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의 근로관계 및 경과
원고는 2015. 8. 1. 피고에 입사하여 C 주식회사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반드럼 안에 굳어 있는 PA 부산물을 분리하라는 작업지시를 받고, 2015. 11. 1.부터 2015. 11. 30.까지 해머를 이용하여 PA 부산물을 부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6. 7. 18. D병원에서 외상성으로 명시되지 않은 회전근개, 극상근 찢김 또는 (불완전) 파열 진단(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받았다.
원고는 2016. 7. 22. 피고에게 ‘입사일자: 2016. 7. 10. ~ 2016. 7. 31., 사직사유: 개인사정’이라고 기재한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피고는 이를 수리하였다.
원고는 2016. 7. 25.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6. 9. 7.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피고는 2016. 8. 3. 근로복지공단에 ‘원고가 개인사정으로 자진 퇴사하여 2016. 8. 1.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상실하였다’는 취지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수리하였다.
피고는 2016. 12. 29. 원고에게 ‘근속기간인 2015. 8. 1.부터 2016. 7. 31.까지의 퇴직금 및 지연이자 합계 2,717,811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퇴직금지급 안내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하고, 2016. 12. 30. 원고에게 2,717,811원을 지급하였다.
관련 소송의 경과 등
원고는 2016. 9. 13.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울산지방법원 2016구합975호로 위 요양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은 2017. 4. 13.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부산고등법원 2017누21296호로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17. 12. 6.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위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상고심을 거쳐 2018. 4. 12.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됨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2016. 4. 25.부터 2018. 4. 17.까지의 요양기간에 대하여 휴업급여 36,779,040원, 요양급여 657,730원, 장해급여 5,640,590원 합계 43,077,360원의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
전소 확정판결
원고는 2017. 12. 11. 피고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 2017가소38863호로 “원고가 업무상 재해인 이 사건 상병을 당하여 근무를 하지 못하였으나,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제1호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가 급여를 미지급하기 시작한 2016. 8. 1.부터 위 소의 제기일인 2017. 12. 11.까지 발생한 연차수당 1,176,680원, 퇴직금 3,562,110원 합계 52,78,79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연차수당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8. 12. 18.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울산지방법원 2019나10446호로 항소하였으나, 2019. 1. 5. 항소심 인지액에 대한 보정명령 불이행으로 항소장각하명령이 내려져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전소 확정판결’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 내지 11, 13, 1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여 2015. 11.경 반 드럼 안에 굳어 있는 PA 부산물을 해머를 이용하여 부수는 작업을 수행하다가 이 사건 상병을 당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으나, 이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이 사건 사직원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산재보호요양이 절실했던 원고가 피고의 강요에 의해 제출하게 된 것으로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사직원에는 원고의 입사일자가 “2016. 7. 10. ~ 2016. 7. 31.”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원고가 2016. 7. 10.부터 2016. 7. 31.까지 22일 동안의 기간에 대해서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나머지 기간에 대해서는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
피고는 2016. 8. 3. 근로복지공단에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2016. 8. 1. 종료되었다는 취지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으나, 원고는 2016. 8. 1.부터 산재보호요양을 시작하여 실직 상태가 아닌 휴업 상태에 있게 되었으므로, 사직원 제출에 따른 법률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
피고는 이 사건 사직원에 다른 사람의 무인을 찍어 원본을 훼손하였으므로 원고는 사직원 제출을 철회한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제59조 제4항<1>에 따라 원고의 나이가 65세에 이른 2019. 10. 7.까지 계속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가 급여를 미지급하기 시작한 2016. 8. 1.부터 원고의 나이가 65세에 이른 2019. 10. 7.까지 1,163일 동안 발생한 연차수당 3,588,901원, 퇴직금 8,122,676원 합계 11,711,57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2016. 8. 1.부터 2017. 12. 11.까지의 기간에 대한 연차수당 1,176,680원 청구 부분 확정된 종국판결은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원고 패소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패소 확정판결과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확정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어 그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대법원 1979. 9. 11. 선고 79다1275 판결 참조).
원고가 전소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피고가 급여를 미지급하기 시작한 2016. 8. 1.부터 위 전소의 제기일인 2017. 12. 11.까지 발생한 연차수당 1,176,680원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그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사건 소 중 2016. 8. 1.부터 2017. 12. 11.까지의 기간에 대한 연차수당 청구 부분은 전소 확정판결과 당사자, 청구원인 등이 동일하므로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이 부분 청구에도 미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이유 없다.
나머지 연차수당 및 퇴직금 청구 부분의 기판력 저촉 여부
나머지 연차수당 부분
원고는 전소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위 소의 제기일 이전까지 발생한 연차수당에 대해서만 날짜를 특정하여 그 지급을 구하였는데, 이는 가분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이행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일부 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나머지 청구와 구별하여 그 심리의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그 후 발생하였다고 하는 나머지 연차수당 부분을 이 사건 소에서 청구한 것이 곧바로 전소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퇴직금 부분
전소 확정판결에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원인은 “원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 사건 상병으로 휴업한 기간 동안 출근한 것으로 의제되므로 그 요양기간이 끝날 때까지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음”을 전제로 위 소제기일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청구하는 취지인 반면, 이 사건 소에서 원고의 청구원인은 “원고는 사직한 사실이 없으므로 65세에 이른 2019. 10. 7.에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전제로 그때까지의 퇴직금을 청구하는 취지로서, 전소는 명확하지는 않으나 퇴직금 중간정산을 구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양소는 청구원인을 이루는 실체법상의 권리가 다른 때에 해당하여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에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의 나머지 연차수당 및 퇴직금 청구에 관한 판단
그러나 민사재판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다른 민·형사사건 등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고, 당해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관련 민·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이를 배척할 수 있고, 다만 이 경우에 그 배척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일일이 설시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53759 판결 참조).
이 법원에 현저하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2016. 8. 1. 이후로도 계속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2016. 8. 1. 이후로도 계속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음을 전제로 나머지 연차수당 및 퇴직금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도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확인, 손해배상 등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은 피고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원고가 계속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울산지방법원 2018가합11호, 울산지방법원 2019가합971호 등 다수), 위 법원은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이 피고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등 사직의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는 등의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함으로써 2016. 7. 31. 이후부터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여 그 청구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원고는 위 확정판결에 대해 다수의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그 재심청구도 기각되었다). 이 사건에서 이러한 선행 확정판결의 사실 판단을 배척할 정도의 유력한 증거가 제출되지는 못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직원에는 원고의 입사일자가 “2016. 7. 10. ~ 2016. 7. 31.”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원고가 2016. 7. 10.부터 2016. 7. 31.까지 22일 동안의 기간에 대해서만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나머지 기간에 대해서는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직원은 장래 근로계약의 종료를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이므로 원고의 입사일자가 기재된 부분과는 무관하게 2016. 7. 31. 후에는 퇴사하기로 하는 의사표시로 이해된다(한편 위 입사일자가 잘못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표시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사직원에 다른 사람의 무인을 찍어 원본을 훼손하였으므로 사직원 제출을 철회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원, 피고 사이에 근로관계 종료의 효력이 발생한 이상 그 후 피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훼손하였는지 여부는 그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후적인 사정에 불과하다.
원고는 2016. 8. 1.부터 산재보호요양을 시작하여 실직 상태가 아닌 휴업 상태에 있게 되었으므로, 사직원 제출에 따른 법률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휴업급여를 수령하는 중 계약 만료나 사직 등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다수의 선행 확정판결에서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사직을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목(재판장) 황지현 김은솔
각주1) 근로기준법 제60조 제6항 제1호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