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4. 2. 1. 선고 2021나1436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8. 4. 6. 피고에게 고용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 한다)로 근무하다가 2020. 2. 6. 퇴직한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07. 3. 6. 피고의 노동조합(이하 ‘피고의 노동조합’을 ‘노조’라고 약칭한다)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07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부칙 등에서 당시 피고가 겪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내용 등을 규정하였다.

다.

그러나 지속된 경영난으로 결국 피고는 2008. 9. 5. 총사원의 동의로 해산을 결의하고 대표사원 C이 청산인으로 취임하였다.

라.

그런데 폐업으로 치닫는 상황을 타개하여 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피고와 노조는 2008. 9. 26. 경영정상화를 위한 아래와 같은 합의서(을 제2호증, 이하 그 내용에 따른 합의를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작성하고 같은 날 총사원의 동의로 회사계속의 등기를 마치고 대표사원으로 C이 취임하였다.

마.

또한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합의의 일환으로 노조와 사이에 2008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체계를 ‘전액관리제’에서,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그 나머지 운송수입금, 즉 초과운송수입금을 택시운전 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며,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 사납금제’로 변경하고, 소정근로시간 또한 1일 5.33시간에서 4시간으로, 월 160시간에서 월 96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었다. 2008년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

한편 피고의 대표사원 C과 노조 위원장 E은 2009. 9. 10.경 2009. 10. 1.부터 노조에게 피고의 모든 경영권을 위탁하기로 하는 ‘피고의 노동조합 위탁경영에 대한 합의서’(을 제3호증) 및 C이 E에게 피고의 경영권 및 인사권 일체를 위임한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제4호증)을 작성하였다가, 2009. 9. 29.경 위와 같은 위탁경영에 대한 합의서 및 위임장을 파기하고, 노조가 피고를 위탁경영하는 대신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9. 10. 1.부터 피고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노사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기로 하는 취지의 ‘피고의 노동조합 경영참여에 대한 합의서’(을 제5호증)를 새로 작성하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피고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여 그 경영참여는 2018. 12. 31. 체결된 2019년 임금협정까지도 지속되었고, 같은 날 대표사원 C과 노조위원장 F이 ‘피고의 노동조합 위탁경영에 대한 합의서’(을 제1호증의 12 중 12쪽 이하)를 다시 작성함에 따라 노조의 경영참여기간이 2021. 12. 31.까지로 연장되었다.

사.

2002년 임금협정부터 2019년 임금협정까지 피고와 노조 사이에 체결된 임금협정에 따른 택시운전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과 임금체계는 다음과 같다.

아.

2018년에 피고에 입사한 원고는 2017년, 2019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내용과 같이 피고에게 정액 사납금을 납입하고 피고로부터 1일 소정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정하여 산정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

자.

한편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내용의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는데, 위 법률 부칙 내지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울산광역시에서도 2009. 7. 1.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2008년 임금협정을 비롯하여 그 이후 체결된 각 임금협정을 통하여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피고와 노조 사이의 합의(이하 ‘이 사건 단축 합의’라고 한다)는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의 소정근로시간은 2018. 12. 31.까지는 2007년 임금협정 당시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5.33시간, 2019. 1. 1. 이후에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 160시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표 기재와 같이 최저임금 미달액과 실제 지급된 금원과의 차액인 4,838,14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신설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 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와 관련된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기준운송수입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조와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단축 합의의 효력 유무

원고가 피고로부터 정액 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체계 하에서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08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4시간, 월 96시간으로 변경하고, 2017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30분, 월 80시간 30분으로 변경하여 이를 2019년 임금협정까지 동일하게 유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단축 합의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이 사건 단축 합의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판단하는 데에 있어 다음의 사정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가)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 제50조, 제69조 본문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9조 제1항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8호), 실근로시간과는 구별되는 개념이고,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은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서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고는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면서 이른바 정액 사납금제에 따라 승객들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원고가 갖는 방식으로 근무하였다.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의 운행시간 중 근무 여부나 운행형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따라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인다.

