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3노10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B요양원(이하 ‘이 사건 요양원’이라 한다)에 도입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라 한다)는 무효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임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결문 제3면 제8행부터 제5면 아래에서 제5행 사이에 기재된 사정들을 들어, 설령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력 유무

가)

관련 규정

3개월 이내를 단위기간으로 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대상 근로자의 범위, 단위기간, 단위기간의 근로일과 그 근로일별 근로시간, 서면합의의 유효기간을 정하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특정한 날에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

이때 ‘근로자대표’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

한편,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이라 한다)에 의하면, 노사협의회는 ‘작업과 휴게 시간의 운용’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제20조 제2항, 제1항 제7호).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유효하게 도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대하여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①

피고인은 요양보호사들의 희망 연차 등을 미리 조사한 다음, 이를 고려하여 1개월을 단위기간으로 하는 근무조별(모닝, 데이, 나이트) 근무표를 미리 작성하였고, 근무 개시 전인 매월 말일 이를 이 사건 요양원 각층에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요양원은 2015. 3. 30. 제1차 정기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요양보호사, 간호사, 위생원, 조리사에 대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기로 정하고, 이를 내용으로 한 의결서 및 회의록을 작성하였다. 다만, 당시 이 사건 요양원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고, 근로자참여법상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근로자위원들이나 근로자위원들에 의하여 선출된 근로자대표위원을 곧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 볼 수 없으며, 위 의결서 및 회의록에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 각 호의 사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를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볼 수 없다.

③

따라서 제1차 정기노사협의회 의결서 및 회의록과 별도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위 노사협의회에 사무국장으로 참여하였던 C은 원심 법정에서 ‘위 회의록 외에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서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2)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는지

가)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16431 판결 참조).

한편,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임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연장근로가산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요양보호사 D이 체결한 2013. 3. 1.자 근로계약서(증거기록 255쪽)에 의하면, 이 사건 요양원은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이전에도 한 달 단위의 근무조별(모닝, 데이, 나이트) 근무표를 작성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요양보호사 E 또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2015. 1. 1. F구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이 사건 요양원을 운영하기 이전에도 위와 같이 근무표를 작성하는 것은 동일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이후 근로자들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약 12시간 적어졌으나 임금은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형태는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도입 전과 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연장근로가산수당을 받지 못하는 만큼 그 임금이 감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③

이 사건 요양원의 노동조합은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당시부터 계속하여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위 2015. 3. 30.자 노사협의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2015년 단체협약(보충협약) 요구안(증거기록 348쪽)에도 위와 같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폐지 주장이 포함되어 있는 점, 피고인은 2019. 8. 28.경과 2019. 9. 2.경 노동조합으로부터 근로자대표자와의 서면 합의에 대한 자료를 요청받은 바 있으나 이를 거부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연장근로가산수당 미지급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근로계약이나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통하여 도입할 수 없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정해야 함은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고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위 노사협의회 의결은 사법상 효력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노사협의회 의결이 있었고, 그 이후에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에 위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이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