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5. 1. 22. 선고 2023노533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명시 관련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환송 전 당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환송 전 당심판결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여,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D은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전적으로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는 임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설령, D을 근로자로 보더라도, ① 원심 증인 F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한 사실이 인정되고, ② D이 주식회사 C 대표이사 직인을 도용하여 문서를 위조하고 이로 인하여 회사에 500만 원의 손실을 초래한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26조 단서 제3호<1>,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4조 별표 1 제5호 또는 제9호<2>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D에게 해고의 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가 존재하며, ③ D은 재직기간 중 개근한 달이 없으므로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판단

가.

D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98775, 298782 판결 등 참조).

회사의 임원이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2다1095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채용과정, 근무장소 및 근태관리에서 D을 다른 직원들과 차별하여 처우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은 D으로 하여금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도록 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인은 D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위 계약서에 근로시간 및 장소, 연차유급휴가, 연봉액, 퇴직금, 중도퇴사 및 해고 등에 관한 규정을 두었으며, D으로부터 ‘입사서약서’, ‘기밀유지서약서’ 등을 제출받았다. 이처럼 계약서의 형식, 내용의 자율적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서의 내용대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②

D은 입사 후 이 사건 회사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 직함을 사용하였는데,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임원들과 달리 등기부상 임원으로 등재되지 않았으며,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었다.

③

피고인은 주로 정부지원사업 유치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업무수행을 하면서 피고인에게 비교적 구체적인 부분에 대하여도 진행과정 및 결과를 보고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지시를 받았다.

④

피고인은 D에게 매월 일정액의 고정급을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업무용 PC 및 이 사건 회사의 서버를 제공하였다.

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D을 징계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D을 해고하는 의결을 하였는데, 당시 징계사유에는 D의 업무지시 거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⑥

D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여 위 위원회가 피고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는데,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D이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만 다투었다.

나.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근로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그중 1부를 D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투었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특별한 설시 없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D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근로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D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 근로계약 체결 당시 경영지원팀장인 F와 함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고, 스캔본을 메일로 받은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②

그러나 경영지원팀장인 F는 원심 법정에서 ‘D과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자신이 근로계약서에 간인과 회사의 도장을 찍는 업무를 했었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2부를 출력하여 먼저 도장을 찍어서 D에게 주었고 D이 읽고 서명하고 1부를 돌려주었다, 다른 직원들과 계약할 때도 스캔하여 메일로 보내주는 일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이는 피고인의 변소와 부합한다.

③

피고인과 D이 작성한 ’근로(고용) 계약서‘ 제12조에는 “(계약서의 보관) 위 계약내용을 증명하고 준수하기 위하여 고용(근로)계약서 2통을 작성하여 갑과 을이 서명 날인하고 각각 1통씩 보관한다.”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④

피고인은 통상적으로 근로자들과 직접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 1부를 교부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보이고, D의 진술 외에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스캔하여 근로자에게 이메일로 보내는 방식을 취해온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⑤

D은 근로를 개시한 2020. 4. 이후 피고인 등에게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실을 문제 삼거나, 근로계약서를 교부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2020. 10.경 퇴사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자 그제야 근로계약서 미교부 및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

다.

해고예고의 예외 사유 존부 및 연차보상금 발생 여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조건 명시 관련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고,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나머지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