다)

나아가 앞서 본 규정들의 취지를 고려하면, 위와 같은 경우 노사는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뿐만 아니라 실제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이익 또는 불이익 및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요소들도 함께 고려하여 사용자와 노조 사이의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노사간의 합의는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인정되거나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배치되는 경우 또는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적법해 보이는 외관만을 작출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함부로 그 효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2)

먼저 2008년 임금협정에 따른 단축 합의에 관하여 본다.

가)

2008년 임금협정에 따른 단축 합의가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 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한 합의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그 무효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그 무효의 원인을 증명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그에 관하여 갑 제3호증(한국노동연구원의 논문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개선 방안’)만을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2008년에 대도시 근무제도별로 타코미터로 조사된 월평균 노동시간과 2012년 설문조사에 의한 월평균 노동시간의 자료를 기초로 일반적인 통계 분석을 한 것으로서 그로써 피고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그 외에 원고는 위 무효 주장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않고 있다.

나)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08년 임금협정에 따른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하여 한 탈법행위로 보이지 않는다.

○

피고는 2008년 임금협정 이전에는 전액관리제를 실시하였다가 2008년 임금협정으로 정액 사납금제로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였는바, 2008년 임금협정 전후의 임금체계가 서로 상이하다.

○

피고가 위와 같이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고 2008년 임금협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2007년 임금협정 부칙의 기재와 같이 피고가 적어도 2007년경부터 경영난을 겪어오다가 2008. 9. 5.에는 해산하기에 이르렀는데, 피고와 노조 사이에 피고의 내·외부적 위기를 타개하고 피고의 계속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2008. 9. 26. 피고와 노조가 위와 같이 임금체계를 변경하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를 하고 같은 날 2008년 임금협정을 체결함과 아울러 회사계속의 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

피고는 2008년 임금협정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5.33시간에서 4시간으로 단축하기 이전인 2007년 임금협정에서도 소정근로시간을 7.33시간에서 5.33시간으로 단축했는데, 이러한 2007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7. 12. 27. 신설되기 전인 2007. 3. 6. 체결된 것으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2008년 임금협정 역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울산광역시 지역 시행일 이전에 있었던 것이었으며 그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폭이 이 사건 특례조항과는 무관한 2007년 임금협정에서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폭보다 작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2007년 임금협정에 이은 2008년 임금협정에 따른 단축 협의는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신설 및 시행 이전부터 계속되던 피고의 경영위기라는 회사의 제반 사정과 외부의 변화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이익을 위한 일련의 대응이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고,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의도가 존재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

한편,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던 2008년 임금협정 이전의 시기에 적용되던 임금협정들에서는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2008년 임금협정보다는 긴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 반면, 휴게시간은 일률적으로 2시간 40분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임금협정으로 임금체계가 정액 사납금제로 변경되고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부터는 휴게시간을 근무시간 중 근무자가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3)

다음으로 2008년 임금협정 이후에 새로 체결된 임금협정들에 있어서의 각 단축합의에 관하여 본다.

가)

2008년 임금협정 이후에 새로 체결된 임금협정들이 정한 각 단축 합의가 무효라고 인정할 만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함은 2008년 임금협정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나)

오히려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08년 임금협정 이후에 새로 체결된 임금협정들의 경우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하여 한 탈법행위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

2008년 임금협정 이후에 새로 체결된 임금협정들은 예외 없이 노조가 피고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던 시기에 체결된 것들이다.

○

2008년 임금협정에 따라 1일 소정근로시간이 4시간이 된 이래 2014년에 이르기까지 약 6년간 1일 소정근로시간에 아무런 변화 없이 같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

2014년 임금협정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이 4시간에서 3.5시간으로 30분 단축된 바 있으나,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약 5년이 경과한 시점이었고 단축의 정도가 비교적 완만하였으며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은 2016년 임금협정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이 4시간이 됨에 따라 다시 회복되었다.

○

2017년 임금협정 이후 1일 소정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다시 단축되었는데, 이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약 8년에 가까운 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었고 그 단축의 정도가 위와 같이 탈법행위로 인정하기에 부족한 2014년 임금협정에서의 단축의 정도를 초과하지 않았으며 그 단축 이후 같은 수준의 소정근로시간이 계속 유지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이정목 박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