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4. 9. 30. 선고 2023노730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이 지급하기로 한 일당 30만 원은 근로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작업에 대해 관리, 감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전기공사에 관한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로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1)

피고인은 수학교습소를 운영하는 자로서 피해자에게 전기공사를 도급주었는데, 피해자에게 수학교습소의 운영에 필요한 콘센트의 위치 등 전기공사의 완성된 상태에 관한 요청을 하였을 뿐 전기공사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피해자의 업무내용을 정하거나 피해자에게 전기공사에 관한 지휘 또는 감독을 할 만한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다.

2)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재료비에 일당 30만 원을 더한 금액을 지급받기로 약정을 하고 공사를 하였는데, 이는 고정적인 급여를 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공사대금을 산정하는 방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공사대금 중 일당 30만 원에 해당하는 부분이 근로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피해자는 자신이 스스로 조달하는 원자재나 작업도구를 가지고 전기공사를 진행하였고, 자신의 독립된 계산으로 전기공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4)

피해자가 수행한 전기공사는 피고인에게 일회적으로 필요한 인테리어공사의 일부인데, 평소 공사를 업으로 하지 아니하는 피고인에게 인테리어공사나 전기공사의 위험요인을 파악하여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가 전기공사를 업으로 하는 자로서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에 관하여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고 전기공사에 수반하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한 능력이 있었다.

5)

그 밖에 피고인이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정식으로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민법상 고용계약이든 도급계약이든 근로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는 근로기준법 제14조 소정의 근로자에 해당하여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대법원 2002. 8. 27. 선고 2002도27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264 판결등 참조).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을 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되,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므로,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으며, 그와 같은 안전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된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수학교습소 인테리어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건축주이다. 피고인은 당초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자 직접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였고,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목공, 전기, 도배 작업 중 목공 작업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E에게, 전기 작업은 E으로부터 소개받은 피해자에게 맡겼다.

나)

이 사건 공사의 공사기간은 2022. 10. 24.부터 2022. 11. 1.이고, 공사금액은 대략 900만 원인데, 그와 같은 공사일정, 공사금액은 모두 피고인이 정한 것이다. 피고인은 E, 피해자와 사이에 목공, 전기 공사와 관련하여 별도로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정액의 하도급대금을 정하지 않았고, E과 피해자에게 작업 일수만큼 각 일당 30만 원을 지급하고 목공, 전기 작업에 소요되는 재료값은 E이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청구하면 주기로 하였다.

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고 있었고, 거의 매일 이 사건 공사현장을 방문하였다. 피고인은 E에게는 교실벽과 자습실벽을 구분해서 설치하고 문 위치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보이게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피해자에게는 분전반 위치, 콘센트 개수와 위치, 조명 개수와 위치를 알려주면서 피고인이 지정한 곳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 후 요구한 대로 작업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등 E과 피해자에게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작업지시를 하고 작업 진행 상황을 관리․감독하였다.

라)

이 사건 공사 중 목공 작업을 수행한 E은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목공 부분의 공사를 도급받은 것이 아니고, 일용직으로서 작업을 해 주었으며, 자재는 피고인의 승인을 받고 구매했고, 개인사업자등록도 되어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E의 소개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게 된 사람으로서, E과 피해자의 지위가 달랐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도 피해자의 사망에 관한 중대재해발생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피해자의 ‘입사일자’란 부분에 ‘일용직’이라고 기재하였다.

마)

이 사건 이전인 2022. 10. 24.에는 가벽 설치 등 목공 작업이, 2022. 10. 25.에는 분전반 및 천장 전기 라인 작업 등 목공, 전기공 작업이, 2022. 10. 26.에는 천장 석고보드 작업 등 목공 작업이 각각 이루어졌고, 이 사건 당일인 2022. 10. 27.에는 전등설치작업 등 피해자가 수행하는 전기공 작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E과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기간 동안 목공, 전기공 작업을 수행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안전모, 안전대 등 개인보호구를 지급받거나 피고인으로부터 개인보호구 착용에 관한 관리․감독을 받은 사실이 없고, E도 이 사건 전날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천장 석고보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거의 매일 방문하면서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던 피고인으로서는 E과 피해자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목공, 전기 작업을 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바)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전등설치 작업을 위해 천장 점검부 하부에 놓인 사다리를 이용하여 천장 석고보드 상부로 이동하였고, 석고보드 상부에서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석고보드가 파손되면서 약 2.5m 아래의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천장 점검부 하부에 놓여 있던 접이식 사다리에는 사용 시 접혀지거나 펼쳐지지 않도록 철물 등을 사용하여 견고하게 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추락방호망이나 갑작스러운 이동 또는 전도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이동식 비계 등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는바, 피고인은 오로지 불안전한 접이식 사다리에 의존하여 천장 전등설치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전날 E이 천장 석고보드 작업을 마쳤고 이 사건 당일에는 피해자가 천장 전등설치 작업 예정이라는 사실과 천장이 바닥면으로부터 약 2.5미터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 등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인바, 피해자가 천장 전등설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추락의 위험이 있다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나, 추락 방지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