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정1303
판결선고
2020. 7. 9.
의정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포천시 B, 1층에 소재한 C(주)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1. 12. 15.부터 2019. 3. 15.까지 관리부장으로 근로하다 퇴사한 근로자 E의 퇴직금 21,764,383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일부 진술기재
증인 E의 법정진술
E 퇴직금 산정내역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E은 이 사건 회사의 이사였으므로, 정관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었다.
E이 편취한 금액이 퇴직금액을 초과함에도 무조건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6537 판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란 사용자로부터 근로의 대가를 받고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는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등이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이외에 사장 등의 지휘·감독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볼 수 있으므로, 회사의 이사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도813 판결).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바,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각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E은 근로자로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판단되고, 이 사건 회사에 재직하던 중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두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먼저 E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E이 2016. 5. 30. F과 함께 이 사건 회사의 이사로 취임하였고 그 사실이 2016. 6. 10. 등기된 점, E은 이 사건 회사의 총 발행주식 50,000주 중 15,000주를 보유한 주주인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E은 2011. 12.경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해서 2~3년간은 현장 반장으로 일하다가 이후 사무실 관리를 하며 현장 관리를 병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2016. 5.경 법인을 신설하면서 '종합건설이 되면 이사가 있어야 된다'며 E을 이사로 등재하였으나, E은 그 이후로도 '과장' 내지 '부장'(2016. 10. 1.부터, 증거기록 제198쪽 참조)으로 호칭되었을 뿐 '이사'로 불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회사의 대금결재 업무와 관련하여, E이 현장서류를 종합해 경리직원으로 하여금 지출결의서를 만들게 한 뒤 이를 피고인에게 올리면 피고인이 결재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E 증인신문 녹취서 제6쪽, 증거기록 제67쪽도 함께 참조) E이 최종 결재권자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 사건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하였다거나,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면서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판단에 관여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한편 2018. 10. 11.자로 이사회 의사록이 작성되었고 여기에 E이 날인한 사정은 인정되나, 이는 G조합으로부터 포천시 H 외 4필지 토지와 관련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은 위 이사회 의사록 1건 이외에는 E이 이사로서 활동하였다는 사정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지도 아니 하였다.
E이 보유주식에 비례하여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였다거나 월급 이외에 이 사건 회사의 경영수익에 대해 주주로서 배당을 받아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피고인도 경찰에서, 월급 이외에 추가로 금품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99쪽)}.
E이 받아간 월급이 이사로서 지급받는 보수에 해당한다면 상법 제388조, 이 사건 회사 정관 제41조 제1항의 각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로 그 액수를 정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사정은 엿보이지 아니한다.
이상의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E은 주로 피고인의 지휘·감독하에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회사의 이사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E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어떠한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E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아가 피고인의 고소에 따라 E에 대해 수사가 진행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E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위와 같은 상계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에 따라 우선 E의 퇴직금 전액을 지급한 뒤, 수사 및 재판을 거쳐 E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하였어야 한다. E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이 사건 퇴직금 채권이 아닌 다른 E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신청을 하는 등의 보전 방법을 강구함이 타당하다.
E은 2019. 3.경 피고인 운영의 회사에서 퇴직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1년 4개월이 경과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E에 대한 공소조차 제기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인이 주
장하는 E의 범죄혐의라는 것이 단기간 내에 그 성립 여부가 판명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의 성립일인 E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E의 범죄혐의는 더더욱 막연한 가능성 정도에 불과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정도의 의심만으로 2,100만 원이 넘는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의 사기 등 범죄혐의에 대해 의심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뒤늦게나마 이 사건 퇴직금 전액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다만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 증인신문 녹취서 제4쪽 참조),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로 인한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여 형사처벌 받은 전력도 없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지급하지 아니한 퇴직금이 2,100만 원이 넘는 상당한 금액이었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및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설동윤
각주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D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3회 공판기일에 공소가 취소되어 같은 날 공소기각 결정을 고지하였다.
각주2) 실제로 E은 G조합에 같은 취지로 민원을 제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220쪽).
각주3) E은 2011. 12.경부터 2012. 11.경까지는 월 160만 원, 2012. 12.경부터 2016. 9.경까지는 월 180만 원, 2016. 10.경부터 퇴사할 때까지는 월 3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E 증인신문 녹취서 제3쪽, 증거기록 제197, 233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