으로 변경한 것을 문제로 삼고 있지는 않다.

나.

예비적 공소사실과 관련한 주장에 관한 판단<1>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1조는 “사업주는 터널 등의 건설작업을 하는 경우에 낙반 등에 의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터널 지보공 및 록볼트의 설치, 부석의 제거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사업주에 대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제1호, 제23조 제2항, 제3항 및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3항 각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산업안전 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A, B이 업무상 주의의무 및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고의 및 주의의무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으며, 같은 이유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막장후방(N+1)의 실링 숏크리트 두께는 천공 구멍 직경(45mm) 자국이 드러난 점으로 보아 지보패턴 P-3이 요구하는 설계 두께인 75mm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보이고, 붕락 지점 옆 ⑧번 록볼트는 천공면 밖으로 돌출된 점으로 보아 설계 깊이인 4.0m만큼 삽입되지 않았으며, ②번 록볼트는 숏크리트 면에 밀착되지 아니한 점으로 보아 너트의 조이기가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탈락된 ⑦번 록볼트는 시멘트 모르타르가 완전히 충전되지 않아 록볼트가 붕락되는 암반과의 결합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2>

이처럼 실링 숏크리트 두께가 설계기준보다 부족하여 터널 굴착면의 굴곡부를 메우지 못함에 따라 응력 집중 현상의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던 점, 록볼트 정착재가 불완전하게 충전되거나 충분한 양생시간이 확보되지 않았고<3>, 록볼트의 삽입이 설계 깊이만큼 되지 않았으며, 록볼트를 충분히 조이지 않았고, 해당 구간의 암질 등에 비추어 암괴 탈락이 예상되는 주절리면이 파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리면 직각 방향으로 록볼트를 추가 설치하지 않는 등 시방기준<4>을 준수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록볼트의 봉합작용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A, B이 취한 조치가 작업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충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U 지점 Face Mapping에서 우측 불연속면과 중앙부 불연속면이 교차되어 천단 붕락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과 실제 천단부 붕락지점의 불연속면이 일치한다. 재해 발생 전 사진에 의하면 막장면 발파시 중앙 천단부 붕락 지점의 우측 실링 숏크리트 타설 부위에서 낙반이 발생하였고, 막장면 우측부에 규모가 큰 여굴이 발생하였는데(증거기록 58쪽), 이에 대해 재해조사의견서를 작성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소속의 K는 “당시 현장에 갔을 때 긴막장 N+1, N+2 막장 우측 벽면부터 천단부까지 큰 여굴이 발생하였고, 점점 N막장으로 갈수록 그 여굴이 천단부 쪽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낙반 사고는 주로 천단부나 좌측부와 같은 곳이 무너지면서 발생하기에 막장면 자체 암질뿐만 아니라 주변부의 암질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상당히 위험한 징후라고 볼 수 있는 큰 과굴이나 여굴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K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3-4쪽).

막장면과 그 후방 막장에서도 Face Mapping에 의하여 계속하여 잔절리와 교차절리로 인한 쐐기 파괴 및 붕락·낙반 가능성이 지적되었고, 측면에서 붕락 수준의 대규모 여굴이 확인되었으므로, W 위원회를 통해 당초 지보패턴이 강지보재가 추가되는 P-4 패턴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재고요청을 하는 것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였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절리나 여굴 발생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그 대책 수립을 별도로 하지 않은 채 시공을 진행한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거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한편, 피고인들은 계속된 Face Mapping에서 수차례 ‘쐐기 파괴, 낙반 주의, 붕락 주의’라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은 주의하라는 취지에서 보통 기재하는 문구일 뿐 특별히 이 사건 현장이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터널공사 현장에서 계속하여 사고 발생의 위험을 지적하는 문구를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안전불감증에 지나지 않는다.

③

암반등급의 평가는 W 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시공사의 현장대리인은 W 위원회의 입회자에 불과하며, 이 사건 공사에서 특정 구간에 어떤 지보패턴을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시공사가 아닌 W 위원회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은 원심에서 “Face Mapping이 발주처, 그러니까 감리단장이나 외부 사람들이 봤을 때 패턴변경이,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우리한테 W 위원회를 요청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패턴을 변경하든지, 강화하든지 그렇게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라며 Face Mapping상 지보패턴을 변경할 요소가 발견될 때마다 시공사가 W 위원회에 판정을 요청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K 또한 원심에서 “현장에서 암반 조건을 판단해서 패턴 중에 적절한 것을 끼워다가 맞추게끔 되어 있는데, 따라서 현장에서 W이 제일 중요합니다.”라며 W 위원회의 판정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되는 암반 조건을 고려하여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와 같은 W 위원회의 판정은 W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보패턴을 판정하여 시공사에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가 요청한 지보패턴대로 시공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따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사용된 지보패턴은 P-3으로 이는 2020. 3. 25.경 W 위원회에 의하여 판정된 결과를 따른 것인데, 2020. 4. 5.부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 날인 2020. 4. 7.까지 계속해서 Face Mapping상 붕락 내지 낙반 가능성이 있음이 지적되었음에도 피고인 A, B은 W 위원회에 P-3 지보패턴으로 시공을 계속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판정을 요청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였다.

④

사단법인 AC가 피고인 D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E U 지점 암반붕락 원인 및 대책방안 자문 최종보고서는 이 사건 현장에 지보패턴 P-3을 적용한 것이 적절하고, 지보재의 설치시기도 적절하다는 취지로 기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도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절리의 간격이 적어 낙반 및 붕락의 위험이 높은 곳으로 보인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지보패턴 P-3의 효과는 록볼트와 숏크리트가 충분한 설계강도에 다다르는 경우에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전제로 서술하였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록볼트와 숏크리트가 시방기준 등에 맞게 시공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록볼트와 숏크리트의 적정한 지보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우측 불연속면과 중앙부 불연속면의 교차에 따른 천단붕락 주의를 나타내고 있는 Face Mapping 결과와 실제 천단부 붕락지점의 불연속면이 일치하고, 이 사건 이전부터 Face Mapping을 통해 지속적으로 낙반 및 붕락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 보고서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⑤

피고인 A, B은 위와 같이 지보패턴 P-3에서 요구하는 작업을 충분히 시행하거나 절리 발달이나 대규모 여굴과 관련한 추가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위 피고인들이 터널 현장에 상주하며 당시 현장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면서 공사를 진행하였던 점을 고려하였을 때, 그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의무가 온전히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졌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보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고의도 인정된다.

⑥

업무상과실치사죄와 관련하여 주의의무위반의 점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주의의무위반 사실이 없었더라면 당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사고로 인한 위험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리라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906 판결, 대법원 1996. 11. 8. 선고 95도271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터널 공사에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기술지원을 하였던 V은, 지보패턴 P-4가 되면 강지보재를 설치하게 되는데, 암괴에 록볼트가 아닌 강지보재를 설치했으면 이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하였고(V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4쪽), 피고인 B도 P-4로 시공을 했으면 낙반이 안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30톤짜리 낙반보다는 좀 작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B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쪽). 또한 Face Mapping상 암괴 탈락이 예상되는 절리면 직각 방향으로 록볼트가 추가로 설치되었다면 이 사건 사고를 막을 수 있었거나 적어도 그 발생의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 보이는바, 피고인 A, B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

피고인 D은 상당한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한 판단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시 록볼트 설치나 실링 숏크리트의 두께와 관련한 시방기준이 준수되지 않았고, 이를 점검하는 별도의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던 점, 대규모의 여굴이 발견되었고 Face Mapping상 쐐기 파괴 및 낙반에 대한 경고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점,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 위반 여부는 피고인 A을 상대로 한 주기적인 교육과 공사현장에 대한 수시 점검 등으로 비교적 쉽게 위반사항을 시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터널굴착 현장이 가지는 위험성을 고려할 때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피고인 D이 실시했다고 주장하는 조치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이 사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D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